영국정부가 사이버 범죄에 대응한다는 명분 아래 국가정보기관 산하에 인터넷 감시기구를 설치할 계획임을 발표해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BBC보도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올 여름까지 영국의 국가정보원 격인 MI5 본부에 국립기술지원센터(NTAC)를 설치하고 컴퓨터 데이터 암호해독 및 인터넷, e메일 도청 등의 기능을 맡길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번 발표는 지난 2000년 수사기관의 인터넷 감청을 허락한 새로운 범죄수사법이 통과된 데 따른 후속조치의 하나로 나온 것이다.
이런 정부발표에 대해 관련 업계에서는 새로운 인터넷 감시기구가 사생활 침해문제는 차치하고라도 그 실효성마저 거두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영국 ISP협회의 스티븐 다이어는 “인터넷 감시기구는 비생산적이다. 정부가 컴퓨터 암호해독을 심각하게 받아들일수록 범죄자들 또한 자신의 데이터를 암호화하는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의 암호체계는 해독이 불가능하리만큼 복잡하다는 점에서, 정부가 이를 단시간에 해독해 범죄수사에 활용한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NTAC가 인터넷 통신내용을 감시하기 위해 ISP들의 컴퓨터 네트워크에 이른바 블랙박스를 설치해 이를 MI5본부로 직접 연결하겠다는 구상에 대해서도 업계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블랙박스 설치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은 차치하고라도, 이로 인해 인터넷 접속 속도가 느려질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인터넷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이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미지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스티븐 다이어는 “정부는 인터넷으로 회선을 연결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뽑아내겠다는 자세인 것 같다. 이런 자세가 정보기관에는 통용될지 모르지만 일반 법 집행 과정에 대해서도 그대로 적용돼야 할지는 의문이다”고 비판했다.
이런 비판에도 불구하고 영국 정부는 NTAC가 점증하는 사이버 범죄에 대응하는데 필수적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영국 내무부는 성명서를 통해 “급속한 정보기술의 발전으로 암호화된 컴퓨터간 정보교류가 급증하는 현실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정보기관이 적법한 절차를 거쳐 수집한 정보의 가치마저 크게 손상될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최근 국제적 테러조직이나 마약조직, 심지어는 아동성 학대범 조직마저 그 활동의 대부분을 인터넷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을 감시하기 위한 NTAC 같은 기구의 존재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전통적으로 유럽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국가의 활동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그러나 이런 태도는 지난해 뉴욕 테러사태를 계기로 크게 변한 느낌이다. 지난달 유럽의회가 시민단체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전화회사와 ISP들이 고객의 통신내용을 수년간 보존, 필요시 이를 수사기관에 제공토록 의무화하는 법률을 채택한 것이 좋은 사례다.
이번 영국정부의 NTAC 설립구상도 이런 유럽의 태도변화를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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