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지역 최대 전자매장인 프라이. 2년전 인터넷붐과 더불어 세계 경기를 들썩이게 했던 덧컴 호황때와는 비교가 안되지만 경기가 예전같지 않음을 피부로 실감하는 요즘에도 물건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의 발길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벤처캐피털을 비롯해 대형IT기업·벤처업계 등 이 지역을 이끄는 주역인 이들은 세계 경기 및 IT경기가 일러야 오는 4분기 그리고 내년부터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전망에 동의하면서도 실리콘밸리가 앞으로도 여전히 세계 IT시장의 젖줄 역할을 할 것이라는 데는 이의가 없었다. 이들은 닷컴이 한창 잘나가는 지난 시절에는 정보통신 혁명이 세계 IT 변혁을 주도했지만 앞으로는 이의 바이오테크·무선기술(와이파이 등)·나노테크놀로지·웹서비스·파일공유 등의 분야가 이 역할을 대신할 것이라고 이구동성으로 지적했다.
특히 이중 바이오테크를 첫손가락에 꼽았는데 바이오 산업의 위력은 벌써 나타나고 있기도 하다. 즉 지난해 한 현지 언론이 베이 지역(샌프란시스코 주변의 실리콘밸리)의 10개 산업을 분석한 결과, 대다수 업종의 시가 총액이 줄어드는 등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당했지만 바이오 분야 기업들의 시가 총액만은 오히려 전년보다 12.6%나 신장하는 기염을 토했다. 전문가들은 밸리의 ‘특기’이자 간판기술인 마이크로칩 기술을 생물학에 접목시킬 수 있어 밸리 지역의 바이오 산업이 다른 지역에 비해 그만큼 성장하기에 좋은 환경에 있다고 지적했다.
“바이오에 강한 밸리의 대형 IT기업을 추천해 달라”는 기자의 요청에 샌프란시스코 소재 벤처캐피털인 퍼시픽그로스에쿼터스는 밸리의 원조인 HP와 세계적 유닉스 서버업체인 선마이크로시스템스를 들며 “이들 2개사가 바이오 시대의 선두주자가 되기 위해 이 분야에 연구개발비를 크게 늘리는 동시에 전문업체와의 제휴 등 주목할 만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계자의 안내로 성사된 전화 인터뷰에서 존 노리아코노 선 부사장은 “바이오 산업에 힘쓰기 위해 우리는 바이오 전문업체 인수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바이오테크 혁명이 18세기 산업혁명과 지금의 디지털 혁명에 맞먹는 경제변혁을 가져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앨리슨 존슨 HP 글로벌 브랜드 담당도 “바이오테크 산업은 다른 산업과는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부가가치를 제공한다”며 “이는 항암제로 사용되는 인터페론 1g의 가격이 256D램 반도체 가격의 몇 배에 해당하는 데서도 잘 알 수 있다”며 바이오의 장밋빛 미래를 역설했다. 이들 대형 기술업체뿐 아니라 이곳에서 바이오 전문기업들은 더 ‘흥분’해 있었다. 이들은 “실리콘밸리 시대가 가고 ‘바이오테크 베이(Biotech Bay)’ 시대가 온다”는 언론의 보도가 결코 과장만은 아니라며 “우리가 이를 입증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실제 전문가들도 바이오 벤처들이 대형 IT업체들보다 바이오 시장에서 대박을 터트릴 확률이 더 높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는데 사이오스·질레드 사이언시스·생스탯·엑셀리식스 등은 대표주자격인 업체들이다.
서니베일에 있는 사이언시스의 마케팅 담당자는 “이미 지난해에도 우리는 획기적인 신약을 개발해 주가를 높인 바 있다”며 “바이오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는 자랑을 늘어 놓았다. 최근 시가 총액이 일년전에 비해 60%나 상승해 싱글벙글해 있는 남샌프란시스코 소재의 조지 스캐고스 엑셀리식스 최고경영자는 “곤충의 대표격인 파리 연구로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문을 열며 “목표를 포기하지 않고 추구하는 벤처 특유의 열정으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지금은 세계적 생명공학 기업 대열에 서있다”고 밝혔다. 현재 엑셀리식스는 세계 최대 ‘과일파리 보관소’라는 명성을 얻고 있는데 2만5000종류나 되는 과일파리 염색체를 연구하고 있다. 밸리의 대표적 창투사인 클라이너퍼킨스에서 근무하는 브룩 바이어스씨의 말은 바이오가 왜 밸리의 제 2부활을 가져오는 선두주자로 그렇게도 많이 거론되는지 잘 말해주었다.
“오는 2005년이면 시가 총액 50억달러의 회사가 바이오칩 분야에서 나올 것입니다. 그리고 2010년에는 400억달러, 아니 그 이상의 기업도 등장할겁니다. 더이상 벤처가 아니라는 말이지요.”
<실리콘밸리(미국)=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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