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시스템 입찰제안서 관행 이대로 안된다>(하·끝)제안서를 위한 제안

 시스템통합(SI) 전문가들은 정보시스템 입찰 과정의 잘못된 제안서 관행은 발주자와 수행업체 모두가 성공적인 정보화사업을 위한 단계별 추진 절차와 목표를 명확히 수립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지적한다. 또 발주자 대부분이 사후 감사를 의식해 형식적인 입찰 절차만을 강조할 수밖에 없는 지금의 사회·제도적인 환경도 제안서를 둘러싼 업계간 소모전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제안서 작성과 평가의 목적=발주기관의 제안요청서(RFP)에 근거해 SI업체들이 작성하는 사업제안서는 입찰 참가업체가 해당 프로젝트를 어떤 정보화 전략을 가지고 수행할 것인지를 수록한 문서로, 해당 업체의 사업 수행 능력을 평가해 최종 사업자를 선정하는 가장 기초적인 자료로 활용된다.

 따라서 사업제안서에 수록될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향후 구축될 정보시스템에 대한 구체적인 설계나 기술 부분이 아니라 성공적인 정보화 사업을 위한 업무 분석과 전체적인 프로젝트 관리 전략이다. 결국 사업제안서는 입찰 참가 업체가 발주자의 요구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지의 여부와 시스템 구축 프로세스에 대한 관리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기초 자료일 뿐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국내 관행은 이와 정반대다. 대부분의 제안서가 정보화사업 수행 능력이 아니라 해당 시스템에 대한 구체적인 정답을 요구한다.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제안서 작성 비용이 발생하고 제안서 평가 또한 형식적인 절차에 치우칠 수밖에 없게 된다. 따라서 “구체적이고 상세한 시스템 구축 내용은 사업제안서가 아니라 실제 사업을 수행하며 충분한 업무 분석과 시스템 설계 과정에서 수립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지 않느냐”는 게 SI전문가들의 충고다.

 ◇독창적인 지적자산=한정된 정보시스템 기술을 활용하는 시스템통합의 특성으로 인해 SI업체들이 작성하는 제안서 내용은 대부분 유사하다. 이는 지난 99년 광주시 지하철 1호선 통신설비 납품입찰건을 놓고 제기된 삼성SDS와 LG산전간 법정공방을 통해 그대로 드러난다.

 당시 삼성SDS는 LG산전이 자사의 핵심기술 설계도면을 도용, 광주시 지하철 1호선 통신설비 납품입찰에 응찰했다며 관계자를 영업 비밀침해에 의한 저작권법 위반 및 입찰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설계도의 유사성은 인정하더라도 관련업계의 기술적인 시스템 구축방식이 제한적인 상태에서는 창작적인 요소가 많지 않아 유사할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저작권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삼성SDS는 서울지법에 항소, “전체 설계도면을 구성하는 개별 부분에서도 작성자의 개성이 충분히 표현되어 창작성이 인정되며 또한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저작물임이 분명하다”는 판결을 다시 이끌어 냈다. LG산전도 이에 불복, 이 사건을 대법원에 상소함으로써 아직까지도 법정공방은 계속되고 있다.

양사의 이같은 법정공방의 결과를 떠나 SI업계는 “소프트웨어·컴퓨터·네트워크 등 수많은 첨단 IT요소기술의 집합으로 구성된 대표적인 지식산업인 SI분야에서도 그동안 도외시됐던 개별 요소 기술에 대한 경험과 기술력, 창작성을 인정하는 문화가 하루빨리 정착돼야 한다”는 주장들이다.

 따라서 현행 정보시스템 입찰 관행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국가적인 자원 낭비를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정보화사업 수행 능력을 실질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새로운 제안서 기준과 함께 제안서 보상 등을 통해 정보시스템 부문 사업제안서를 무형의 지적자산으로 인정해 주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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