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기술 우리가연다>(31)표준연 진공기술센터

사진; 조만간 극청정 진공기술 개발에 들어갈 표준과학연구원 진공기술센터의 신용현 센터장(오른쪽 세번째)과 과제책임자인 정광화 박사(맨 오른쪽)가 실험실 내 진공펌프 특성평가장치의 배기속도 데이터를 점검하고 있다.

 

 고체로 된 유리판에 헬륨이 자유롭게 통과하고 금속의 경우는 수소가 원만하게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은 전문가가 아니면 잘 알지 못한다.

 특히 이렇게 이동하는 작은 분자나 원자 하나가 반도체나 LCD 등과 같은 고정밀제품 공정에서 반드시 제거해야 할 ‘천덕꾸러기’ 불순물로 취급받고 있다는 것은 일반인들은 더더욱 이해하지 못한다. 100만분의 1이나 수억분의 1의 초정밀 공정을 취급해야 하는 나노나 바이오 등 첨단분야에서는 분자나 원자 하나가 불량률을 내는 치명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국내 유일의 진공특성 종합평가장치를 보유하고 있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진공기술센터(센터장 신용현 박사)는 과학기술부의 특정연구사업인 진공기술기반구축사업(과제책임자 정광화 박사)을 수행하며 국제규격에 맞는 72개 항목의 평가를 위한 진공장치를 자체 개발, 보유하고 있다.

 진공기술은 첨단과학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주변의 기기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는 기술로 진공청소기는 물론 가전제품에서 NT·ST·BT 등 미래유망 신기술에 이르기까지 제품의 근간에는 대부분 진공기술이 들어간다.

 “국내 진공시장은 지난 2000년 기준으로 70억달러 수준이지만 이 가운데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생산된 국내 진공 관련 상품이 국제적 기준의 평가나 인증을 받지 못해 상호신뢰성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진공기술센터는 지난 99년부터 기술개발사업에 착수, 압력구간별 배기 속도 및 압축비를 산출할 수 있는 저진공펌프와 고진공펌프 등 진공펌프 종합특성평가장치, 공정장비 진단 및 제어장비, 고진공 게이지 등 진공부품의 성능 및 신뢰성 평가장치 등을 모두 마련하고 업체를 대상으로 서비스 중이다.

 과제책임을 맡고 있는 정광화 박사는 “진공기술에는 낮은 단계의 고진공과 수분 제거 수준의 초고진공, 100∼300도의 고열에서 챔버를 가열해 수소나 질소 등 기체는 물론 수분과 불순물을 1억분의 1㎩(파스칼=압력단위)에서 10억분의 1㎩까지 처리할 수 있는 극청정 진공기술까지 여러 단계가 있다”며 “우리나라가 국제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모두 보유해야 할 기초기술”이라고 말했다.

 진공기술센터는 내년부터 오는 2006년까지 진공기술 2단계사업으로 96억원의 예산을 들여 극청정 진공기술 기반 구축에 나설 예정이다.

 특히 D램 집적도가 1기가급만 되도 최소 1000만분의 1㎩급의 극고진공과 초순수진공이 결합된 극청정 진공기술이 필수적일 뿐만 아니라 오는 2010년으로 예상되는 256G D램 수준이나 나노소자와 양자소자까지 양산해내기 위해서는 더욱이 없어서는 안되는 기반기술이다.

 이에 따라 진공기술센터는 오는 2006년까지 극청정용 진공측정 평가기술을 개발하고 32종의 측정평가장비를 구축할 계획이다.

 신용현 센터장은 “일본의 ETL이나 NRLM 등 국공립연구소와 세이코·다이킨·일본산소 등 진공부품회사·장비회사 등이 공동연구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미국 STM이나 모토로라·필립스 등은 포괄적 협력을 선언하는 등 차세대 신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조만간 극청정기술이 보편화되는 시기가 도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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