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창작에 대한 정부지원 확대에도 불구하고 정작 국내 창작 애니메이션이 극장가에서 외면받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지난 1월 씨즈엔터테인먼트의 ‘마리이야기’가 극장에서 상영된 이후 국산 애니메이션은 극장가에서 외면받고 있다. 더구나 극장용 애니메이션 시장의 가장 큰 성수기인 여름 동안 개봉예정인 애니메이션 가운데 외산은 무려 7편에 달하고 있으나 국산은 1편도 없는 실정이다. 이 여파로 이달 초 서울시가 개최한 ‘서울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SIAF)’로 달아올랐던 창작 애니메이션 열기가 식지 않을까하는 우려마저 적지 않다.
◇여름극장가, 어떤 작품 상영되나=이달 31일 ‘2002 한일 월드컵’을 기념해 국제축구연맹(FIFA)이 기획하고 영국 슬레이브스튜디오사가 제작한 ‘스페릭스’가 개봉되는 것을 시작으로 미국 니켈로디온의 ‘지미 뉴트론’이 오는 6월 6일에 그리고 일본의 화제작인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6월 28일 각각 오픈한다. 7월 들어서도 드림웍스의 ‘스피릿’이 5일 개봉되고 이어서 미국의 ‘릴로&스티치’와 덴마크 작품인 ‘어머! 물고기가 됐어요’가 각각 19일과 26일 선보일 예정이다. 또 8월 9일에는 폭스의 작품인 ‘아이스 에이지’가 극장가에 걸린다.
◇여름 성수기, 국산 왜 없나=지난 1월 씨즈엔터테인먼트의 ‘마리이야기’가 개봉되기 이전만 해도 올 여름을 전후해서 국산 애니메이션이 3∼4편 정도 개봉될 것으로 예상됐다. 한국애니메이션제작자협회의 한 관계자는 “현재 30여편이 본제작 단계에 있으며 이 가운데 10편 내외가 연내 상영 목표로 제작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산 애니메이션이 여름 극장가에서 찾아볼 수 없는 것은 무엇보다도 흥행부진에 대한 부담감을 주 요인으로 들고 있다. 특히 올 1월 씨즈엔터테인먼트의 ‘마리이야기’가 충분한 홍보와 마케팅에도 불구하고 흥행에 크게 실패함에 따라 개봉을 준비했던 제작사들이 잇따라 출시를 연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달 초 시사회를 통해 공개됐던 빅필름의 ‘엘리시움’조차도 아직 배급사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어 올여름 개봉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여름에는 극장을 잡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도 한 몫을 한 것으로 파악된다. 극장가의 한 관계자는 “여름은 극장가에 있어서 한해 농사의 상당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시기”라면서 “이 기간 극장주들은 어느 정도 성공이 보증된 작품만을 선별하려 하고 있기 때문에 관객층이 두텁지 않은 국산 애니메이션을 걸려고 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대책은 없나=정부가 국산 애니메이션을 상영할 수 있는 여건 조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이미 애니메이션산업을 문화콘텐츠의 핵심으로 정하고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으나 막상 이들 창작품을 소화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일례로 극장용 애니메이션은 TV애니메이션과는 달리 쿼터제가 별도로 규정돼 있지 않아 극장측에서는 굳이 걸려고 하지 않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산 실사영화도 수십년간 홀대를 받았으나 꾸준히 극장에 걸리면서 현재와 같은 위상을 얻을 수 있었다”면서 “애니메이션도 적극 반영할 수 있는 공간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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