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슬 더워지는 6월. 여느 때 같으면 여름을 먼저 느낀다는 기분으로 안방을 박차고 나가겠지만 이번은 좀 다르다. 한달 내내 한반도를 뜨겁게 달굴 2002 한일 월드컵 경기 때문에 안방을 지키지 않을 수가 없다. 어차피 안방을 지킬바에야 축구 경기 사이사이 짬나는 시간에 극장개봉에서 놓친 영화를 비디오·DVD로 만나는 것은 어떨까.
6월에 출시되는 비디오·DVD 타이틀은 ‘생활의 발견’ ‘복수는 나의 것’ 등 3∼4월 극장에서 상영된 영화부터 ‘마고’ ‘리빙 하바나’ 등 상영과 동시에 금방 간판을 내린 영화, 오래 전에 인기를 끈 영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이 대기하고 있다.
◇ 안방시장에서 재기 노린다=6월 출시되는 비디오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은 화제작이면서도 상대적으로 극장 개봉에서 큰 재미를 못 본 작품들. ‘공동경비구역JSA’의 박찬욱 감독의 차기작으로 큰 기대를 모았던 ‘복수는 나의 것’을 비롯해 홍상수 감독의 ‘생활의 발견’, DVD로 출시되는 ‘불후의 명작’, 일본 애니메이션 고전인 ‘공각기동대’ 등이 안방시장 공략에 나선다.
‘복수는 나의 것’은 개봉 직후 찬반논란을 팽팽하게 불러일으켰을 정도로 숱한 화제를 뿌렸던 작품. 극장흥행은 기대이하였지만 비디오 시장에서만큼은 상당한 성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10㎏이 넘는 체중을 감량하고 다른 이미지로 변신한 송강호, 눈빛으로 화면을 압도하는 신하균, 과감한 액션과 베드신, 죽음 직전의 고통까지 리얼하게 보여준 배두나 등 쟁쟁한 배우들이 출현했다. 장기 밀매단의 사기에 넘어간 후 누나를 살리기 위해 아이를 유괴하는 류와 결국은 죽게 된 아이의 아버지 동진의 복수가 잔혹하게 그려진다. 실제로 사체 장기를 사용했다거나 시신부검, 살해, 고문 등 하드보일드 영화의 정수답게 끔찍한 장면들이 끊임없이 나오는 점이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생활의 발견’도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강원도의 힘’으로 유명한 홍상수 감독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역시 관심을 끈 영화. 기존 홍 감독 영화의 분위기를 탈피한 유쾌한 영화라는 평을 얻었다. 연극배우 출신의 남자가 춘천과 경주를 여행하며 겪는 연애담이 주된 골격이다. 추상미·예지원의 파격적인 노출과 대담한 연기도 화제가 됐다.
DVD로 출시되는 ‘불후의 명작’과 ‘봄날은 간다’도 눈여겨 볼 만하다. 대숲 소리와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라는 대사로 유명해진 ‘봄날은 간다’는 열병 같은 사랑에 빠진 상우와, 사랑이라는 감정에 거리를 두고 있는 은수 사이에 조금씩 벌어지는 사랑을 봄날의 분위기에 빗대 잘 표현했다는 평을 얻었다. 허진호 감독의 코멘터리와 영상집, 사운드 컬렉션 등이 스페셜 피처로 제공된다. 박중훈·송윤아가 주연한 코미디 ‘불후의 명작’에는 메이킹 필름, 뮤직 비디오, 제작 발표회 등의 스페셜 피처가 포함돼 있다.
‘공각기동대’는 오시이 마모루가 95년 제작한 SF애니메이션. 뤽 베송 감독의 ‘제5원소’의 상상력이 된 작품이라 밝히는 등 후속 SF영화에 다양한 영감을 불어넣은 작품으로 유명하다.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가 이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다.
◇할리우드 스타 만나기=출연하는 할리우드 배우를 보고 영화를 고르는 사람이라면 6월 출시작 라인업도 그리 나쁘지는 않다. 존 쿠색·케이트 베킨세일 주연의 ‘세렌디피티’를 비롯해 톰 크루즈와 페넬로페 크루즈·카메론 디아즈 등이 출현한 ‘바닐라 스카이’, 니컬러스 케이지가 나온 ‘코렐리의 만돌린’, 크리스천 슬레이터와 발 킬머가 주연한 ‘하드캐시’ 등이 리스트에 해당된다.
‘세렌디피티’는 뜻밖의 행운을 찾을 수 있는 능력이라는 뜻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운명적인 만남을 주제로 하고 있다. 우연이 만나 서로의 매력에 빠지게 된 조너선과 사라는 이름도 모른 채 헤어진다. 운명적인 사랑을 꿈꾸는 사라는 장난처럼 고서적에 자신의 이름과 연락처를 적은 후 헌책방에 팔아 조너선에게 찾으라고 한다. 또 조너선의 연락처가 적힌 5달러 지폐로 사탕을 사먹고는 그 돈이 다시 자신에게 오면 연락하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7년 후 기적 같은 일들이 일어난다. 아름다운 로맨스와 감동은 물론 시종일관 관객의 웃음을 유발하는 코미디적 요소가 영화의 맛을 살려준다.
‘바닐라 스카이’는 미스터리와 격정적인 로맨스가 함께 곁들인 로맨틱 스릴러. 언론재벌로 군림해온 아버지가 불의의 사고로 죽은 후 어린 나이에 그룹 후계자가 된 데이비드. 매력적인 용모에다 돈이 많은 탓에 여자들이 항상 따르지만 그는 즐기기 위해서만 여자를 만날 뿐이다. 그와 만나는 여배우 줄리는 그에게 점점 집착하지만 데이비드가 생일 파티에서 만난 미지의 여인에게 관심을 쏟게 되자 알 수 없는 음모를 꾸민다.
‘코렐리의 만돌린’은 ‘셰익스피어 인 러브’의 존 매든 감독이 메거폰을 잡고 흥행 보증수표인 니컬러스 케이지가 로맨틱한 남자로 변신한 영화. 음악, 영상은 물론 영화의 배경이 된 케팔로니아 섬의 절경이 관객의 탄성을 자아낸다. ‘하드캐시’는 천재적인 도둑 테일러와 부패한 FBI요원의 대결구도가 우리 영화 ‘공공의 적’을 연상케 한다. 조각난 퍼즐을 맞추듯 기상천외한 머니게임의 전개를 지켜보는 것이 자못 흥미롭다.
◇ 컬트·고전·예술 영화도 다채=이밖에 비디오·DVD로 함께 출시되는 ‘리빙 하바나’, DVD로 출시되는 이란의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체리향기’와 거장 에이젠슈테인의 ‘전함 포템킨’ DVD, 한민족 개벽신화를 주제로 800여명의 출연진 전원이 올 누드로 나와 화제가 된 ‘마고’, ‘하몽하몽’의 비가스 루나 감독의 독특한 에로영화 ‘마르티나’, 조엘 코엔 감독의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 등도 마니아층의 구미를 당기는 독특한 장르의 영화들이다.
‘리빙 하바나’는 우여곡절 끝에 5월 3일 극장 개봉됐지만 금방 간판을 내려 아쉬움이 더한 작품. 혁명의 거센 흐름 속에서 자유로운 창작세계를 갈구하는 한 쿠바 음악가의 삶과 사랑을 음악과 함께 애절하게 그렸다.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는 풍자와 촌철살인의 미학을 견지하고 있는 코엔 형제가 ‘허드서커 대리인’을 촬영하고 있을 당시 어느 한 이발소 벽에 걸린 포스터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이다. 현대인의 모순된 삶을 한 이발사의 살인극 안에 녹여냈다.
‘체리향기’는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올리브 나무 사이로’ 등을 연출한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스타일답게 역시 인간의 아름답고 순수한 심성과 진실한 삶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착한 영화다.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
<표> 6월 출시 비디오·DVD
타이틀 장르 등급 구분
공각기동대 SF애니메이션 12세 DVD
구피무비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전체 DVD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 코믹스릴러 18세 비디오
나비 드라마·SF 15세 DVD
더 홀 호러스릴러 18세 DVD
덴젤 워싱턴의 킬링머신 SF액션 18세 DVD
딥레인지 공포SF 15세 DVD
러브앤바스켓볼 드라마 15세 비디오
레이건 저격사건 정치스릴러 15세 비디오
로스트보이지 미스터리호러 15세 비디오
로열타넨바움 코미디 15세 비디오
리빙 하바나 드라마 15세 비디오·DVD
마농의 샘 드라마 15세 DVD
마르티나 에로틱드라마 18세 비디오
모텔 선인장 드라마 18세 DVD
바닐라스카이 로맨틱스릴러 18세 비디오
발토 애니메이션 전체 비디오
복수는 나의 것 하드보일드액션 18세 비디오
봄날은 간다 드라마 15세 DVD
불후의 명작 코미디 18세 DVD
비버리힐스캅1·2·3 액션 15세 DVD
비트보이스 액션 18세 비디오
생활의 발견 드라마 18세 비디오·DVD
세렌디피티 로맨틱코미디 12세 비디오
섹스 몬스터 섹스코미디 18세 비디오
소살리토 멜로드라마 15세 DVD
소울서바이버 공포스릴러 15세 비디오
스물넷 드라마 18세 DVD
오손 웰즈의 이방인 스릴러 미정 DVD
유주얼 서스펙트 범죄스릴러 18세 DVD
장군의 딸 액션스릴러 18세 DVD
제임스 딘 스토리 다큐멘터리 전체 DVD
체리향기 드라마 12세 DVD
코렐리의 만돌린 멜로 드라마 15세 비디오
피터팬 스페셜 애니메이션 전체 DVD
하드캐시 액션 18세 비디오
흑우 액션 18세 DV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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