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업계 `디지털 네트워크` 확산 배경과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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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차와 IT기술의 접목이 운전자에 대한 교통정보서비스(텔레매틱스) 단계를 넘어 차량의 부품 모듈단위까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주요 완성차업체들은 2004년부터 차세대 승용차에 전장부품을 통합제어하는 네트워크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추세는 차량기능 고급화로 갈수록 복잡해지는 전장부품을 기존 아날로그 제어방식으로 관리하는 것이 사실상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고급 승용차종의 경우 뒷좌석 AV시스템, 내비게이션, 좌석별 환기장치 등 온갖 옵션장치에 연결된 팔뚝만한 전선다발이 자동차 내부를 어지럽게 휘감는 상황이다.

 미래의 자동차가 달리는 정보센터, 사무실로 변화하는 상황에서 수많은 차량용 전장부품을 효율적으로 관제하는 디지털 네트워크(CAN:Controller Area Network)는 국내 자동차업계의 최대화두인 셈이다.

 향후 2∼3년 안에 등장할 국산 승용차는 복잡하고 무거운 전선다발 대신 마이크로프로세서가 달린 간단한 네트워크선으로 차량기능이 모두 제어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전망은 최근 차량용 반도체가격의 인하에 따라 디지털 네트워크로 자동차를 제어하는 것이 전통적인 아날로그식 제어방식보다 생산원가가 저렴해져 더욱 현실성을 지닌다.

 ◇CAN기술의 파급효과=자동차가 CAN기반의 네트워크망으로 제어되면 수많은 전기부품제어에 사용되는 전선줄과 기계식 릴레이가 거의 사라져 차량무게가 줄고 차량기능이 향상된다. 또 네트워크를 이용해 자동차가 각 부품의 고장여부를 스스로 진단, 처방하고 차량 전체가 마치 유기적인 생명체처럼 작동하게 된다.

 똑똑한 지능형 자동차가 현실로 나타나는 것이다. 전선다발을 배치하기 위한 설치면적이 필요없어져 차량소음도 준다. 특히 자동차 제조과정에서 마이크로프로세서, 전자모듈 등 고부가가치 전장부품의 채택비율이 대폭 높아져 자동차부품업계에 새로운 IT특수를 불러올 전망이다.

 ◇자동차 부품업계 대응=차량용 네트워크기술이 전면 적용되는 국산 디지털카의 등장이 임박함에 따라 자동차 부품업계는 통신기능을 지닌 차세대 전장부품과 차량용 반도체 개발에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네트워크로 통합제어되는 차세대 승용차종은 커넥터, 전선(하네스) 사용량이 지금의 절반규모로 줄어들기 때문에 한국단자공업과 경신공업 같은 차량용 커넥터 제조업체들은 네트워크 통신기능을 갖춘 차세대 커넥터, 컨트롤러를 개발해 디지털 전장부품시대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첨단 전장부품 생산을 추진해온 한국모비스는 지멘스와 손잡고 ‘차량전장 통합모듈(AEES)’을 연말까지 개발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한국모토로라는 네트워크로 제어되는 AV, 텔레매틱스 시스템 개발을 위해 현대오토넷에 차량용 반도체기술을 제공하는 기술제휴를 맺은 상태다.

 ◇차량용 네트워크 기술의 전망=자동차의 네트워크화 추세는 첨단 IT기술과 손쉬운 접목으로 차량성능을 향상시켜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핵심적인 기술경쟁요소로 부상할 전망이다.

 현대모비스의 한 관계자는 “차량용 네트워크가 자동차 기술의 핵심요소로 떠오른 것은 전자기술 토대가 상대적으로 건실한 한국 자동차업계에 세계진출의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처럼 차량내부에 네트워크 설치가 보편화됨에 따라 향후 자동차는 기계덩어리가 아니라 바퀴 달린 통신네트워크로 변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차량용 네트워크가 본격 보급되는 2004년을 기점으로 국내 자동차산업에서 첨단 전장부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40%선에 근접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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