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E3 감상법

 ◆원철린 문화산업부장 crwon@etnews.co.kr

 

 게임시장은 이미 영화시장을 웃돌고 있다. 올해 세계 게임시장 규모는 지난해 216억달러에서 260억달러로 2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우리의 주력 수출품목인 D램 반도체 세계 시장규모(212억달러)를 능가한다. 게임시장은 엔터테인먼트분야에서 가장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시장이다. 더구나 게임시장은 정체된 시장이 아니다. 게임시장의 성장률은 두 자릿수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실제로 오는 2005년에 가면 북미시장만 해도 D램 세계시장 규모와 비슷한 214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 24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끝난 세계적 게임전문전시회인 E3는 이런 세계 게임시장의 동향과 변화의 흐름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E3에서 나타난 세계 게임시장의 변화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세계 게임시장의 조류가 네트워크로 흘러갈 것임을 예고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비디오게임기(콘솔)이 주류였다. 소니에 대응해 마이크로소프트(MS)가 X박스를 내놓음으로써 불을 지폈던 것. 하지만 올들어 소니와 MS는 콘솔의 온라인 게임화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천명하면서 네트워크게임바람을 주도하고 나섰다. MS는 X박스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20억달러를 투자해 X박스의 네트워크화를 추진하겠다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발표하기까지 했다.

 더구나 미국의 통신사업체인 스프린트사도 모바일게임에 뛰어드는 등 통신사업체마저 이같은 조류에 가세하고 있어 PC에서 시작된 게임의 네트워크화는 이제 하나의 대세로 자리잡았다.

 또하나는 게임의 명가인 일본업체의 부활이다. 전통적인 게임명가였던 세가는 드림캐스트의 실패에 따른 하드웨어를 포기하는 대신 그동안 갖고 있던 콘텐츠를 기반으로 소프트하우스로 탈바꿈하는 데 성공했다. 캡콤·코나미·남코 등 전통적으로 아케이드게임에 강했던 이 업체들도 풍부한 콘텐츠를 바탕으로 PC와 비디오게임(콘솔)타이틀 제작으로 방향을 전환하면서 활기차게 움직이고 있다.

 세번째는 게임이 영화화하고 있다. 예전에도 영화의 시나리오가 게임으로 만들어지거나 게임이 영화로 제작되는 등 게임과 영화 간 융합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올해 이런 경향이 한층 두드러졌다. 게임개발에만 1000만달러 이상이 들면서 영화제작의 기법이 게임에 그대로 이용돼 게임의 그래픽과 사운드가 영화못지 않게 발전했다. 특히 미국과 프랑스의 주요 게임사들은 할리우드 영화와 TV라이선스를 인수하기 시작했으며 할리우드가 있는 로스앤젤레스가 새로운 게임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세계시장 흐름속에서 우리의 위치는 어디에 있는가. 과연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가. 우리는 그동안 온라인 게임의 성공을 바탕으로 엔터테인먼트 분야 중 게임만은 세계시장에 내놓을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 있었다. 한편에서는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자만심마저 갖기까지 했다. 하지만 E3 현장에서 볼 때 우물안개구리로 우리는 세계적인 업체에 비해 부족한 게 너무나 많았다. 개방된 PC가 네트워크의 중심에 있어 우리가 주도를 할 수 있었으나 이번에는 그렇지 않다. 콘솔을 보유한 MS와 소니가 주도하고 있어 우리의 위치가 모호하다. 더구나 PC온라인게임에서도 세계적인 업체들이 그래픽 등에서 우리보다 훨씬 뛰어난 게임을 개발하고 있어 자칫 잘못하면 우리가 일궈왔던 경험을 이들 업체에 고스란히 내줘야 하는 고통스러운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지금 어떠한가. 온라인 등급 심의기준을 놓고 정부 부처끼리 갈등을 빚고 있는가 하면, 주무부처와 업계가 맞서고 있는 현상황이 그렇게 희망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게임시장에서 우리끼리 발목을 잡아서야 세계무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히딩크 감독이 승선하면서 한국축구가 동네 수준에서 세계적인 수준으로 바뀔 수 있었듯이 우리게임도 잘만 매니지먼트하면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설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다. 지금 우리는 이 가능성을 살려야 하는 기로에 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