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보보스’ 와 분식회계

 ◆이찬경 삼테크 사장 cklee@samtek.co.kr

 

 최근 우리 코스닥 시장에서 회계 장부상 거짓매출을 기록하고 외부 회사의 기술을 임의로 도용한 회사가 퇴출됐다. 자본시장의 원조격인 미국 주식 시장에서도 분식회계와 거짓공시로 얼룩진 기업들이 속속 그 모습을 드러내 주식시장 자체의 신뢰도 저하라는 본질적인 위기를 맞고 있다. 그런데 한 가지 주목할 것은 이 같은 각종 비리와 거짓으로 얼룩진 드라마의 주인공들의 연령층이 한결 같이 낮다는 것이다. 많아야 40대요, 30대 초반 일색이다. 인생의 주인공으로 이제 막 등장해야 할 나이에 그들은 벌써 한 장을 마감한 것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

 ‘보보스(BOBOS)’란 단어가 있다. 부르주아(Bourgeois)와 보헤미안(Bohemians)의 합성어로, 지구촌의 젊은이라면 누구든 보보스가 되고 싶어하고 그들의 행동 양태나 복장 등 모든 것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단어가 주는 매력은 무엇일까. 다른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당당한 재력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보헤미안의 자유로움과 낭만을 잃지 않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하는 균형미일 것이다.

 아무렇게나 입은 듯한 헌 셔츠와 청바지, 항상 여유있는 웃음, 하지만 보보스 행동 양태에는 빼놓을 수 없는 전제가 있으니 그것은 바로 엄청난 금전력인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보보스 열풍을 선풍적으로 이끈 모 카드사의 광고 중 남자 주인공이 자전거를 타고 가볍게 퇴근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모습에는 350만원짜리 자전거와 몇십만원을 호가하는 백팩, 몇백만원 짜리 양복이 숨겨져 있다. 결국 선팅이 짙게 돼 있는 고급 승용차와 맞춤구두로 대변되는 판에 박힌 부자티를 내지는 않지만 이들의 멋스러움에는 엄청난 비용이 전제돼야 하는 것이다.

 한번 생각해 보자. 그 같은 문화조류를 바라보는 일반 젊은이들의 심정이 어떻겠는가.

 ‘열심히 일하는 당신이 떠나려고 해도’ 그에게는 광고에서처럼 자신만의 고급 SUV 차량이 없는 것이다. 결국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소형 경승용차를 타고 떠나는 당신에게 보보스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사회 여기저기에 어떻게든 부를 축적하고 이후의 삶은 보보스처럼 멋지게 꾸며봐야겠다는 생각이 만연해 있다. 이렇게 갖은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과정에 상관 없이 결과만을 얻고자 하는 풍조가 만연한 상태에서 주식 시장에서의 주가조작과 분식회계 등의 부정이 계속 근절되지 않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명심할 것이 있다. 보보스는 보헤미안 정신을 전제로 할 때만이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일련의 문화현상이고 정신적 만족의 상태다. 물론 부르주아라는 말에는 일정 수준 이상의 금전력을 전제로 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 돈은 정당한 노동과 노력의 대가여야만 하지 거짓과 사기로 물들어서는 부르주아가 될 수 있을지 몰라도 결코 보헤미안은 될 수 없다. 그는 그저 돈이 많은 더러운 졸부가 될 수 있을 뿐이다.

 매사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한 걸음씩 사업의 성공을 향해 나아가며 이웃을 이끌어 줄 때, 자신 및 회사가 가지고 있는 기술력과 노력으로 사회적 공익을 향해 나아갈 때만이 그는 진정한 보헤미안이요, 진정한 부르주아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보보스’, 그 멋드러짐 속에는 일에 대한 진정한 열정과 이웃에 대한 사랑 그리고 누구 앞에서도 당당할 수 있는 정직함이 전제돼야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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