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유통` 부상 배경-금융시장 높은 장벽 `온라인`으로 돌파

 ‘대형화·겸업화로 상징되는 금융지주회사, 방카슈랑스, SK그룹의 금융업 확장 행보, 삼성그룹의 은행업 진출과 금융지주회사 설립 여부….’

 외견상 별 연관이 없을 듯하지만 이들 움직임과 사건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공통된 시장인식이 하나 있다. 국내 금융시장에서는 생소하던 ‘금융유통’이 바로 그것이다.

 금융유통 개념은 지금까지 보험대리점과 온라인 주식거래 정도에 불과했다. 제도권 금융기관이 생산-판매 과정을 모두 장악한 시장구조 탓에 적정 마진을 갖추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처럼 진입장벽이 공고한 금융시장에 최근 유통업이라는 새로운 시도가 전개되고 있다. 기존 금융권은 지주회사라는 그물로, SK 등 대기업들은 카드사·인터넷은행 진출이라는 우회수단으로 금융유통의 비전을 추구하고 있다. 이들의 공통된 채널은 ‘온라인’이다.

 ◇왜 금융유통인가=제도권 금융기관에 금융유통은 새로운 시장이다. 그동안 생산자 위치에 있던 은행·보험·증권·카드사들이 판매망의 대부분을 장악해 유통시장의 성장성을 제대로 가늠하지 못한 게 사실이다. 사실상 그 첫 시도가 지난해 신한지주의 자회사로 설립된 e신한인 셈이다.

 김성윤 e신한 사장은 “5년, 10년이 걸릴지 몰라도 한 금융기관에서 모든 종류의 금융상품을 팔게 되는 때가 올 것”이라며 “온라인 채널은 특히 유통의 효율성 측면에서 위력적”이라고 말했다. 지주사들이 당분간은 자회사를 통해 금융상품 판매에만 주력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경쟁사 상품도 취급하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e신한은 취급상품의 90% 이상을 ‘비신한’ 계열로부터 제공받고 있다. 하지만 상품 생산기반이 없으면 시장을 창출하더라도 주도권을 쥘 수 없는 게 사실이다. 방카슈랑스도 결국은 금융유통이 주요 목표 가운데 하나다. 그룹 차원에서 금융업 확대진출을 추진중인 SK도 상황인식은 마찬가지다.

 SK텔레콤 정만원 상무는 “성공 여부는 장담할 수 없지만, 시장가능성은 확신한다”며 “금융유통을 기존 금융계열사들의 사업 시너지와 함께 새로운 시장돌파구로 접근하고 있다”고 전했다.

 ◇추진구도=현재로선 기존 금융권과 대기업 가운데 신한지주·SK그룹이 움직임을 가시화한 상황이다. 신한지주의 경우 e신한을 정점으로 온라인 금융유통 시장개척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e신한은 연내 고객 금융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내년부터는 1대1 마케팅을 통한 상품판매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어 2005년께는 오프라인 금융기관과 경쟁할 만한 종합금융유통 회사로 자리매김한다는 구상이다. 현재 개인화서비스로 제공중인 계좌통합(AA)과 향후 출시할 개인자산관리(PFMS)는 그 기반이 되는 셈이다.

 SK의 경우 SK텔레콤을 통해 금융포털 구축과 신용카드업 진출을 추진하고, 이와 별도로 인터넷은행 설립에도 가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 SK텔레콤측은 “신용카드와 은행 등 실제 금융업을 영위하지 않고서는 금융유통이 제대로 사업기반을 갖추기 힘들다”면서 “결국 금융상품 생산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SK텔레콤은 단기간내 금융업 진출이 어려운 만큼 내년초 개통할 금융포털에서는 기존 금융기관과의 제휴를 통한 특화상품 위주로 꾸밀 계획이다. 대신 SK텔레콤이 제공중인 위치·결제·개인정보 등 핵심 고객DB와 유무선포털·지불결제인프라를 적극 활용해 공격적인 1대1 마케팅을 전개한다는 전략이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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