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미국-서버강자 `선`이 흔들린다

선마이크로시스템스가 창사 20년만에 시련을 맞고 있다. 고성능 서버 컴퓨터의 선두업체인 선은 창사 20주년을 맞은 몇달만에 주가가 6달러대로 지난해 말 수준의 절반, 2000년 9월 1일의 최고가 64달러 31센트와 비교가 안될 정도로 곤두박질치고 고위 중역들이 잇따라 사임하면서 어수선한 분위기에 휩싸인 상황이다.

 이 회사는 12년을 연속흑자 행진을 벌여오다가 최근 들어 4분기 연속적자를 냈다. 매출도 최근 2분기에 31억달러대를 유지하며 안정돼 있으나 50억대에 달하던 2000년 분기 매출에는 한참 못미치는 수준이다. 선의 고전은 주력시장에서 IBM 등 경쟁사의 거센 도전에 직면한 상태다. 일부 분석가들도 이제 선이 이 난관을 타개하려면 지금까지 추진해온 전략과 사업 우선순위를 바꿔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촉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수주동안 5명의 선 고위 경영진들이 사임했거나 사임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특히 사장 겸 COO로 ‘판매의 귀재’라는 에드 잰더 COO의 사임 발표는 커다란 충격을 던져주었다.

 이 회사의 열정적인 회장 겸 CEO 스캇 맥닐리는 선에 대한 이 같은 의구심에 대해 “선은 현재 아주 좋은 여건”이라고 한마디로 일축했다. 상당수 분석가가 맥닐리 회장과 그의 참모들이 경기침체 극복을 위해 기울여온 인상깊은 노력을 평가해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맥닐리 회장과 잰더 사장은 “이번 경영진 인사가 새 회계연도 시작에 맞춰 조직재편 방안의 하나로 수개월 전부터 이미 계획된 것이었다”며 경영진 인사에 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경계했다.

 J P 모건의 다니엘 쿤스틀러 분석가는 “명망있는 잰더 COO의 사임은 유감이지만 합리적인 조직관리로 유능할 뿐 아니라 그가 키워놓은 의욕있는 판매인력이 남아있다”고 진단했다. 맥닐리 회장은 잰더 사장이 사임하면 지난 98년에 스스로 잰더 COO에게 넘겨주었던 사장 자리를 다시 이어받는다. 분석가들은 선이 하드웨어 우선 정책 대신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부분에 전략적 초점을 맞추는 방향으로 사업모델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이 서버시장에서 여러 경쟁업체의 거센 도전에 직면하고 있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선은 지난 96년 슈퍼컴퓨터 업체인 크레이 리서치를 인수해 획득한 기술을 바탕으로 생산한 ‘엔터프라이즈 10000’을 앞세워 가격 100만달러 이상의 고급형 서버시스템 시장을 오래동안 석권해 왔다.

 엔터프라이즈는 성능이 좋고 인기가 높아 IBM 메인프레임 사업과 직접 경쟁하게 됐다. 시장조사회사인 IDC 서버 그룹의 진 보즈만 조사국장은 “지난 1년 반에서 2년 동안 IBM은 선을 타도 목표로 삼아 신제품 개발과 마케팅에 엄청난 돈을 쏟아부었다”고 밝혔다. 선은 지난해 E10000 후속모델인 ‘선 파이어 15K’로 일명 ‘스타캣’을 출시하면서 이로 인해 달라진 시장여건을 실감했다. IBM이 10일 뒤 ‘e서버 p690’으로 즉각 반격에 나선 것이다. 그뒤 양사는 서로 밀고 당기는 싸움을 벌이고 있다.

 선이 우위에 있는 가격 10만달러 미만 보급형 서버시장에서도 또 다른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선의 현 시스템은 자체 설계한 ‘스파크’ 시리즈 RISC 프로세서와 유닉스의 ‘솔라리스’ 운용체계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러나 최근 수년사이 인텔 칩이나 인텔 호환칩을 단 마이크로소프트 윈도2000이나 리눅스 운용체계 기반인 저가의 PC형 서버의 성능이 좋아지면서 유닉스 컴퓨터의 기능을 갖추게 됐다. 이런 저가서버는 간단한 웹페이지를 보여주거나 파일을 저장하고 케이싱과 보안 소프트웨어를 운영할 수 있다. IDC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에 판매된 서버의 89%가 인텔 아키텍처 칩 기반이다. 이 서버들은 PC기술에 기반을 두고 있어 이익률이 일반 PC처럼 아주 낮다. 반면 고가 유닉스 시스템은 판매물량은 적지만 이익률이 훨씬 높은데다가 이익이 많이 남는 관리지원, 서비스, 소프트웨어 등의 부수 판매로 이어지게 된다.

 선은 유닉스 시장에서 정상을 고수하고 있다. J P 모건의 쿤스틀러 분석가는 “선의 90년대말 성장세가 경기침체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통신과 금융 서비스라는 두 분야 최종소비자 시장과 닷컴으로 인해 중단됐다”고 진단했다. 선은 이에 대응해서 자사의 자원을 재배치하고 특히 판매인력을 시장잠재력이 큰 소매와 의료, 정부, 교육 시장에 집중시켰다. 분석가들은 선의 이 같은 전략변경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선은 동시에 하드웨어 라인을 다양화하고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부문의 홍보를 강화시키면서 이익률을 높이기 위해 온힘을 쏟고 있다. IDC 보즈만 분석가는 “선은 아주 잘 짜여지고 관리되는 회사로 미래에 대한 채비가 잘 돼있으나 경기가 회복되기 전까지는 실적 호전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공식 기자 kspark@ibiz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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