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냐, 육성이냐.’
케이블 TV홈쇼핑 채널을 놓고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위원회의 입장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공정위는 건전한 소비문화를 위해 TV홈쇼핑 업체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려는 데 반해 방송위는 케이블 TV 채널 가운데 그나마 수입을 올리고 있는 업체는 홈쇼핑이라며 시장 활성화를 위해 지나친 규제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다소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양측의 이 같은 입장 차이는 날로 성장하고 있는 TV홈쇼핑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힘 겨루기가 아니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남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최근 케이블 TV홈쇼핑 업체, 인터넷 쇼핑몰업체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개최하고 홈쇼핑업체의 불공정 거래행위와 허위·과장광고가 ‘도’를 넘어섰다고 전제, 대대적인 직권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홈쇼핑 사업허가를 받지 않은 케이블TV에 사전 광고 심의를 받지 않은 광고를 내보내거나 광고방송을 송출할 수 없는 중계 유선방송을 통해 통신판매를 하는 업체에 대한 부당광고 행위를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그동안 홈쇼핑업체에 무관심했던 공정위의 이 같은 강경 방침은 업계에서는 이례적인 조치로 받아들이고 있다. 홈쇼핑이 출범한 지 벌써 5년이 넘어섰고 일부 과장광고에 대해 시정 명령이나 경고 수준이 고작이었는데 공정위원장까지 나서서 강경한 자세를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은 지난주 열린 토론회에서도 “최근 전자상거래와 방문판매 분야가 급성장하고 있다” 며 “하지만 시장경쟁이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상거래 질서 확립과 소비자 보호를 위한 일정 수준의 제재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반면 정작 홈쇼핑업체의 견제 권한을 갖고 있는 방송위는 홈쇼핑 채널과 관련한 대응책이 원칙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공정위나 소비자단체의 눈치를 보고 있으며 업계 스스로 자정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며 한 발 물러나 있는 상황이다. 매월 조사하고 있는 과장광고 여부에 대해서도 형식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최근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 10번 이하에서의 과도한 홈쇼핑 채널 배정과 관련해서도 채널 편성권은 전적으로 지역 케이블(SO)사에 있다며 방송위가 관여할 일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남의 일 보듯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심지어 소비자단체에서도 일부 채널에 홈쇼핑이 집중되면서 과소비와 충동구매를 조장하고 시청자의 채널 선택권을 원천적으로 막고 있다고 주장함에도 별다른 대책을 제시하고 못하는 상황이다.
방송위 측은 ”100개가 넘는 채널 가운데 그나마 수입을 올리는 것은 홈쇼핑뿐이고 SO를 비롯한 주요 PP가 모두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며 “케이블TV 가입자 1000만명을 눈 앞에 두고 있지만 아직도 국내 케이블TV 시장은 불안정한 상태”라고 육성 위주의 정책이 불가피함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PP는 그렇다 치고라도 SO는 이미 적게는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에 이르는 흑자를 내고 있다며 너무 안이하게 시장을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홈쇼핑업체의 한 관계자는 “마치 홈쇼핑업체가 떼돈을 버는 것처럼 알려지면서 정부부처는 물론 소비자의 곱지 않은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다”며 “규제든 육성이든 지나친 관심은 소비자 권익보호나 건전한 시장질서 확립에 득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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