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계측기 해외로 도약

 “우리 브랜드로 세계 계측기시장에 도전한다.”

 계측기업체들이 내수시장의 한계를 넘어 해외에서 잇따라 성과를 거두고 있다. 흥창과 메디슨의 좌초 이후 침체에 빠진 계측기업계가 올들어 자체 브랜드로 대규모 수출계약을 체결하고 로열티까지 받는 등 선진국에 오히려 계측기술을 수출하는 성적을 거두고 있다.

 저가형 계측기기의 OEM 생산에 의존해 세계시장의 문을 두드려온 계측기업계가 한국 특유의 기술 강점을 살린 고부가가치 제품과 자체 브랜드로 외국 유명업체와 당당히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 이노와이어리스(대표 정종태)는 해외 무선통신시장을 겨냥해 GSM, CDMA, TDMA방식을 함께 지원하는 기지국계측장비(PN스캐너)를 발표했다. 이 회사는 “CDMA분야에서 국산 계측장비의 상대적 기술우위가 뚜렷이 나타나면서 해외기술제휴 및 수출상담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며 “올 수출규모도 전년에 비해 6배 이상 증가한 100억원에 이를 전망”이라고 밝혔다.

 윌텍정보통신(대표 장부관)은 최근 미국 액터나의 무선계측기사업을 1000만달러에 인수한 데 이어 미국 스프린트사에 총 540만달러에 달하는 필드 계측장비 수출계약을 맺었다. 이 회사는 오는 2005년까지 매출 1억달러를 달성, 세계 5위권 메이커로 진입한다는 방침이다.

 원천기술을 선진국에 역수출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나노트로닉스(대표 한진호)는 이달초 광통신망의 이상 여부를 측정하는 OTDR(Optical Time Domain Reflectometer) 원천기술을 미국 선라이즈텔레콤에 수출, 미국내 제품판매에서 발생하는 매출의 50%를 로열티로 받기로 했다. 한진호 사장은 “국내 기업이 미국에 계측장비 원천기술을 공급한 것은 아마 최초일 것”이라며 “올해 로열티 수익만 100만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창민테크(대표 남상용)는 올초 중국에 370억원 규모의 수자원관리용 초음파 유량계와 수위계를 수출하는 계약을 맺었다. 또 이 회사는 중국 건설업계 관계자들의 신뢰를 얻어 중국대륙을 종횡으로 가로지르는 가스관, 수자원 토목공사 2건에 초음파 유량계 장비를 공급키로 합의했는데 2007년까지 약 1000억원의 추가수주를 예상하고 있다.

 흥창의 계측기사업부에서 분사한 엠아이테크인(대표 배정환)도 유럽·중국업체와 최신형 스펙트럼분석기 ‘MIT 3260’의 수출상담을 벌이고 있으며 향후 자체 ‘MIT’ 브랜드를 흥창에 이어 한국의 대표적 계측기 브랜드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이밖에 LG이노텍은 외국 계측기업체의 최신 기종과 맞먹는 13.2㎓, 26.5㎓급 고성능 스펙트럼분석기 2종을 하반기 출시, 유럽과 중국시장에 800만달러 규모의 계측장비를 수출키로 했으며 이엠시스(대표 김철수)도 전자파 분석용 EMI스펙트럼분석기(ESA-2000)를 유럽 및 일본 대리점을 통해 판매에 나설 계획이다.

 ◇한국 CDMA기술이 일등공신=국산 계측장비가 해외시장에서 뿌리내리기 시작한 1차적인 배경은 한국 CDMA기술의 세계진출 때문이다.

 한국이 CDMA 종주국이란 위상을 갖추면서 국내 CDMA 계측장비 기술에 대한 국제적 신뢰도 역시 덩달아 올라갔다. 한국이 앞서 cdma2000 1x EVDO 등 첨단서비스로 이동통신 선진국 대열에 오르면서 CDMA분야에서 국산계측장비의 상대적 기술우위가 확연해지는 추세인데 올들어 외국기업과 협상 때마다 세계 계측기시장에서 한국기업의 위상이 달라졌음을 실감한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국산 계측기의 해외진출 전망=한국에서 세계적인 계측 전문업체가 나오기 힘들다는 비관적인 전망을 헤치고 유럽 등 각국에서 국내 계측기업체들이 성과를 거두고 있는 상황은 매우 고무적이다. 그러나 국산 계측기종이 두각을 나타내는 분야는 아직 계측기시장에서도 일부 니치마켓(CDMA필드, 기지국테스트장비 등)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계측장비의 수입의존도가 86%에 달하는 열악한 국내시장 상황에서 국산 계측장비의 수출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텃세가 심하고 보수적인 세계 계측기시장에서 국내업체들이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기술력 제고노력과 함께 한국의 국가적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작업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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