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의 통신사업자인 KT의 1대 주주로 국내 최대의 이동전화사업자인 SK텔레콤이 등장함에 따라 이제 양대 공룡의 불안한 동거가 시작됐다.
통신업계 주도권 확보를 위해 그동안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KT와 SK텔레콤은 이제 ‘KT 경영’이라는 새로운 마당에서 상호 견제를 위한 일전을 벌일 전망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양사가 견제와 균형을 어떻게 맞춰나갈지에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당분간 불안한 평형상태 유지=KT의 대주주로 SK텔레콤이 전격 등장했지만 당분간 통신 업계에 커다란 지각변동을 일으키지는 못할 전망이다. 현실적으로 SK텔레콤이 KT의 대주주가 되더라도 KT를 인수하거나 경영권을 확보하는 것은 당분간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전기통신사업법과 공정거래법 등 관련 법규로 이동전화서비스 분야의 1위 업체인 SK텔레콤이 유선통신분야까지 지배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 정통부의 설명이다.
정통부는 특히 완전 민영화 시점 이전에 KT의 정관을 개정, 정관 개정을 어렵게 하는 등 대주주의 전횡을 막기 위한 모든 장치를 완료할 계획이라고 수차례 밝힌 바 있어 SK텔레콤 등의 실질적인 경영 참여는 현실적으로 힘들다.
또한 상법상에는 ‘상호보유주의 의결권 제한’에 따라 KT와 SK텔레콤 양사 중 한 회사가 상대지분의 10%를 초과하게 되면 상호간에 의결권을 상실하게 된다. 양사가 동종업 경쟁자의 경영참여를 제한하는 정관을 폐지하더라도 경영권 참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KT와 SK텔레콤은 상호간에 9.30% 가량을 상호 보유한 상태로 팽팽한 기장을 유지한 채 현행 시장 구도를 유지할 가능성이 커 다소 긴장속의 평형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지분 상호처분 가능성 대두=SK텔레콤이 KT 지분 인수한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는 KT가 자사의 지분을 9.30% 가량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KT가 보유한 물량이 시장으로 쏟아져 나올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주가 폭락사태를 두려워하고 있다.
또한 KT가 현재 보유중인 SK텔레콤 지분 827만주 가량을 외국인에게 매매하면 현재 32.88%인 외국인 지분이 42.00%를 넘게 돼 외국인 지분 보유한도 50.00% 미만에 가까워지게 된다. 이럴 경우 SK텔레콤은 앞으로 해외지분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번에 SK텔레콤이 KT와 상호 동등한 지분을 확보함으로써 이같은 우려를 일소할 수 있게 됐다. 양사 모두 서로에게 위협적인 ‘폭탄’을 쥐게 된 것이다.
하지만 양사가 가지고 있는 ‘폭탄’의 안전핀이 언제 뽑힐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머지않아 양사가 가지고 있는 지분을 맞교환 등 다양한 방식으로 처분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양사에 쥐어진 무기의 파괴력이 줄어들게 돼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평형을 이룰 수 있다는 관측이다.
◇전망=업계에서는 KT와 SK텔레콤이 장기적으로 안정적 평형을 추구하면서도 불안정 평형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SK텔레콤은 KT에 ‘위협’을 줄 만한 지분을 확보함에 따라 그동안 가장 우려됐던 시내전화망의 중립성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 또한 그동안 KT를 통해 이뤄졌던 KTF의 회선재판매에도 딴지를 걸 수 있게 돼 KTF도 간접적으로 통제할 수 있게 됐다.
이같은 국지적인 갈등 상황이 앞으로 수차례 등장할 것이지만 경영권, 인수합병 등 대규모 화두는 당분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을 것으로 보는 입장이 우세하다.
<김규태기자 star@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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