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처럼 자유로이 하늘을 날고픈 욕망은 오랜 세월 인간의 상상력을 끊임없이 자극해왔다. 어깨에 날개가 달린 영웅이 하늘을 날았다는 이야기는 동서양의 신화, 전설에서 매우 흔하게 등장한다. 고대 중국의 천자 순은 험준한 산 속의 감옥에 갇혔을 때 새 날개를 몸에 달고 탈출했다고 전해진다. 조선시대 야사에도 새의 깃털로 비차(飛車)를 만들어 날아다녔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나온다. 중세유럽의 천재과학자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조류의 날개구조를 본뜬 비행기계를 고안해 3차원 공간을 지배하려는 인간의 꿈에 과학의 날개를 달았다. 이후 여러 모험가들이 나름대로 고안한 인공날개를 몸에 달고 땅으로 뛰어 내렸지만 ‘비상’을 위한 인간새(鳥人:bird man)의 희생은 계속됐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초음속 제트기가 날아다니는 세상이 등장했건만 어떤 사람들은 아직도 새를 보며 부러워한다. 사실 옛 조상들이 생각했던 완벽한 비행이란 양 손에 날개를 달고 건물과 들판 위를 날아다니는 인간새의 모습이지, 공항에서 시간 맞춰 탑승하는 대중교통수단이 아니었다.
인간의 신체에 날개를 접목시켜 완벽한 개인 비행체를 구현하는 꿈은 최근 첨단로봇기술의 발달로 현실세계에서도 구현될 조짐이다. 인간새를 구현하는 핵심은 새나 곤충처럼 날개를 펄럭여 공중에 뜨는 날갯짓 비행이다.
날갯짓 비행기술은 지난 90년대 중반 미국방부가 손바닥만한 군용 미세비행체(MAV:Micro Air Vehicle)를 개발하던중 새처럼 날개를 퍼덕이는 비행모델을 채택하면서 세계 항공업계에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수억년의 진화로 검증된 비행모델인 새와 곤충의 날갯짓은 소음이 적고 에너지효율도 높아 기존 고정익 비행기나 헬기를 누르고 새로운 비행기술로 각광받는 상황이다.
머지않아 날개를 퍼덕이는 로봇새가 등장해 시가전에서 적의 동태를 파악하거나 산불감시, 사고현장 통제, 국경순시 등에 다양하게 이용될 전망이다. 이번 2002 월드컵 전야제 때는 국산 로봇새가 등장해 전세계인이 쳐다보는 가운데 한국의 비행로봇기술을 과시하는 역사적인 순간을 만들어낼 것이다.
대전의 벤처기업 뉴로스가 개발한 날개크기 1m의 로봇새(사이버드)는 오는 30일 저녁 전야제가 열리는 상암 월드컵구장에서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를 대신해 힘차게 하늘로 박차오르게 된다.
세계 각국에서 온 축구스타와 청소년들이 날리는 11마리 로봇새의 비행은 인간의 꿈을 대신해온 로봇기술이 3차원 공간으로 향하고 있음을 상징한다. 뉴로스 김승우 사장은 한걸음 나아가 길이 6m의 날개를 컴퓨터로 제어하는 유인 비행로봇을 수년 안에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이카루스의 꿈을 구현하는 영웅이 한국에서 등장하길 기대해 본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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