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AF 2002의 회장직을 수락하고 가장 고심한 것은 훌륭한 작품을 소화할 수 있는 시설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외국에서 오래 활동했기 때문에 유명인사들과 유력업체들의 작품을 참가시키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단지 이들에게 한국에도 국제 애니메이션 전시회를 펼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 있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습니다.”
지난 5월 4일 개막해 12일까지 9일간 서울에서 열린 ‘미디어시티 서울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SIAF) 2002’ 조직위원회의 넬슨 신 회장(65)은 이번 행사에서 가장 고심한 부분이 다름 아닌 시설이라고 토로했다.
“전세계의 내로라하는 애니메이션업계 저명인사와 관계자들을 초청해 마련한 이번 행사에서 자칫 행사를 치를 만한 여건이 조성되지 않았다는 평가를 들을 경우 지속적으로 행사를 하는 데 큰 어려움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특히 급신장세를 보이고 있는 한국 애니메이션산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신 회장의 노력에 힘입어 이번 행사는 세계 최고의 애니메이션 전시회와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을 정도로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번 전시회에 초청된 해외 유명인사들은 행사 전반에 대해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는 평이다.
넬슨 신 회장이 이번 행사의 회장직을 맡게 된 것은 해외에서 쌓은 화려한 경력과 이를 통해 축적한 인맥 때문이다. 신 회장은 지난 71년 혈혈단신으로 미국에 건너간 이후 미국에서 ‘제2의 애니메이션 붐’이 일던 70∼80년대 제작자로 ‘심슨스’ ‘딜버트’ ‘X-맨’ 등 수많은 작품에 참가했다. 85년에는 국내에서 애니메이션제작사인 에이콤프로덕션을 설립해 현재까지 2000여편의 해외 애니메이션 제작에 참여했다. 이런 화려한 경력을 바탕으로 신 회장은 전세계 회원 4500여명의 국제애니메이션필름협회(ASIFA) 회원이며 동시에 한국지부장을 맡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신 회장은 이번 행사에 해외 유명인사와 전문가, 그리고 대작 애니메이션업체들을 초청할 수 있었다.
신 회장이 SIAF 2002에서 또하나 고심한 것은 청소년들이 애니메이션에 친근감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이었다. 이를 위해 ‘지미 뉴트론’ ‘페트레이버3’ 등 대중적인 작품을 소개하고 국내외 유명 애니메이터와 관객들이 대화를 나누는 ‘작가들의 밤’ 등의 행사를 마련했다.
“어린시절 AFKN에서 ‘백설공주’ 등 미국 애니메이션을 보고 이 분야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당시 국내에서는 일을 배울 수 없어 홀로 미국까지 가게 됐습니다. 이번 행사를 통해 우리 어린이들이 애니메이션에 더 많은 관심과 꿈을 가질 수 있었기를 바랍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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