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네임즈, 키워드 서비스 중단 한글키워드등록자 피해 불가피

　

　지난해부터 국내시장에서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통한 한국어 인터넷키워드서비스를 제공해온 미국 리얼네임스사가 파산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이 회사와 서비스 계약을 맺고 사업을 해온 국내업체와 한글키워드등록자들의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

　미 워싱턴포스트지는 11일자(현지시각)에서 “한 소식통에 따르면 리얼네임스가 이미 80여명의 직원을 해고하고 13일부터 자산처분 등 파산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적지 않은 키워드가 6월 말 이전에 사라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 리얼네임스가 급작스럽게 파산절차를 밟게 된 것은 익스플로러를 통해 리얼네임스를 지원해온 마이크로소프트가 이 회사와의 계약을 갱신하지 않기로 한 데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리얼네임스의 한국 공식파트너인 전민원 한글인터넷센터 사장도 “13일 오전 리얼네임스측으로부터 마이크로소프트와 갱신 계약 체결에 실패했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밝혀 이를 공식 확인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00년 초부터 다국어 키워드서비스를 제안한 리얼네임스와 손잡고 인터넷 익스플로러에서 키워드를 리졸브(키워드를 실제 인터넷주소로 변환해주는 작업)해주기로 계약했으며 올해 재계약을 체결할 예정이었다. 즉 마이크로소프트측에서 다른 방식으로 키워드연결 서비스를 지원하지 않는 한 리얼네임스사에 등록돼 있는 키워드는 더이상 익스플로러에서 다국어 키워드서비스에 이용될 수 없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리얼네임스와 연간 계약을 맺고 대행사업자(레지스트라)로 활동해온 한글인터넷센터는 물론 이 센터와 대행계약을 맺고 키워드등록을 받아온 국내의 20여개 도메인 업체들(리셀러) 및 키워드 등록자들에 연쇄 피해가 미칠 전망이다.

　한글인터넷센터는 올초까지 연간 11만원을 받고 키워드를 등록받았으며 올 2월에는 가격체계를 변경해 베이직키워드 7만1500원, 플러스키워드 21만원씩에 각각 판매해왔다. 현재까지 한글인터넷센터를 통해 등록해 기간이 만료되지 않은 한글키워드는 모두 2만개에 달해 서비스가 중단될 경우 직접적인 피해 규모는 최소 22억원에서 최대 42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등록자마다 계약시점이 다르기 때문에 당장 피해 규모를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리셀러와 등록자들의 서비스 지속이 불가능해짐에 따라 간접적인 피해까지 고려하면 그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전민원 사장은 국내업체들에 대한 배상책임에 대해 “피해규모 확인한 후 리얼네임스측에 손해배상을 청구해 국내 리셀러와 등록자들에 보상할 것”이라며 ‘그러나 레지스트라는 대행사업자일 뿐이어서 도메인 판매에 대해 모든 책임을 지지는 않는 것이 관례”라고 말했다.

　인터넷키워드서비스는 미리 키워드를 등록한 뒤 이를 웹브라우저 주소창에 입력하면 웹사이트로 바로 연결되도록 고안된 서비스다. 리얼네임스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지원에 힘입어 연간 49∼498달러의 사용료를 받으며 키워드 등록사업을 해왔다.

　한편 짧은 키워드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으로 인해 전세계 네티즌을 사로잡았던 리얼네임스가 이렇게 침몰함에 따라 여기에 기대를 걸고 한글키워드를 등록했던 국내 도메이너들 사이에 해외 도메인사업자에 대한 불신이 증폭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는 최근 고가의 무선숫자도메인 서비스를 선보이며 국내시장 공략에 나선 베리사인(웹넘)에도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또 마이크로소프트가 제3의 사업자와 손을 잡을지 여부는 아직 전망하기 이르지만 국내의 경우 한글인터넷센터의 경쟁사업자였던 넷피아닷컴이 최대의 수혜를 입게 될 것이란 게 업계의 관측이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