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반에 걸처 인터넷 사용이 보편화되고 기업간 업무도 네트워크로 연결됨에 따라 개인은 물론 기업내부의 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정보보호산업이 유망한 산업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정보보호시장은 다른 첨단산업에 비해 아직 그 규모가 작지만 연평균 30%대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어 오는 2005년께에는 9000억∼1조원대의 거대한 시장을 형성할 전망이다. 더욱이 생체인식분야까지 포함하면 1조원을 훨씬 넘어서 명실상부하게 ‘정보보호산업’의 입지를 확고히 굳힐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정보보호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배경에는 무엇보다도 인터넷의 확산을 빼놓을 수 없다. 이미 우리나라 총 인구의 절반에 달하는 2400만여명이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을 정도로 세계 최고의 인터넷 이용국가로 발전한 것이 정보보호산업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인터넷은 개인이나 기업에 모두 편리한 생활을 가능케 했지만 해킹이나 바이러스로부터 피해를 입을 가능성 또한 높아지게 돼 정보보호 제품의 수요가 최근들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해킹의 경우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음이 여러 사례들을 통해 입증되고 있다.
최근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가 밝힌 해킹실태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올 3월까지 국내 4300여 서버시스템이 해외 해커들로부터 해킹을 당했으며 이 가운데 30여곳은 정보통신망 보안을 책임지고 있는 정보보호업체·공공기관·연구기관 등인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었다.
또 한국정보보호진흥원(KISA)에 따르면 지난해 처리한 해킹신고 건수는 2000년 대비 174% 증가한 5333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69%인 3664건이 해킹을 하기 위한 스캐닝시도 관련 신고인 것으로 드러났으며, 872건의 국경간 해킹 가운데 절반 가량은 한국이 경유지로 활용된 것으로 나타나 한국의 정보통신 인프라가 해외 해커들에게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실정이다.
해킹뿐만 아니라 바이러스도 정보보호산업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지난해 한 정보보호업체가 금융기관 및 공공기관·일반기업체 등 30여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를 보면 대상기업의 55%가 보안침해를 받은 경험이 있고 이 가운데 76%는 바이러스로 인한 침해인 것으로 나타나 바이러스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줬다.
<연평균 30%의 성장률 지속>
정보보호산업은 크게 시스템 및 네트워크 보안제품과 보안서비스로 구분할 수 있다. 시스템 및 네트워크 보안제품에는 침입차단시스템(방화벽)을 비롯해 가상사설망(VPN), 공개키기반구조(PKI) 및 암호화, 침입차단시스템(IDS), PC보안, 서버보안, 보안관리 SW, 바이러스 백신 등이 해당된다. 보안서비스에는 보안관제서비스, 인증서비스, 보안컨설팅 등이 해당된다.
한국정보보호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정보보호시장은 3000억원 규모로 추산되며, 이 가운데 방화벽과 IDS·PKI·VPN·바이러스 백신 등이 전체 시장의 70%를 차지해 정보보호 산업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정보보호시스템 시장은 대략 2570억원 규모인데 비해 서비스시장은 200억원도 채 안될 정도로 아직 초기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하지만 올들어 정보보호 컨설팅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올해는 3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며 오는 2005년에는 600억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시스템과 서비스시장을 합친 전체 정보보호시장 규모가 올해 4000억원 수준으로 늘어나고 연평균 30%대의 성장을 지속, 오는 2005년에는 96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들어 정보보호산업에서 눈에 띄는 현상 가운데 하나는 인증관련시장과 정보보호 컨설팅 시장의 개화다.
특히 인증관련시장의 경우 PKI 기술이 신분확인 및 암호화를 위한 최적의 솔루션으로 부상하면서 인터넷뱅킹은 물론 사이버트레이딩·전자세금계산·행정민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케이사인을 비롯해 이니텍·소프트포럼·드림시큐리티 등의 업체가 다양한 PKI 응용솔루션으로 적용분야를 확대하고 있어 오는 2005년까지 연평균 26%의 비교적 높은 성장률이 예상된다.
지난해 7월 정보통신기반보호법 시행의 여파로 정보보호 컨설팅 시장도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이미 올들어 행정자치부와 정보통신부·국민연금공단 등에 대한 보안컨설팅이 발주됐다. 또 정통부가 2차로 재경부·금융감독위원회 등을 대상으로 정보통신기반시설 추가지정을 앞두고 있어 정보보호 컨설팅 시장을 잡기 위한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네트워크 보안제품과는 별도로 분리되는 DVR와 생체인식시장도 급신장하고 있다. 특히 DVR는 지난해 9.11 미국 테러 이후 수요가 급증하기 시작해 내수는 물론 해외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통합형 제품출시 잇따라>
최근 네트워크 보안제품시장의 화두는 ‘통합’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일체형으로 된 하드웨어 일체형 제품개발이 활기를 띠고 있으며 방화벽과 VPN을 합친 제품도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이와 함께 침입차단시스템·IDS·VPN 등 단품 솔루션들을 하나로 묶어 운영·관리할 수 있는 통합보안관리(ESM) 시스템도 정보보호시스템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ESM솔루션은 지난해 국내 시장규모가 129억원이었으나 올해에는 업체들의 잇따른 참여와 공격적인 영업에 따라 188억원 규모로 늘어날 것으로 보이며 오는 2005년까지 연평균 45%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밖에 무선인터넷을 통한 전자상거래가 본격화됨에 따라 무선인터넷 보안제품 개발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 시장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40억원대에 불과했지만 앞으로 매년 80%의 높은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국내 정보보호산업의 매출 규모는 지난해를 기준으로 GDP의 0.06%, 정보통신산업 전체의 0.2% 수준으로 아직까지는 다른 산업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술력이 우수하고 국내외 잠재시장이 커 전망은 밝은 편이다. 다만 신규 업체가 우후죽순으로 늘어나 업체간 과당경쟁도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해외진출이나 신기술 개발 등의 적극적인 대안이 요구된다.
<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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