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금융청과 일본은행이 8일 미즈호파이낸셜그룹에 대해 지난 4월 발생한 시스템 장애를 문제삼아 원인 규명 등을 위한 직접 조사에 착수했다.
자산기준 세계 최대 규모의 메가뱅크로서 일본 금융계의 새 자존심을 지켜줄 막대한 임무를 띤 미즈호였던 만큼 이번 시스템 장애는 일본인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경제침체기에 빠진 90년대 ‘잃어버린 10년’을 잊고 새 출발하려 했던 경제·금융계의 충격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과 금융청은 한달에 걸쳐 장애의 원인은 물론 대응이 적절했는지 효과적인 재발방지책을 수립했는지 철저하게 규명해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이다. 한때 250여만건의 송금처리 지연으로 이어졌던 미즈호의 전산망 오류 사태는 결국 당시 다이이치칸교, 후지, 니혼코교 은행장의 사퇴는 물론, 현 경영진에 대한 문책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또한 미즈호은행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신뢰 손상이라는 상처를 입은 셈이다.
이번 시스템 장애는 특히 합병은행 3사간 원활한 의견 조율이 안돼 실제 실무를 처리할 엔지니어들에게 전산망 통합을 위한 충분한 준비기간이 주어지지 않았다는 데 큰 문제가 있다. 탁상공론만 중시되고 실제 이를 움직일 전산 엔지니어에 대한 이해가 결여됐던 것이다.
한 일본인 프로그램 엔지니어는 “엔지니어들 사이에선 이미 지난해부터 미즈호가 한 건할 것이라고 공공연하게 얘기돼 왔다”며 “전산망에 대한 인식이 결여된 경영자측이 통합을 위한 충분한 시간을 엔지니어에게 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시스템이 완벽하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강행한 데 대한 대가”라고 지적한다.
한번의 실수를 두고두고 곱씹으며 같은 실수를 두 번 다시 안저지르는 걸로 유명한 일본기업. 이번의 치명적인 실수를 어떻게 해석해 대처해 나갈지 두고 볼 일이다.
<도쿄 = 성호철 특파원 hcs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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