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만이 살아남는다’라는 키워드는 과거 수십년간 전자업계 종사자들의 뇌리를 감돌고 있는 말로 글로벌 스탠더드로 요약되는 국경없는 전쟁시대에서도 유용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전자업종은 여타 산업에 비해 기술발전 속도가 빠르고 기술력이 없으면 사업을 지속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심지어 1등이 아니면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1등기업은 대부분의 업체들이 고전하는 불황기 속에서도 안정된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고 후발업체에 비해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글로벌 경제에서 세계 최강기업으로 분류되고 초일류 상품을 생산하면서 세계 시장을 리드한다는 것은 무한한 영광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들 기업이 전자산업의 각 영역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하루 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1등기업의 필수조건인 브랜드파워를 향상시키기 위해 단기적인 성과가 나지 않는 무형자산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와 독특한 기업철학을 제품 생산에 그대로 반영하는 등 끊임없는 투자와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실제 미국시장에서 최초 상기도 56%를 기록한 ‘소니’라는 브랜드는 단지 부르기 쉬운 ‘S.O.N.Y’라는 네 글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창조적인 제품을 통해 그만큼 소비자들의 가슴속에 기업가치를 심어줬기 때문에 가능했다.
국내에서도 백화점을 찾은 노 할머니의 ‘삼성 딤채 주세요’라는 말은 무형자산인 브랜드 가치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주는 대표적인 에피소드로 기록되고 있다.
국내 전자업계의 1위 기업인 삼성과 김치냉장고 시장의 리딩기업인 만도공조의 딤채를 브랜드 가치로 인해 혼동한 것이다.
유행을 좇지 않고 제품의 디자인과 기능을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품질향상에 주력하는 GE 등 대표적 굴뚝기업의 뚝심경영도 매출규모 1000억달러 이상의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원천기술력 확보를 통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시장가격 질서를 유지해 나가는 시장선점 효과를 누리는 후지쯔의 경영전략도 2등기업엔 벤치마킹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경쟁사에 비해 한 발 앞서 제품을 출시하는 스피드 경영으로 디지털카메라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올림퍼스광학과 미래를 내다보는 최고경영자의 과감한 투자에 이은 원천기술 확보도 후발업체들의 추격을 따돌릴 수 있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2등기업, 후발업체들이 전자산업의 각 분야를 리드하고 있는 이들 선발업체를 추월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LG전자가 세계 최대 에어컨 생산업체로 자리잡은 것은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국내 업체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내 업체들이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버티고 있는 시장에서 주도권을 뺏을 수 있는 방법은 뭘까.
전문가들은 가장 소극적인 전략이면서 절대로 1등의 지위를 부여하지 않는 니치전략을 버리고 정면승부를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전세계적으로 브로드밴드 인프라 구축이 가장 잘 돼 있는 우리나라의 인터넷 및 디지털 인프라를 바탕으로 차세대를 향한 시스템 구축과 원천기술력 확보에 눈을 돌려야 한다는 것이다.
초광속으로 변하는 시대 상황에 맞는 상품의 선택과 집중적인 생산을 통해 공룡기업의 비효율성을 과감히 제거하는 최고경영자의 역할도 요구되고 있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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