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사피엔스 이야기>(16)청소부 로봇

 최근 로봇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내로라는 대기업들이 잇따라 퍼스널 로봇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향후 20년안에 로봇이 자동차산업과 맞먹는 거대시장이 된다더라 식의 거창한 미래 사업계획서를 배경으로 ○○그룹 로봇연구소가 속속 생겨나는 것이다.

 사람들은 돈많은 대기업이 로봇사업을 시작하면 뭔가 획기적인 첨단로봇이 나올거라 생각하겠지만 유명 대기업들이 내년쯤 상용화할 로봇컨셉트를 살짝 엿보면 진공청소기에 전동바퀴를 덧붙인 ‘청소로봇’이 주류를 차지한다.

 대기업의 조직논리는 항시 무난하고 위험성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흐르기 쉬운데 청소로봇은 대기업 연구소의 개발취향에 딱 들어맞기 때문이다.

 가사노동에서 가장 성가신 청소일을 로봇에게 시키는 것은 대부분의 가전회사들이 오래전부터 꿈꿔온 일이다. 주인이 집을 비운 사이에 방 안을 돌아다니며 청소하는 로봇. 완벽한 제품만 개발한다면 황금시장은 떼놓은 당상이다.

 수많은 가전업체들이 청소로봇 개발을 목표로 달려들었지만 여지껏 상용화된 사례는 지난 연말 유럽의 일렉트로럭스사가 출시한 원반형 청소로봇이 유일하다.

 가전왕국인 일본에서도 마쓰시타가 향후 2∼3년 뒤에 내보낼 시제품 청소로봇을 선보인 것이 고작이다. 이처럼 청소로봇이 좀처럼 실용화되지 못하는 것은 집안을 청소한다는 것이 매우 까다롭고 정교한 작업이기 때문이다.

 청소로봇이 집안을 돌아다니려면 우선 가구집기를 피하면서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는 첨단기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로봇 몸통에 주렁주렁 센서를 달다보면 대당가격이 수백만원대로 올라간다. 또 배터리로 가동되는 청소로봇의 먼지흡입장치는 일반 진공청소기보다 약해서 깔끔한 청소도 쉽지 않다. 한번 청소하고 지나간 구역을 인식하지 못하면 5∼6평짜리 거실을 청소하는데 1시간씩 걸리거나 방 한구석에서 하루종일 벽면과 씨름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현재 로봇공학자들은 이런 문제점을 하나씩 해결하고 있어 향후 2년안에 청소로봇은 우리 일상생활에 실용화될 것이 확실하다.

 그러나 청소로봇은 가정보다는 교실바닥이나 복도, 빌딩유리창처럼 정형화된 공공시설을 청소하는데 훨씬 효과적이다. 사실 집안청소까지 로봇에 맡기는 것은 한없이 게으름피우고픈 인간의 욕심이 아닐까 생각된다. 로봇기술은 가능한 힘들고 위험한 업무에 우선 적용되는 것이 정석이다.

 산동네 언덕길이나 강변에 쌓인 쓰레기를 치우는 공공 청소로봇이 나오려면 민간기업의 시장논리보다 정부가 직접 나서 제품개발을 지원해야 한다.

 로봇이 우리의 생활환경을 깨끗하게 만드는데 일익을 담당하는 시기도 멀지 않았다.

 bail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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