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대 이동통신사업 성장 고려 사항
이동통신 기술이 3세대로 이행하는 데는 몇 가지 중요한 문제점이 있다. 그 중에서도 사업허가 조건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나라에 따라 관련 법규가 다르지만 네트워크 범위, 사업허가 유효기간, 각기 다른 세대 기술간 로밍 기능, 성능의 하한 기준, 시설장비 공용 등을 규제하고 있다. 네트워크 구축 범위와 사업허가 유효기간에 따라 네트워크 인프라에 대한 투자 규모·회수기간 등이 결정된다.
일부 통신업체는 2세대와 3세대 네트워크를 모두 갖추고 있어서 3세대 서비스사업에 진출하는 신규 업체에 비해 경쟁에서 매우 유리한 위치에 놓여 있다. 이런 통신업체들은 신규 서비스업체들이 일정 수준의 시장을 점유할 때까지 도매요금으로 네트워크를 임대해주도록 규제해야 한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International Telecommunications Union)이 3세대 기술 수준을 대역폭으로 정해놨지만 나라별로 최소한의 대역폭을 별도로 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대역폭 기준은 대체로 ITU가 정한 것보다 낮다. 미학 및 환경을 고려해 유럽의 일부 서비스업체는 안테나 기둥과 장비함 등의 시설을 공유하도록 돼 있다. 다른 지역에서도 같은 이유로 경쟁업체들이 기본적인 시설을 공유하는 경우가 있다.
다음으로 고려해야 할 중요한 사항은 재정적인 압박이다. 무엇보다 사업허가 시 정부 당국에 내는 막대한 허가비가 서비스업체의 수익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특히 재정적 부담이 큰 나라는 영국과 독일이다. 게다가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도 엄청난 초기투자 자금이 필요하다. 같은 지역을 포괄한다 하더라도 3세대 네트워크를 구축하려면 2세대 네트워크보다 2∼4배 정도 더 많은 기지국을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훨씬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또한 요금청구시스템을 포함하는 새로운 운영시스템을 설치하는 데도 적지않은 자금이 소요된다. 그뿐 아니라 모든 서비스업체는 콘텐츠를 확보해야 하며 신규 사업자들은 휴대형 단말기 보급 체제를 갖춰야 한다.
2.5세대나 2.75세대 또는 3세대 이동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또 하나의 커다란 걸림돌은 휴대단말기의 부족현상이다. 기술적인 이유 등으로 인해 GPRS 단말기의 출시가 지연되고 있어서 유럽에서의 GPRS 서비스 개시가 늦어지고 있다. 더군다나 EDGE 단말기 사정은 이보다 더 나쁘다.
또 하나 휴대단말기에서 중요한 기술적인 문제는 2세대에서 2.5세대나 2.75세대로 이행할 때 로밍이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 세대로 넘어갈 때 사용자들이 단말기를 두 개 들고 다녀야 하는 사태가 오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미국 AT&T와 싱귤러는 EDGE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GPRS 단말기 부족현상에 비춰 전문가들은 앞으로 WCDMA 단말기가 제때 공급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아심을 갖고 있다.
몇몇 시장조사 보고서는 오는 2004년 말까지 GPRS 단말기가 제대로 보급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지만 이미 노키아·삼성·LG 등 주요 업체가 대량생산 체체를 구축, 본격적인 보급기에 접어들었다.
유럽 전문가들은 한국과 일본 GPRS 단말기가 유럽 시장에 진출해 머지않아 지배하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이들 나라 통신기기업체들은 cdma2000 계열의 새로운 세대 단말기를 서비스 시기에 맞춰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다양한 cdma2000 1xMC 단말기를 앞세워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LG·미쓰비시·교세라·소니 및 미국의 모토로라 등도 cdma2000 단말기를 출시하고 있다.
차세대 데이터서비스의 주요 사용자층은 직장인과 젊은 세대다. 하지만 유럽에서는 12개월 이상 장기 서비스 계약을 맺은 가입자에게만 2.5세대 단말기를 공급하고 있는데 문제점이 있다. 왜냐하면 젊은 세대는 이 같은 장기 서비스 계약을 거의 맺지 않는 성향이 있기 때문이다. 또 직장인 중에서도 장기계약을 싫어하는 가입자가 상당수 있다.
또 네트워크의 효율적인 구성과 규모의 예측도 어려운 문제다. 차세대 이동데이터서비스를 제공하려면 현재보다 많은 기지국을 세워야 하는데 여기에는 정부의 규제, 후보 대지 소유자의 판매 거부, 환경보호단체의 반대 등 여러 가지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 기존 2세대용 기지국 인프라를 이용해 2.5세대, 3세대용 기지국이나 필요한 다른 시설물을 설치한다면 지역에 따라 고르지 못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되거나 성능이 떨어질 것이다.
음성통신과 달리 패킷 교환 데이터통신의 경우는 수요를 예측할 수 있는 모델이 없어서 네트워크 규모를 정하기 어렵다. 그래도 2.5세대 데이터통신에 대한 수요는 비교적 쉽게 예측할 수 있으나 3세대는 대략 추정하는 도리밖에 없을 것이다. 이와 함께 대부분의 기존 기지국의 역송용량을 늘리기가 어려운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광케이블로 연결된 기지국은 별 문제가 없겠지만 대부분의 기지국은 극초단파 전송시스템으로 연결돼 있는데 이것은 cdma2000이나 WCDMA용 기지국을 지원하기에는 용량이 부족하다. 이런 기지국 용량의 병목현상은 결국 최종 사용자의 대역폭을 상당히 낮추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이동데이터통신서비스의 성장에 걸림돌이 되는 요인은 기대 이하의 서비스, 콘텐츠 부족, 미흡한 가용성 등이다. 그동안 언론매체·서비스업체 및 정보기기업체들이 지나치게 홍보해 소비자들이 기대에 부풀어 있는데 실제 서비스의 속도와 성능 등이 거기에 미치지 못할 것은 뻔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비스업체들은 여전히 광고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또 콘텐츠가 풍부하고 품질이 우수해야 하는데 서비스업체들이 콘텐츠 개발에 별로 투자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콘텐츠제공업체에 대한 지원도 거의 하지 않는 실정이다.
게다가 유럽의 서비스업체들은 콘텐츠 개발예산은 삭감하면서 매출이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런 기대가 2세대 서비스에서는 가능할지 모르나 3세대 서비스에서는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각 업체, 특히 신규 참여업체들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다.
유럽의 2세대 이동데이터서비스가 실패한 또 다른 이유는 서비스업체들이 사용자들의 태도 변화를 잘못 예측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소비자들이 유선인터넷에서와 마찬가지로 무선(이동)인터넷에서도 원하는 콘텐츠를 찾기 위해 힘들여 내비게이션을 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사용자들은 검색을 위한 내비게이션을 거의 하지 않았다. 이것은 내비게이션 설계가 미흡하고 단말기의 크기가 작은 데 주요 원인이 있다.
◆유럽시장 전망
이동통신업계가 극복해야 할 문제가 많기 때문에 이 분야 산업의 앞날은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서 유럽 업계의 몇 가지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
먼저 유럽의 이동통신서비스와 통신기기업체들이 파산할 것이라는 극단적인 시나리오를 생각할 수 있으나 그보다는 대부분의 업체가 살아남기는 하겠지만 차세대 이동데이터서비스 시장이 기대에 훨씬 못미치는 느린 속도로 성장할 것이라는 예상을 할 수 있다.
2001년 하반기에는 GPRS의 채용 속도가 느렸지만 올해 하반기에는 GPRS의 채용 속도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3세대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서비스업체들은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업체는 “새로운 네트워크를 구축하면 소비자들이 따라올 것”으로 믿고 당초 계획을 그대로 밀고 나가고 있는 반면 다른 업체들은 계획을 대폭 축소하고 있다.
3세대 네트워크 구축 계획을 계속 추진하는 업체들은 대부분 2세대 네트워크를 통한 서비스에서 상당한 이익을 올리고 있는 회사인 데 비해 신규 또는 2세대 서비스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는 업체들은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또 서비스 지역이 상대적으로 넓은 업체들은 3세대 네트워크의 구축을 늦추면서 그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개시되면 넓은 지역과 용량을 무기로 시장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을 세우는 반면 서비스 지역이 좁은 업체들은 새로운 네트워크 구축을 중단하거나 도시 지역에 국한하는 대신 기존 네트워크를 새로 설계해 서비스 신뢰성을 높인다는 전략을 짤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서비스업체들은 보급 확산을 위해 요금을 새롭게 조정하고 단말기 제조업체들에 GPRS 기능이 있는 단말기를 조속히 생산할 것을 종용할 것이다.
3세대 서비스의 확산이 늦어질 경우 관련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재정적인 압박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이는 유럽 이동통신업체들은 자연히 자금 시장으로 눈을 돌리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유럽 시장에 진출하려고 하는 다른 지역 통신업체들이 유럽 업체들의 네트워크를 매우 낮은 비용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주로 한국·일본·미국 등의 업체들이 이런 목적으로 유럽 업체들을 매입하거나 그들과 제휴하려고 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GPRS 단말기가 사업성이 있을 정도로 널리 보급되면 이동데이터서비스의 콘텐츠가 부가가치가 더 높은 서비스로 전환될 것이다. 그리고 일단 GPRS 서비스를 통해 데이터서비스에 대한 인식이 부각되고 나면 다음 단계인 WCDMA기술로 순조롭게 이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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