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도 아닌 벤처가 서버 시장에서 독자 브랜드를 갖고 간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국내 유명 PC사업자와 협력하는 방안에 기대다 실패한 후 택한 차선이었지만 지금은 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습니다.”
e슬림코리아의 윤영태 사장(38)은 마더보드(주기판) 업체인 MSD 대표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사업부로 운영해오던 서버 영역을 분사한 지 꼭 1년. 그러나 윤 사장은 지금은 ‘국산 브랜드를 단 서버’를 공급한다는 자부심에 e슬림코리아 대표로 불리기를 원한다.
윤 사장이 서버 사업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2년전 중국에서 열린 컴퓨터 엑스포에서다. 당시 노트북 OEM분야의 세계적인 기업인 퀀타가 서버 사업을 준비하면서 공급선을 찾던 중이었다. 그러나 서버 시장에 명함도 내밀지 못하고 있던 MSD에게 그 기회가 올 것이라고는 윤 사장도 생각지 못했다. 윤 사장은 이에 대해 ‘운이 따랐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윤 사장의 겸손이다. 당시 MSD는 중국에 월 6만∼8만대 정도의 마더보드를 납품, 대만업계에서는 인지도가 꽤 높았다. 그 신뢰가 윤 사장에게 새로운 기회를 부여한 셈이다.
컴팩코리아를 비롯한 대형 외국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는 국내 PC서버 시장에 e슬림코리아의 출현은 기대 이상의 반응으로 나타나고 있다. e슬림코리아가 출시한 서버 ‘트라이젬 서버 e슬림1000’은 1U(슬림서버) 제품으로는 가장 빠른 출시였다. 노트북 제조의 노하우를 슬림서버에 적용한 퀀타의 기술력에 바탕했다는 점이 한몫했다.
지난해 야후코리아에 300대를 공급하는 등 지금까지 2000대를 웃도는 공급 실적을 보유한 e슬림코리아는 올해는 방송사·언론사를 중점 대상으로 영업을 전개할 계획이다. 아직까지 발을 내딛지 못한 금융권에 진입하기 위해서라도 안정적인 레퍼런스 사이트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별다른 홍보나 광고를 하지 않아도 RFQ가 들어오고, 또 일부는 우리 제품 사양에 맞춰 아예 RFQ를 내기도 할 땐 정말 뿌듯합니다.”
이런 상승세를 타고 올해는 4000대 판매를 목표로 세웠다. 오는 7월에는 퀀타의 블레이드 서버가 출시됨에 따라 다시 한번 바람을 일으킨다는 각오다.
윤 사장은 자본금 2억원 규모의 기업으로 엄청난 출혈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이 시장에 뛰어들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으로 밤낮으로 뛰어다니는 직원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회사를 인수하거나 투자를 받으라는 권유를 귓전으로 흘리는 것 역시 고생한 직원들과 ‘분배의 원칙’을 살리고 싶기 때문이다.
<글=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
사진=정동수기자 dsch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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