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보기기의 핵심 부품으로 자리잡고 있는 난드 타입의 플래시메모리가 공급부족사태를 빚음에 따라 국내 정보기기 업체들이 생산차질로 후유증을 앓고 있는 반면 삼성전자는 올 1분기 플래시메모리 분야에서 지난해 4분기에 비해 200% 매출이 급증하고 관련 대리점도 수익이 증가하는 등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이중고 겪는 소형 정보기기업체들=대형업체들은 삼성전자의 대리점을 통해 고정 물량을 확보해왔기 때문에 가격이 상승하더라도 생산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량확보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소형업체나 2분기에 신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던 신규진출 회사에는 생산과 마케팅정책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플래시 공급부족으로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곳은 MP3, USB 저장장치 생산업체다. 특히 이들은 최근 해외에서 대규모 계약을 성사시키고 있어 부품확보가 어려워질 경우 수출차질까지 우려되고 있다. 가격급등으로 채산성이 악화되고 있는 것은 오히려 다음 문제다.
비교적 대규모인 MP3업체들은 그동안 플래시 메모리 가격상승에 대비해 재고물량을 여유있게 비축해왔기 때문에 당장 생산에 차질을 빚을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MP3 제조원가에서 30% 이상을 플래시메모리가 차지하고 있어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곧바로 MP3 가격상승으로 이어져 그동안 저가경쟁을 치열하게 펼쳐온 MP3업체들을 더욱 어렵게 만들 전망이다. 또한 공급부족사태가 한달 이상 지속될 경우에는 생산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대규모 수출계약을 체결한 업체들도 당초 계약때와 달리 원가가 상승해 바이어들과 재협상을 펼쳐야 하는 것은 물론 납품시기를 맞추지 못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MP3업체의 한 관계자는 “국내수급이 원활하지 못할 경우 해외에서 수입해 오는 경우도 있었으나 최근에는 아시아 시장 전체적으로 공급이 부족해 물량확보가 더 어려워졌다”며 하소연했다.
◇표정관리하는 삼성과 대리점들=삼성전자는 올 1분기 내수시장뿐만 아니라 대만, 일본, 중국 등에서 플래시메모리를 공급하며 전분기에 비해 200% 매출이 증가하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소니 등이 디지털카메라 생산을 위해 메모리스틱 형태로 대량구매하고 있는 데다 최근에는 64MB, 128MB 모듈 등으로 메모리 구매형태가 대용량 위주로 재편되고 있어 수익성이 갈수록 향상되고 있다. 특히 난드형 메모리를 제조하는 업체가 삼성전자와 도시바 등으로 제한적일 뿐인 데다 도시바가 최근 미국 공장 매각 후 플래시메모리 생산이 정상화되지 않고 있어 삼성전자의 독주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또 삼성전자의 국내 대리점들도 지난해에는 MP3분야에 대한 플래시메모리 수요예측이 빗나가고 덤핑물건이 나돌아 어려움을 겪었으나 올초부터는 지속적인 가격상승으로 톡톡한 재미를 보고 있다.
◇언제 풀리나=유통업계의 관계자는 “공급부족의 원인이 내수시장의 단기적 영향보다는 전세계적인 공급부족과 관련돼 있어 수급상황이 호전되기까지 상당기간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일러도 도시바의 추가 라인이 생산에 돌입하는 3분기까지는 지속될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가격상승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관계자들은 “난드형 타입과 노어형 타입은 가격과 성능에서 서로 경쟁적이기 때문에 난드형 가격이 좀더 올라는 가겠지만 상승폭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난드(NAND) 타입과 노어(NOR) 타입이란=난드 타입 플래시메모리는 삼성전자, 도시바 등이 생산하는 제품으로 셀 구조가 비교적 간단해 메모리 용량을 늘리는 데 적합한 제품이다. 87년 일본 도시바가 제안해 생산이 본격화됐으며 셀간의 작동 저항이 크기 때문에 읽기 속도가 느리다는 단점이 있으나 셀 면적을 줄일 수 있어 HDD 등 저장장치의 대용품 및 디지털카메라의 데이터 저장 등에 널리 쓰이고 있다.
반면 코드프로세싱, 고속의 데이터처리가 필요한 곳에서는 셀 구조를 병렬로 처리해 속도를 높인 노어 타입의 플래시메모리가 주로 사용된다. 난드 타입에 비해 가격도 3배 정도 비싸다.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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