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덕 과학재단 이사장 cdkim@koef.re.kr>
우리는 주변에서 생각지도 않게 운좋은 발견을 우연히 하게 됐다고 자랑삼아 이야기하는 것을 종종 듣곤 한다.
특히 실험실에서 연구에 몰두하다가 전혀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발견을 해낸 여러 가지 사실들이 있다. 이러한 ‘우연에 따른’ 발견은 대단히 많은데 그 중 X선이나 페니실린, 테플론, 포스트잇, 비아그라 등이 대표적인 사례가 될 수 있다.
3M사의 포스트잇은 강력 접착제를 연구 개발하던 중 원래 구상했던 강력접착제를 만드는 데 실패하고 대신 그 실패의 결과물인 힘 약한 접착제를 메모용 종이 위에 도포해 쉽게 붙였다 떼었다 할 수 있는 제품으로 용도를 바꿔 개발해 사업에 크게 성공한 것이다.
또한 ‘신이 내려준 20세기 마지막 선물’로까지 묘사되는 비아그라 역시 개발 실패에 기인한 우연의 발견이었다. 영국의 파이자샌드위치연구소는 80년대 초반부터 협심증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92년 개발된 협심증 치료약(실데나필-비아그라의 성분명)을 임상실험하면서 실망스러운 결과를 얻게 됐다. 그동안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협심증 약이 완전 실패로 돌아가는 순간이었다. 이때 폐기 직전의 약을 발기부전증 치료에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오늘날의 비아그라를 탄생시킨 것이다.
또 2001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일본 노요리 료지 박사의 경우 촉매의 배합을 잘못한 실험을 단순히 실패로 보지 않고 오히려 그 실패의 결과에 착안해 연구를 지속한 것이 전도성 플라스틱을 발견하게 된 계기가 됐다.
이와 같이 과학의 영역에서는 뜻하지 않는 우연이나 실수가 역사적인 발견을 낳게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그것을 막연한 우연이 아니다. 그 ‘우연’은 연구자가 그때까지 혼신의 노력을 쌓아 온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파생된 ‘필연적 우연’이라고 할 수 있다. 언제나 강한 통찰력을 가지고 주도면밀히 준비하고 있는 자만이 우연이 우연으로 끝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즉 연구자의 노력과 통찰력이 ‘우연’을 ‘발견’으로 이끌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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