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월드컵을 한달 남짓 앞둔 가운데 외국인들이 국내에서 데이터 통신을 마음놓고 사용할 수 있는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이 행사를 우리 정보기술(IT)수준을 널리 알리는 IT월드컵으로 만들겠다는 정책 당국의 의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칫 IT 월드컵이 음성통신에 국한한 ‘구세대 IT기술’만 알리는 장이 될 수 있다며 지금이라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속 데이터 통신 사용이 힘들다=노트북PC 등을 이용한 데이터통신 서비스가 열악하다. 외국인이 노트북PC로 인터넷에 접속하려면 PCMCIA 카드를 구입해 신규로 서비스에 가입해야 한다. 국내 이동전화사업자들은 노트북PC용 ‘PCMCIA 카드’를 임대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외국인은 통신요금 외에도 구입비와 가입비 등 10여만원을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
공중망 무선랜(WLAN)은 공식 파트너사인 KT가 월드컵 경기장 내에서 임대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나 한 경기당 임대 사용료가 30만∼50만원이나 된다. 이 정도를 내고 쓸 외국인이 있겠느냐는 것이다.
더욱이 SK텔레콤과 KTF가 제공할 cdma2000 1x EVDO서비스도 네트워크 용량의 한계로 사실상 월드컵 경기장에서 다수의 외국인이 사용하기는 힘들 전망이다.
◇무선인터넷 콘텐츠 접근도 어렵다=이동전화사업자들은 별정사업자들을 통해 공항과 호텔 등에서 외국인 대상의 단말기 임대 제도를 시행중이다. 그러나 이들 단말기는 음성통화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데이터 통신이 가능한 단말기 수는 턱없이 모자란다.
공항 등에서 임대하는 단말기로는 한글 콘텐츠만 접근할 수 있다. 영어·일어로 된 무선인터넷 콘텐츠가 없다. 이동전화사업자들은 월드컵이 열리는 다음달에야 영문 콘텐츠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뿐 아니라 외국인이 국내에서 유무선 통합 서비스를 받는 것도 쉽지 않다. 우선 외국인 등록번호로 국내 유무선 포털에 가입해야 하나 대부분의 유무선 포털에서 외국인 등록시 문제가 발생한다. 법무부는 외국인 등록번호인식 프로그램을 보급중이나 통신사업자에 제대로 홍보되지 않았다.
◇해결책은 있다=이번 월드컵에서 데이터 통신 강국임을 외국인들에게 알리려면 시연용 수준의 서비스를 강조하기보다는 현상황에서 원활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분야를 집중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데이터 통신용 PCMCIA 카드에 대한 임대제도를 도입해 노트북PC를 쓰는 외국인들의 편의를 도와야 하며 EVDO 서비스에 대한 기대보다는 cdma2000 1x망을 이용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또한 월드컵경기장 내에서 외국인들이 공중망 무선랜을 통해 한국 IT를 체험하도록 하려면 많은 사람이 써보게 하는 동시에 한시적이라도 사용료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무선인터넷도 외국인이 실질적으로 사용할 만한 콘텐츠를 영어뿐만 아니라 일본어·중국어 판으로도 보급해야 하며 외국인들이 국내 유무선 포털에 손쉽게 가입할 수 있도록 절차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비용이 문제가 된다면 월드컵 기간에 외국인 임대용으로 쓴 단말기 등을 폐막 이후에 중고 시장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다시 유통시키는 방법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귀띔했다.
<김규태기자 star@etnews.co.kr>
(표)외국인대상 데이터 통신 서비스의 문제점과 대책
문제점 대책
무선모뎀(PCMCIA) 임대제도 없음 임대제도 신설해 외국인의 요구에 대비
비싼 공중망 무선랜 요금 돈벌이보다는 홍보를 위해 저렴한 임대제 신설
외국인의 유무선 포털 가입 어려움=외국인 등록번호 인식프로그램 설치 및 업체들의 인식 개선
외국인용 콘텐츠 부족=짧은 시일내에 국내 콘텐츠 우수성을 알릴 수 있는 특화된 서비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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