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전세계 경제를 선도하는 금융 네트워크, 하루 수천대의 비행기를 최종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유도하는 비행 컨트롤 시스템, 사무실은 물론 가정에서 문서를 저장하는 일반 컴퓨터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매일 컴퓨팅 기술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살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대부분의 사람은 컴퓨팅에 대해서는 전기나 전화와 같은 정도의 전폭적인 신뢰를 갖고 있지 않다. 개인이나 기업을 막론하고 사생활정보, 보안, 데이터의 가용성, 하드웨어 업그레이드,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이 기존 시스템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해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우려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지 않는 이상 일상생활을 보다 풍부하게 만들 컴퓨팅의 잠재 가능성을 모두 실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현재로선 컴퓨팅기술의 활용도는 겉핥기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사용자들은 스마트한 네트워크 또는 커넥티드 디바이스 네트워크에서 PC나 스마트 핸드헬드 디바이스 등을 이용해 비즈니스를 진행하거나 커뮤니케이션, 학습, 엔터테인먼트 등도 즐길 수 있게 됐다. 또 향후 저렴한 마이크로칩과 스마트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컴퓨팅이 일상 생활의 모든 부분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컴퓨팅 기술의 발전은 한 세기 전 전기의 폭발적인 성장과 유사한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제조업체들은 생산성 향상을 위해 전기를 처음으로 사용했다. 반면 가정에서는 전기가 여전히 새로운 사치품으로 남아 있었다. 대다수의 사람이 안전과 신뢰성에 의문을 품고 새로운 전기제품 사용을 꺼려했다.
1930년대에 들어서면서 기술적인 발전, 업계의 안전추구 노력과 더불어 일반인이 전기를 인정하게 됨으로써 대다수 국가에서 전기 사용이 급격히 증가했다. 물론 전기 관련 기술이 완벽한 신뢰성을 제공한 것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안전하고 믿음직스러웠다. 오늘날 대부분의 개발국가에서는 전기를 필수불가결한 존재로 여기고 있다.
컴퓨터가 전기처럼 중요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언제 어디서나 사용 가능해야 한다. 또 컴퓨터의 오용으로부터 사생활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하고 사용자로 하여금 그들의 데이터가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를 관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항상 보안이 보장돼야 한다. 이러한 개념이 바로 ‘신뢰할 수 있는 컴퓨팅(Trustworthy Computing)’이다.
‘신뢰할 수 있는 컴퓨팅’을 실현하기 위해 지금 당장 짚고 넘어갈 문제는 물론 장기적으로 연구해야 할 과제다. 컴퓨팅 기술은 지난 20세기 중반에 비해 매우 발전했으며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컴퓨터를 제조하고 이러한 컴퓨터용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를 디자인하는 방법에 있어서는 그렇게 큰 변화가 없었다.
이제는 이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 ‘신뢰할 수 있는 컴퓨팅’은 업계가 보안 및 사생활보호에 대해 예전보다는 좀더 높은 우선순위를 둬야 하는 것뿐만 아니라 컴퓨터 제조업체들이 각각의 칩에서부터 글로벌 웹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컴퓨팅 생태계의 모든 부분에서 초기부터 신뢰성을 쌓을 수 있는 장기적인 연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회사의 모든 부문이 적극 참여할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9000여명이 넘는 개발자를 대상으로 보안 소프트웨어 작성원리에 대한 교육을 하고 있으며 제품의 출시를 늦추는 한이 있어도 회사의 모든 임직원이 보안을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삼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윈도XP 및 오피스XP 소프트웨어는 오류 보고 기능이 포함돼 있어 마이크로소프트로 하여금 신뢰성 이슈에 대한 실시간 피드백을 받을 수 있도록 해준다. 또 마이크로소프트는 업계 리더 및 정책 입안자들과의 협력을 통해 ‘신뢰할 수 있는 컴퓨팅’이 전체 기술산업계의 최고 임무가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총체적인 신뢰성은 어떠한 기술에서든 가능하지 않다. 전기는 때때로 과전류가 흐르거나 단전되는 경우가 있으며 전화 또한 가끔 끊어진다. 그러나 전기 및 전화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의 신뢰를 얻고 있다. 즉 대부분의 경우 사람이 이용하고자 할 때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컴퓨터가 유사한 정도의 신뢰 수준을 달성하는 것은 매우 복잡한 도전이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와 업계는 컴퓨터 기술의 놀라운 잠재성을 실현하기 위해 이를 극복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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