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과 기협중앙회·벤처기업협회·여성벤처기업협회·한국벤처캐피탈협회가 공동 주최하고 다산벤처가 후원하는 제32회 벤처지원포럼(회장 오해석 숭실대 교수)이 지난 18일 오후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회의실에서 ‘테크노파크(TP)의 발전방향과 정책과제(부제 : 한국형 실리콘밸리 육성을 위해)’란 주제로 열렸다. 이날 포럼에는 테크노파크를 직접 운영하는 담당자는 물론 정부부처·연구기관·학계 관계자들이 참석, 한국형 실리콘밸리를 꿈구며 시작된 테크노파크 육성사업의 발전방향과 과제에 대한 열띤 토론을 벌였다. 편집자
△참석자=권영섭 국토연구원 책임연구원, 박성호 경북테크노파크 기획운영부장, 배성열 안산테크노파크 원장, 오덕성 충남대 교수, 이병호 산업자원부 산업기술국장, 이전영 포스텍기술투자 사장, 조환익 한국산업기술재단 사무총장, 정인 탄탄 사장(가나다순)
△사회=오해석 벤처지원포럼 회장(숭실대 교수)
△장소=서울 삼성동 무역센터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회의실
◇사회(오해석 벤처지원포럼 회장·숭실대 교수)=정부의 테크노파크(TP) 시범사업이 시행 4년을 지나고 있습니다. 그 성과에 대해 성급한 판단을 내리기에는 부족한 면이 많습니다.
이번 포럼에서는 5년 시한의 테크노파크 시범사업의 운영상황을 점검하고 앞으로의 발전방향에 대한 중간점검을 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테크노파크 사업에 대한 어떤 평가나 결론을 내리기 위한 자리가 아닌 만큼 현 상황에 대한 자유로운 의견개진과 향후 테크노파크의 운영방향 및 정책과제 등에 대한 심도있는 토의가 이뤄지길 기대합니다.
◇오덕성(충남대 교수)=해외의 성공적인 선진사례를 비춰 볼 때 테크노파크 조성의 전략적인 주안점은 참여주체간 관계설정과 역할 정립, 적절한 입지 선정과 지원 인프라 구축, 중장기적인 사업계획과 체계적인 추진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특히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사례 가운데 하나인 실리콘밸리의 발전상황을 볼 때, 초기에는 국방산업을 중심으로 발전했으나 이어 반도체와 컴퓨터, 소프트웨어 산업으로 시대상황에 맞게 적절히 단지의 중심산업부문을 변화시키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테크노파크를 조성할 때 사업추진에 있어서 모든 것을 일시에 달성하려 하기보다는 시대적인 혹은 상황적인 요구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되 단계적인 접근, 수요중심의 사업추진이 필요함을 말해주는 것입니다.
◇이병호(산업자원부 산업기술국장)=테크노파크산업의 추진배경은 앞서 밝힌 발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듯이 지역기술혁신 생태계로서의 거점단지 조성에 목적이 있습니다.
각국은 70년대부터 크게 민간주도형과 정부주도형 등 다양한 형태의 테크노파크를 운영중입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이같은 선례들을 연구, 정부주도하에 5년간의 시범사업을 실시하는 단계입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정부가 기대하는 것은 5년 정도 지원하고 나면 지방자치단체 등이 중심이 되어 자율적인 운영단계로 접어드는 것입니다. 정부주도형에서 민간주도형으로 사업의 주도권이 이양되는 절충형을 취하는 셈이며 궁극적으로는 테크노파크의 재정자립화를 추진하는 것이 가장 큰 현안입니다.
◇배성열(안산테크노파크 원장·한양대 교수)=테크노파크 조성사업은 지역기술혁신시스템 구축을 통해 국가기술혁신시스템을 이룩하고자 시작된 사업입니다.
테크노파크 조성사업은 크게 나눠 단지조성사업과 운영사업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단지조성사업은 신기술창업센터·시험생산공장·기술고도화센터 등의 건물과 연구·시험장비 등 기자재 등을 갖추는 하드웨어 구축사업이고, 운영사업은 창업보육사업·연구개발사업·교육훈련사업·정보교류사업·시설이용사업·시험생산사업 등의 소프트웨어 구축사업입니다.
테크노파크 조성사업은 총 5차연도 사업 중 4차연도 중간지점에 와 있는 사업입니다. 많은 사업성과를 이끌어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8개 테크노파크 중 6개의 시범 테크노파크가 많은 문제점들을 갖고 고민하고 있다는 점은 한번쯤 점검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사회=우리나라의 테크노파크의 역사는 아직 일천합니다. 외국의 경우 수십년이나 이어져 온 사업이지만 아직 국내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는 단계입니다. 현재 겪고 있는 많은 문제점들은 테크노파크의 역사에서 비롯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역사가 일천한 만큼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은 오히려 높다고 생각됩니다. 현 시점에서 테크노파크의 발전방향에 대한 토의가 이뤄졌으면 좋겠습니다.
◇권영섭(국토연구원 책임연구원)=미래학자들의 견해에 따르면 지금은 콘트라티예프의 기술혁신 제5주기의 진입단계에 있습니다. 제5차 파동의 진입단계인 현재는 미국 중심의 정보통신기술(ICT)산업에 의해 세계경제구조가 개편되고 있고 이 과정에서 미국 이외의 새로운 지식강대국들이 등장했는데 그 대표적인 국가가 아일랜드와 핀란드입니다.
테크노파크의 발전방향도 세계경제의 흐름이라는 맥락에서 찾아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를 위해 △핵심업종을 중심으로 한 패키지화된 지원 인프라 구축 △신기술 혁신을 지원하고 신기술과 지역기반기술의 융합을 통한 혁신을 창출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조직 구축 △기술기반중견기업, 핵심연구기관, 연구개발 중심의 다국적 기업 유치 등의 외생적 발전전략 강구 △지역내 리더 조직, 지역혁신체제의 구심점으로의 역할 수행 △지역경제발전을 유도할 수 있는 목표치 설정 등이 수반돼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테크노파크 시범사업은 공간적 입지여건 구축에만 너무 집착하는 것 같습니다. 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체계적인 접근방식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조환익(한국산업기술재단 사무총장)=기본적으로 한국의 테크노파크는 적은 규모로 너무 급하게 시작했다는 태생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지역적 개념이 아닌 네트워크 개념으로 나간다고 이야기하고는 있지만 5년 안에 모든 것을 마친다는 생각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5년 이후에는 경상 운영비 지원까지는 힘들더라도 자체적인 운영이 가능하도록 여러가지 대안을 만들어주는 정책을 추진중입니다.
이에 맞춰 테크노파크별로도 기본에 충실하는 모습은 보여주어야 합니다. 현재는 중소기업지원센터인지 테크노파크인지 애매모호합니다. 테크노파크는 어떤 경우에든 연구개발기능을 수행해야 합니다.
또 테크노파크는 필요한 사업을 발굴해 정부의 지원을 이끌어내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며 장기적으로는 자립자본을 만들어야 합니다.
또 전체 테크노파크가 새로운 공동사업을 찾는 노력도 있어야 합니다. 전체를 묶을 수 있는 공동 전시회와 사업 등을 통해 자체적인 네트워크를 강화해야 합니다. 혹은 법인화, 공식적인 조직 등을 만들어 테크노파크간 조직을 활성화시켜 각종 정책건의 등을 수행해야 합니다.
◇이전영(포항공대 교수·포스텍기술투자 사장)=비즈니스는 비즈니스를 해본 사람이 하는 것입니다. 즉, 모델만 가지고 성공할 수는 없다는 얘기입니다.
테헤란벨리가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필요한 기업들이 모여 실질적인 테크노파크 역할을 하듯이 같은 맥락에서 처음부터 테크노파크가 모든 것을 갖출 필요는 없습니다. 상당부분은 경험이 있는 전문집단이 아웃소싱을 해야 합니다.
현재 가장 시급한 문제는 자금조달입니다. 10∼20년을 이끌어갈 수 있는 수정모델을 만들어야 할 때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대학 등과의 연결을 통해 실질적인 비즈니스 창출이라는 관점에 좀 더 많은 역량을 할애해야 합니다. 또 시스코의 예에서와 같이 3∼5년 안에 파는 것이 목적입니다. 이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주요 기업과 핵심역할을 할 수 있는 기업들을 끌어들여야 합니다.
작은 기업 100개가 모여 시너지 효과를 만들 수도 있지만 이들이 시스코와 같은 큰 기업이 될 수는 없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휴렛패커드가 실리콘밸리에서 하고 있는 역할을 한번쯤 생각해야 합니다.
테크노파크는 전세계적인 모델이 전부 다릅니다. 국내 테크노파크도 각자의 모델이 얼마나 경쟁력이 있느냐를 생각하고 평가방법에 있어서도 이같은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정인(탄탄 사장·안산테크노파크 입주기업 대표)=테크노파크 사업에서 산자부가 원하는 것은 출범 당시의 시범사업 개념이 아닌 현장 자생력을 너무 강조하는 것 같다는 게 현장에서의 느낌입니다.
그러나 5년만에 자생력을 갖춘다는 것은 무리입니다. 자생력 확보를 강조하다 보니 테크노파크 사업이 하드웨어를 바탕으로 한 임대사업으로 변질되고 있습니다.
또 현장에서 입주기업들이 협의회를 통해 각종 건의사항을 제출하지만 현장에서의 반영은 거의 없습니다. 테크노파크의 권한이 너무 없기 때문입니다. 테크노파크가 자생모델을 갖추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운영진에게 좀 더 많은 권한이 주어져야 합니다.
테크노파크 입주기업의 특성상 첨단지향보다는 기술융화쪽에 무게를 두어야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를 위해 각종 유관기관들이 끈끈한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테크노파크에는 들어오는 기업들은 창업보육 상태에서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사업화 직전에 입주합니다. 하지만 테크노파크는 창업보육개념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오히려 입주기업이 개인적인 네트워크를 만들어가며 사업을 해야 하는 입장입니다.
◇박성호(경북테크노파크 기획운영부장·경일대 교수)=한국의 테크노파크는 정부주도형으로 시작, 사업이 너무 급하게 진행된 측면이 있습니다.
때문에 각 기관의 이해관계가 많이 얽혀 있습니다. 5년이 지난 시점에서는 기관별로 묶이는 것이 아니라 역할별로 각 기관들을 재편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실제 역할을 주도적으로 하고 보조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관들로 재편해서 후기 2차산업을 진행하면 훨씬 원활하게 진행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지금까지는 조성사업에 많이 치중되었고 운영은 많이 부족한 측면이 있습니다. 하드웨어적인 측면에 치중하다보니 소프트웨어적인 것은 간과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기술이전, 사업타당성 분석 검토, 펀드 등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을 강화해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테크노파크의 발전을 위해서는 외국의 경우와 같이 중견기업이나 대기업 등 민간기업의 참여가 필요합니다.
출범은 대학에서 시작됐지만 사업화쪽에는 기업들의 비즈니스 노하우가 있어야 합니다. 때문에 여러가지 유인책을 통해 사업화 촉진의 매개체 역할을 할 수 있는 기업들의 참여를 많이 유도해야 합니다.
이 외에도 첨단쪽으로 너무 따라가다보니까 지역 정통산업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테크노파크의 출발 의도와는 달리 특화가 아닌 획일화가 진행되는 문제점이 있으며 전통산업과의 연계도 잘 되지 않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시범 테크노파크 사업의 미래에 대한 안정성을 불어넣어주기 바랍니다. 그래야만 테크노파크가 당장의 수익에만 혈안이 되지 않고 좀 더 미래지향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병호=짧은 기간에 하드웨어적인 성과지만 성과를 보고 있습니다. 보완해야 할 측면이 더욱 많다고 생각합니다. 지역기술혁신 거점으로서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을 보완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본적인 테크노파크의 성격을 깊이 인식하고 있는데 재단법인 형태가 맞는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망하는 테크노파크도 나와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주식회사 형태의 테크노파크나 소사장제 등의 도입 등 책임경영이 뒤따를 수 있는 형태의 방안에 대해 모색하겠습니다. 기업적인 성격과 공익적인 측면의 조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향을 검토한다는 것입니다.
5년 이후의 지원 중단에 대해 많은 우려를 하고 있는데 지원 전면 중단이 아닌 공익적인 측면의 지원은 지속될 것입니다. 5년이라는 터닝포인트를 기점으로 추진조직과 체계 등을 새롭게 정립할 것입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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