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단상]퇴근을 기다리는 남자

 ◆최기봉 볼랜드코리아 대표 kbchoi@borland.com 

 누구에게나 똑같이 하루는 24시간이 주어지고 일주일은 7일, 일년은 365일이 주어진다. 하루와 일주일, 일년은 어느 시대, 어느 공간에도 똑같은 길이의 시간이 제공돼 왔고 앞으로로 그럴 것이라는 점은 불변의 진리임에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70년대, 80년대, 90년대 그리고 2000년대를 비즈니스 세계에서 살아온 필자로서는 시기별로 시간이 길이가 현저히 차이가 나는 것을 느끼고 흐름이 점차 빨라지고 있다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 주어진 시간에서의 변화가 빠르다 보니 시대별로 물리적인 시간의 길이도 차이가 나지 않는가 의심할 정도다.

 특히 인터넷의 급속한 성장과 무선통신의 급벽한 발전은 모든 업무를 온라인화시켜왔다. 우리는 과거 10년 전에 한 사람이 열흘에 걸쳐 할 수 있었던 분량의 일을 하루 아니면 반나절에 끝낼 수 있을 만큼 고도 정보사회에 살고 있다.

 삽으로 단순히 땅을 파는 일이라면 그때나 지금이나 걸리는 시간은 똑같을 것이지만 기본적으로 정보를 조사하고 가공하고 그리고 새로운 비즈니스 계획을 세우는 업무는 인터넷이라는 정보의 샘이 대부분 가능하게 해준다.

 그런데 조직과 사회는 더욱 더 생산적인 시스템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우리의 삶은 더 여유롭다기보다 더욱 바빠지고 있다는 것이다. 어떨 때는 e메일을 체크하는 데만 하루가 다 걸릴 정도다.

 하루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를 음미하는 날이 과연 있을까 할 정도로 하루하루가 빨리 지나가고 있다. 항상 땅거미 찾아오고 창밖이 어두워서야 하루의 업무 시간이 지났음을 알게 된다. 봄은 이미 왔는데 봄의 싱그러움과 향기를 내가 맡아보았던 기억이 있는지…. 어쩌면 시간은 있었어도 그것을 느낄 만 한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제 주위에서 무료하게 퇴근 시간을 기다리는 한가로운 풍경과 그런 사람들을 찾아보는 것조차 어려울 정도다. 아직도 이 사회 어느 한 곳에서는 분명 시간의 단절을 느낄 수 있는 그런 퇴근 시간을 기다리는 풍경이 있을 것이다.

 어쩌면 무능하게 보일수도 있는 퇴근 시간을 기다리는 남자, 이미 정보기술(IT)분야에선 찾아볼 수 없는 풍경이지만 낭만적인 시대의 여유로움으로 다가오는 것은 그만큼 우리가 각박하게 쫓기는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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