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정보통신 연구계를 움직이는 사람들>(14)서버

 국산서버기술을 논하자면 80년대 후반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작된 ‘주전산기 개발 프로젝트’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10년간 정부와 민간기업들이 국산서버를 개발하기 위해 들인 투자 규모는 500억∼600억원 정도. 그러나 지난 97년까지 약 2000여대가 공급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 국산서버시장은 2000억원 정도에 이른다. 이 정도면 외산 기종이 차지할 시장을 분명 대체한 효과가 있다. 두번째는 인력 배출이다. 당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인력 150명과 삼성전자·LG전자(현 LG엔시스)·현대전자·대우통신(현 머큐리) 등 주전산기 개발 4사의 파견 인력 100명 등 총 250명이 투여된 이 프로젝트는 결과론적으로 스토리지나 이동통신·방송·BT·IT 등의 유관 분야로 광범위한 ‘인력 풀’을 형성하는데 밑거름이 됐다.

 비록 지난 97년을 끝으로 이 프로젝트는 단절됐지만 정보기술의 근간이 서버기술이라고 할 때 통신·방송·스토리지·바이오테크놀로지 등의 산업에 적극 활용되고 있어 국내 IT산업 성장의 원동력이 됐다. 특히 국산서버 개발 관련 프로젝트가 올해부터 ‘차세대 인터넷 멀티미디어 서버 개발’ 프로젝트로 이어지면서 당시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인력들이 다시 모이는 계기를 만들고 있다. 물론 과거 주전산기 개발 4사라는 꼬리표 대신 중소 벤처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우리 기술로 대형 시스템을 만들자는 주장은 당시 ETRI에 몸담고 있던 전길남 KAIST 박사와 이용태 삼보컴퓨터 회장에서 시작했다. 실제 행동으로 옮겨질 때 이들은 데이콤과 KAIST로 적을 옮겼지만 1세대들은 두 사람의 ‘언급’으로부터 주전산기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다고 말한다.

 국산서버의 1세대는 오길록 현 ETRI 원장을 비롯해 김건중 KICC 사장, 강인구 연암공전 학장, 김문경 그린벨시스템 사장 등이 꼽힌다. 오길록 원장을 중심으로 꾸려진 250명의 인력 중 개발을 담당했던 2세대는 임기욱 ETRI 컴퓨터소프트웨어연구소장을 비롯해 박승규 아주대학교 교수(당시 ETRI), 유승화 아주대정보통신대학원 교수(당시 삼성전자), 표삼수 우리정보시스템 대표(당시 현대전자), 천유식 한국머털테크 사장 등이다.

 현직에 몸담고 있는 이들 중 국산서버의 역사를 잇고 있는 대표적인 주역은 현재 ETRI의 시스템소프트웨어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임기욱 박사(55)다. 인하대 공과대학 전자공학과, 한양대 대학원 전자계산학 석사를 마친 임기욱 소장은 83년 당시 ETRI 시스템소프트웨어연구실장으로 재직하며 국내에서 처음 시도된 16비트 유닉스 컴퓨터 시스템(SSM-16) 개발을 맡았다. 이어 32비트 유닉스 시스템(SSM-32) 개발 사업을 책임졌으며, 행정전산망용 주전산기 ‘타이콤’을 비롯해 소위 주전산기 3·4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국산서버기술 발전의 산증인인 셈이다. 최근 임 소장은 ‘차세대 인터넷 서버’ 개발 프로젝트로 국산서버의 중흥기를 다시 불러일으키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아주대학교 박승규 교수(56)도 국산서버 개발의 주역이다. 서울대 공과대학, 한국과학원 전산학을 마친 박 교수는 82년 전자기술연구소 실장 재직시 IBM 메인프레임을 에뮬레이션 하는 국내 첫 중형 컴퓨터 시스템 프로토타입을 개발했다. 84년 IBM 왓슨연구소 재직 시절에는 제5세대 컴퓨터라 불렸던 로로그 머신 구조를 연구했으며, 귀국 후 타이컴 개발기술총괄을 책임졌다. 박 교수는 다중 및 분산처리 컴퓨터 구조, 멀티미디어 처리 컴퓨터 시스템 구조, 실시간 컴퓨터 및 임베디드 시스템, 이동컴퓨팅시스템 등 컴퓨터 구조 등으로 서버분야에만 한 우물을 파왔으며 올해 다시 시작되는 차세대 인터넷 서버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현재 ETRI에서 국산서버 개발을 실질적으로 주도하는 윤석한 부장(49)은 지난 2000년 시큐어넷컴이라는 ‘보안서버’를 개발하는 벤처를 창업, 6개월만에 ‘복귀’하기 까지 잠깐의 외도를 빼고 주전산기 프로젝트와 함께했다. 현재 차세대 멀티미디어 서버 개발 프로젝트의 실무를 주도하는 위치에 있다.

 당시 주전산기 개발 4사에서 파견인력 중 적지 않은 수는 외국계 기업으로 적을 옮긴 상태. 특히 삼성전자를 제외한 3사가 분사하는 등 기업에 큰 변화가 있어 당시 인물들을 찾기 쉽지 않다.

 삼성전자 손원열 서버개발그룹 수석연구원(46)은 초기 ETRI에 잠깐 근무한 후 타이컴 CPU 보드의 상용화를 위해 삼성전자로 이직했다. 91년 당시 시스템 하드웨어 개발 선임연구원으로 재직하며 IBM·HP 등과 경쟁할 수 있는 대형 컴퓨터 시스템의 개발에 중점을 두고 추진한 프로젝트에 가담했다. 당시 손 연구원이 맡았던 CPU 보드는 기술적인 난이도가 높아 상품화에 어려움을 겪었던 분야로 8장의 CPU 보드를 하나의 타이컴 시스템에 실장해 검증하는 통합시험을 맡아 진행했다. 이 제품은 관공서에 설치 운영돼 국내 중대형 컴퓨터의 최초 국산화에 일조했다. 현재 멀티미어서 서버 프로젝트 시스템연결망 분야에 참여하고 있다.

 최근 LG전자에서 분사한 LG엔시스 노정석 책임연구원(46)은 금성반도체 연구소 시절에 타이컴과 인연을 맺고 마지막까지 개발작업에 참여한 인물이다. 금성반도체가 컴퓨터부문을 금성사(현 LG전자)로 옮길 때 함께 이직한 노 연구원은 LG엔시스로 분사하는 두번의 변화에서도 이 분야를 떠나지 않았다. 노 연구원의 주요 연구분야는 소프트웨어 컴파일러 분야로 주전산기Ⅱ부터는 운용체계까지 연구범위를 확대했다. LG엔시스는 LG전자 시절 맡았던 관공서에 공급한 주전산기 시장을 그대로 이어받고 있어 노 연구원 역시 개발담당 산하 서버그룹에서 과거 개발 노하우를 십분 발휘하고 있다. 숭실대 전자계산학과를 졸업한 노 연구원가 맡고 있는 분야는 고가용성 솔루션 구현이다.

 머큐리 최영의 부장(44)은 당시 대우통신 연구소에서 근무하며 타이컴부터 마지막 주전산기Ⅳ까지 참여했다. 전북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최 부장은 서버분야에서도 주로 성능평가와 시스템통합 부문을 연구해 벤치마크테스트의 귀재로 통한다. 통신장비업체로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이 바뀌었지만 네트워크사업본부에서 주로 외산서버에 대한 성능평가, 시스템통합 등을 주로 맡고 있다.

 현대정보기술 연구소 유기조 수석연구원(44)은 현대전자 근무시절 주전산기Ⅲ부터 개발작업에 동참했다. 건국대학원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유 연구원은 그전까지는 워크스테이션 개발을 주로 담당했다. 97년 현대정보기술로 적을 옮겼으며 현재 시스템아키텍처 설계분야에서 연구를 담당하고 있다. 시스템아키텍처 설계는 SI방법론에도 매우 중요한 분야로 부각되는 기술로 당시 프로젝트 참여가 현재 중요한 경험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유 연구원은 강조한다.  

 ETRI를 떠났지만 주전산기 개발 기술 노하우를 바탕으로 외부에서 활약하는 이들도 많다. 특히 이들이 종사하는 분야는 서버기술이 최종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정보기술을 제어하는 기초기술로 작용함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할만 하다.   

 미디어코러스 대표를 맡고 있는 지동해 사장(47)은 미국 아이오와주립대 공학석·박사로 해외파다. 지난 2000년 창업하기 전까지 현재 ETRI 윤석한 부장과 동고동락한 사이. ETRI 출신 동료들이 주축이 돼 2000년 8월에 창립한 미디어코러스는 ‘MPEG-4 시스템 솔루션’을 제공한다. 유무선 환경에서 비디오온디멘드(VOD)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업체에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솔루션과 콘텐츠를 공급 중이며, 사업분야를 모바일 VOD, 브로드밴드 VOD, 네트워크 카메라로 설정하고 멀티미디어 분야에 주력하고 있다. 스트리밍 핵심기술을 적용, VOD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서버 역시 이 사업에는 필수적이다. 지 사장은 현재 멀티미디어 서버 개발 프로젝트 시스템 미들웨어 분야에 참여하고 있다. 

 유니와이드테크놀러지 박병관 이사(44·스토리지 연구소)는 유니와이드가 중소업체로 국산서버 개발에 도전장을 내밀었다는 과거 전력만으로도 알아볼 수 있다. 현재 스토리지 연구소 이사로 보직을 변경하기 전인 지난 2000년까지 유니와이드를 이끌어온 장본인으로 모두 ETRI 근무 시절 쌓았던 서버기술 노하우가 근간을 이루었다. 유니와이드가 스토리지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결국 서버기술이 유관산업으로 확장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한양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 전산학 석사를 마친 박 이사는 ETRI 컴퓨터구조연구실 선임연구원으로 재직하며 임 소장과 함께 16비트 유닉스 시스템 개발, VM머신 개발, 타이컴 시스템 버스 설계 및 메모리 보드 개발 등을 수행했다. 박 이사는 멀티미디어 서버 개발 프로젝트 스토리지 분야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 2000년 엔솔테크를 창업하기 전까지 고성능 멀티미디어 서버 관련 요소 기술과 고가용 리눅스클러스터 기술 개발에 몸담아온 김해진 사장(43)도 서버기술을 BT에 접목시킨 성공사례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성능 파워를 요구하는 BT분야에 김 사장의 전문분야이자 노하우로 쌓여있는 고가용성 클러스터 기법을 적용한 경우다. 엔솔테크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ETRI 등과 협력해 유전자정보분석 솔루션 ‘진마스터’를 개발해 주목받았으며, 단순 솔루션 패키지 외에도 클러스터 기법을 이용한 블레이드 서버에 솔루션을 적용한 바이오인포메틱스 시스템을 개발, 서울대 의대에 공급했다. 김해진 사장 역시 멀티미디어 서버 운용체계 분야에 참여하고 있다.

 이밖에 우상철 리눅스인터내셔널 사장이나 김우진 리눅스원 사장 등 국산서버 사업자의 대명사로 불리는 업체 곳곳에 당시 개발자들이 포진해 있으며 적지 않은 인력이 AMD·컴팩 등 외국 IT업체로 적을 옮겨 근무 중이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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