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미국-"인터넷이 경기회복 발목"

인터넷과 정보통신기술을 중심으로 한 이른 바 ‘신경제’가 미국의 경기 회복을 가로막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근 발간된 엔더슨 경제예측보고서에서 UCLA 경제학과 에드워드 리머 교수는 인터넷이 생산성 향상에 이바지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불황 탈출에 여념이 없는 미국 기업의 이익을 갉아먹는 등 가장 중요한 수익성 저해 요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익이 다 어디로 사라졌느냐는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제1가설은 인터넷과 통신기기라는 ‘신경제’와 관계가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리머 교수는 인터넷이 과거 기업들에 돌아갔을 이익을 고객들의 호주머니에 채워줌으로써 기업의 수익성을 악화시켰다고 주장했다. 즉 소비자들이 인터넷에 의해 가능해진 엄청난 가격할인으로 혜택을 보게 된 반면 기업들은 이같은 혜택을 제공하느라 영업비용 맞추기도 어렵게 됐다는 것이다. 특히 규모 의존적인 호텔, 항공사, 자동차, PC, 이동통신 등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가령 호텔의 경우 인터넷이 없을 때는 한 호텔이 객실료를 내려도 아는 고객이 별로 없어 경쟁업체들이 앞다투어 가격을 내릴 필요가 없었다.그러나 객실료 인하 사실이 사이버 공간에 알려질 경우 다른 호텔들도 곧바로 이를 따라하지 않을 수 없어 경쟁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리머 교수는 “이는 역사상 특이한 현상”이라면서 “웹에서 경쟁하는 모든 업체들은 가격 경쟁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소비자에게는 이익이 되지만 기업에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쳐 결국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위한 신규 투자가 둔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인터넷이 일부 업종에만 악영향을 미치지만, 산업 전체에 파급효과가 일어나 궁극적으로는 경제 전체가 타격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리머 교수는 자동차 제조업체가 가격을 너무 낮춰 이익을 못 올리게 되면 신규 공장 건설이나 사업 확장을 위한 자금이 부족하게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걸음 더 나아가 기업이 이익을 전혀 올리지 못할 경우 인터넷을 이용하지 않는 모든 부품 공급업체들도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어 전반적인 가격 인하가 불가피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리머 교수는 “이익이 없을 경우 투자가 안되고, 투자가 안되면 경제의 성장이 멈추는 악순환이 벌어지게 된다”고 경고했다.




 인터넷과 신경제가 경제일반에 악영향을 미치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 앨런 그린스펀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같은 인물은 신기술에 따른 생산성 향상으로 미 경제가 90년대 말 내내 인플레 위협 없이 확대 성장을 계속할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경제학자들은 리머 교수의 이론에 과장이 심하다고 지적했다. 캘리포니아주 컬레보라티브이코노믹스의 덕 헨튼 소장은 모든 신기술이 이익을 제한하는 속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인터넷이 경제의 일부분에 타격을 주더라도 신기술에 의한 생산성 향상으로 혜택을 얻는 다른 부문이 생기게 마련이라고 설명한다. 헨튼 소장은 호텔의 경우 인터넷 덕분에 비어있을 방에 손님이 들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UC버클리 하스 경영대학원의 플로리안 제틀마이어 교수는 인터넷이 기업들로 하여금 상품을 개별화시키고 지역적으로 더 큰 규모로 경쟁할 수 있도록 해줌으로써 기업들을 여러 방법으로 도와주게 된다고 설명한다.




 그는 “인터넷 때문에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된다는 주장에는 회의적”이라면서 “이 같은 효과에 대해 일도양단식의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코니박기자 conypark@ibiz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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