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D램 고정거래가 어떻게 될까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PC업체들의 압력에 못이겨 이달 중순 D램 고정 거래가를 10% 정도 인하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의 동반 인하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 D램 업체들은 알려진 바와는 달리 아직까지 D램 고정 거래가를 인하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으나 출하가를 인상한 PC업체들이 D램 업체들에 대한 가격인하 압력을 계속 행사할 경우 고정 거래가 인하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이달 중순 협상이 가격인하 여부의 첫 고비가 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그러나 D램 업체 관계자들과 증시분석가들은 2분기에도 생산량이 크게 늘지 않는데다 인텔의 CPU 가격인하와 맞물려 D램 가격이 크게 하락하지 않고 평균 판매가는 오히려 1분기보다 높게 나타났다는 점에서 고정 거래가 인하 가능성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다만 D램 가격에 대한 불확실한 전망은 관련업체들의 주가하락과 마이크론과 하이닉스반도체의 협상지연 등 메모리업계의 구조조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인하 압력 있지만 큰 폭은 아닐 것=D램 업체들이 주장하는 2분기 고정 거래가 보합세 전망은 공급적인 측면에서 개선될 요인이 없다는 점이다. 대다수의 업체들이 0.15미크론, 0.13미크론으로 공정을 전환하는 과정인데다 수율 또한 안정화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공급이 대량으로 늘어났다고는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여기에 PC당 탑재되는 메모리 용량이 지난해 3분기보다 2배 이상 늘어난 만큼 PC수요가 크게 회복되지 않아도 D램에 대한 수요 증가세는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더욱이 인텔이 최근 출시한 노트북PC용 ‘펜티엄4-M’에 대해 내달중 가격을 50% 이상 인하, 대대적인 수요촉진에 나설 것으로 알려지면서 부품가격에 대한 부담감이 줄어든 PC제조업체들이 D램에 대한 강한 주문을 내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D램 업체 한 관계자는 “현물가가 떨어지고 있어 D램 가격이 인하될 것이라는 전망은 있지만 고정 거래선의 비중이 80∼9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현물가 하락은 큰 악재로 작용하지 않는다”며 “다만 2분기 비수기가 되면서 가격에 대한 조정은 일부 있지만 큰 폭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실적은 2분기가 더 좋아=일부 증권분석가들은 이달 중순 협상에서 D램 가격이 소폭 하락되더라도 현재 128M SD램 기준으로 5달러가 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번 분기 D램 평균판매가(ASP)는 지난 1분기보다 높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또 일부 대형 PC업체들은 이미 특정 가격에 4월 주문량을 확정했기 때문에 가격이 인하되더라도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하이닉스반도체 등은 1분기 경상이익에 이어 2분기에는 이익이 더 크게 날 것이라며 자신하고 있다.

 메리츠증권 최석포 애널리스트는 “고정 거래가 협상에서 D램 업체들이 가격을 인하할 가능성은 있지만 128M SD램을 기준으로 2분기 3달러 미만으로 떨어지기는 힘들 것”이라면서 “하지만 평균 판매가는 1분기보다 좋은 상황이어서 수익은 더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불확실한 가격 전망, 구조조정이 변수=그러나 이같은 D램 업체들의 낙관론에도 불구하고 D램 가격에 대한 불확실한 전망은 메모리 업계의 구조조정에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당장 하이닉스반도체와 메모리 사업 인수 협상을 진행중인 마이크론의 경우, D램 사업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주가가 지난달 최고 40달러에 육박하던 것이 지난주 30달러대로 하락했다. 이처럼 주가가 하락하면 하이닉스 채권단은 마이크론과 주가산정에 대한 기준을 재협상하는 상황이 벌어져 지지부진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반면 일각에서는 하이닉스의 독자생존 가능성에 회의론이 제기돼 협상이 급류를 탈 수도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또한 D램 가격 인상에 힘입어 재기의 행보를 보였던 대만 D램 업체들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분석도 있어 향후 가격 동향에 더 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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