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형 백신 `의견 분분`

 

 컴퓨터 바이러스 피해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지능형 백신을 둘러싸고 세계 백신시장의 유력 업체와 국내 백신시장 1위 업체간 의견이 분분하다.

 컴퓨터 바이러스는 실제 생물학적인 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감염피해가 일어난 후 그 샘플을 구해 분석해야 비로소 이를 치료할 수 있는 백신을 만들 수 있다. 따라서 바이러스가 출현하면 초기 피해는 불가피하며 님다나 러브 바이러스처럼 확산속도가 빠른 바이러스의 경우 대규모 피해가 나타나게 된다.

 백신업체들은 이러한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중 지능형 백신은 이제까지 발견되지 않은 바이러스를 진단하고 그 치료방법을 자동으로 만들어내는 한번 더 앞선 개념의 백신이다.

 최근 지능형 백신에 대한 논의가 백신업계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세계 2위의 백신업체인 시만텍과 토종 백신업체인 안철수연구소의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시만텍은 최근 미국에서 특허를 취득한 블러드하운드(Bloodhound) 기술을 들어 지능형 백신이 이미 현실화됐다는 주장이다. 블러드하운드 기술이란 인공지능 기술을 사용해 바이러스로 의심되는 코드를 걸러내 이를 시만텍 바이러스연구소로 보낸 후 이를 치료할 수 있는 백신을 만들어 사용자에게 배포하는 것이다.

 인공지능을 갖춘 소프트웨어가 인터넷을 돌아다니며 알려지지 않은 신종 바이러스를 찾아내는 작업을 하기 때문에 알려지지 않은 바이러스라도 대부분 판별할 수 있다고 한다. 시만텍은 자사 백신제품의 2002 버전부터 이 기술을 적용했다.

 시만텍코리아 관계자는 “다른 백신이 이미 발견된 바이러스에 대해 대응하는 것에 비해 우리는 블러드하운드 기술을 이용해 고객의 피해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적극적 노력을 기울인다”고 말했다.

 반면 지능형 백신에 대해 안철수연구소는 개념 차원으로는 설득력을 갖고 있지만 실제 상용화 수준에 이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입장이다.

 안철수연구소가 현재 지능형 백신의 문제점으로 지적하는 것은 오진 가능성. 중요한 파일을 백신이 알려지지 않은 바이러스로 잘못 판단해 걸러내거나 외부로 유출할 경우 큰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안철수연구소 관계자는 “스크립트로 작성된 바이러스처럼 패턴이 일정한 변종들에 대해서는 지능형 백신 개념을 적용할 수 있지만 이를 모든 바이러스에 일반화할 경우 오진으로 인해 사용자가 불편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며 “오진율을 낮출 수 있는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면 향후 2∼3년 후에나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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