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온어칩 대량생산 시대 개막

 ‘랩온어칩(Lab-on-a-chip)’의 대량생산 시대가 개막된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바이오벤처기업이나 연구실에서 연구용으로 소량생산에 그치던 랩온어칩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파운더리 시설이 속속 설립돼 랩온어칩 상품화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랩온어칩은 유리 기판 위에 미세한 홈(나노 단위)을 세긴 플라스틱 칩을 얹은 것으로 이 칩만 있으며 별도의 기기 없이도 DNA를 분리·검증할 수 있는 차세대 바이오칩이다. 이 칩은 수십개 미세화학물질이 벽을 이뤄 구성되며 분석 샘플이 홈을 통해 흘러 각종 암을 진단하거나 혈액 내 혈구의 개수를 셀 수 있어 반도체 같은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금까지 랩온어칩을 제작할 수 있는 시설은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센터가 유일해 칩 제작을 위해 오랜 기간을 기다리거나 장비 사용을 위한 교육에 많은 시간을 소비해야 했다.

 디지털바이오테크놀러지는 최근 자체 랩온어칩 팹을 건립했으며, 한양대도 내년 초 랩온어칩 파운더리 시설을 완공할 계획이어서 칩을 제작하려는 기업들이 시제품 생산시간 단축과 함께 대량생산도 가능하게 됐다.

 바이오벤처기업 디지털바이오테크놀러지(대표 장준근 http://www.digital-bio.com)는 오는 18일 서울대에 20평 규모의 ‘나노마이크로팹’을 오픈한다. 디지털바이오테크놀러지는 지난 1월 팹 구축을 시작해 총 10억원을 들여 나노마이크로팹을 완공하게 됐다. 디지털바이오는 팹을 통해 고객이 원하는 용도와 시약 형상에 따라 플라스틱 재질의 미세 유동채널과 소형 정밀 튜브로 구성된 플라스틱 마이크로 랩온어칩을 제작해줄 계획이다.

 한양대학교 마이크로바이오칩센터(소장 이은규)도 지난해 8월부터 랩온어칩의 생산·분석을 지원할 수 있는 통합지원시스템 설치에 들어갔다. 센터는 내년 상반기 중 안산테크노파크에 조성되는160평 규모의 클린룸에 고가의 실험장비를 갖춘 랩온어칩 생산설비를 완공하고 주문자수탁생산 방식으로 생산할 계획이다.

 또 한양대는 이 센터에 향후 5년간 총 120억원의 예산을 투자해 각종 식각장비를 다루는 전문연구인력과 장비운영진 등을 갖출 계획이다.

 한편 랩온어칩을 제작하려면 클린룸은 물론 플라스틱에 수나노미터나 마이크로미터로 식각할 수 있는 수억원대의 장비를 비롯한 광학장비·세포배양기 등 수십억원대의 기본시설과 장비 운영전문가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자본금 10억원 미만인 대다수의 바이오벤처기업들은 랩온어칩을 설계하고도 생산을 위해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연구개발을 중단하거나 해외로 기술을 이전, 국내 랩온어칩 시장의 발전을 막는 요소로 작용해왔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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