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산업에서 이온교환제나 분리제·촉매 등으로 쓰이는 제올라이트의 일종인 ‘ZSM-5’의 알루미늄 원자분포 특성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규명됐다.
이에 따라 전혀 다른 특성을 갖는 제올라이트의 연구뿐만 아니라 반도체·PDP용 인광물질·고온초전도체 분야의 재료 물성을 인위적으로 조절한 신소재 개발이 활기를 띨 전망이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자기공명팀의 한옥희 박사와 한밭대학교 응용화학공학부 홍석봉 교수는 고체핵자기공명분광기를 이용한 새로운 치환원소 위치측정법을 적용, ZSM-5를 합성할 때 알루미늄과 규소의 조성비에 따라 알루미늄의 치환 위치가 일정한 선택성을 가진다는 것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화학 분야의 세계적인 학술지인 ‘앙게반테 케미 인터내셔널 에디션(2002년 2월호)’에 게재됐다.
나노미터(㎚:10억분의 1m)보다 작은 극미세공을 무수히 갖고 있는 다공성 결정인 제올라이트는 화학산업계의 이온교환제·분리제 또는 촉매 등의 용도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대표적인 나노 구조체다. 또 0.01㎚ 이하의 정확도로 분자를 인지하고 구별할 수 있는 특성과 내부에 다양한 반응활성점을 갖고 있어 다른 공정으로는 얻을 수 없는 초고순도의 질소를 생산하거나 원유로부터 보다 많은 가솔린을 얻는 공정의 핵심소재로 사용되고 있다. 나아가 다양한 나노복합체의 합성, 질소산화물이나 중금속과 같은 환경오염원을 원천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물질로 이용되고 있다.
특히 제올라이트는 구조체의 골격을 이루고 있는 알루미늄 원자의 양에 의해 성질이 결정되고 같은 양의 알루미늄이 분포하더라도 골격 내 분포 패턴이 다르면 물리화학적·촉매적 특성이 크게 달라지는 특성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이 분야의 전세계 연구자들은 기존 물질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물성을 갖는 제올라이트를 디자인하고 개발하는 데 필수적인 제올라이트 내 알루미늄 원자의 공간적 분포 규명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이번 연구결과로 연구진은 ZSM-5 이외의 다른 제올라이트 내 알루미늄 분포 분석뿐만 아니라 갈륨 분포 분석 및 촉매 특성간 상관관계 규명작업 등이 급진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이번 연구에 새로 적용한 고체핵자기공명기법에 의한 치환핵종의 위치측정법은 제올라이트계 물질뿐만 아니라 최근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는 메조포러스 물질의 치환 및 첨가원자 분석, 고온초전도체 분석, 반도체 첨가물 분석, PDP용 인광물질 개발 등에도 이용이 가능해 고부가가치 신소재 개발에 커다란 역할을 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옥희 박사는 “국내에서는 애경산업·제오빌더·코스모산업 등이 연간 총 12만톤의 제올라이트를 생산, 동남아시아와 일본에 수출하고 있으나 고부가가치인 하이테크 제올라이트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제올라이트 특성 연구에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된 셈”이라고 말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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