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bile]m코리아시대가 열린다-달아오른 `모바일 혁명`

한반도가 모바일 혁명에 휩싸였다. 지구촌 사람들은 이 혁명이 왜 굳이 ‘동방의 작은 나라’에서 점화됐는지, 그 여파는 과연 어디까지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인구 4800만명의 나라에 휴대폰 가입자가 3000만명을 돌파한 것만으로도 ‘혁명적인 사건’으로 본다. 하지만 예고편에 불과하다. 무선망 구축을 넘어 이제 유선망까지 결합한 말그대로 ‘정보기술(IT) 혁명’이 시작됐다.

 늘 그렇듯이 바람은 민간에서부터 불었다. 먼저 무선인터넷이다. ‘언제 어디에서나 원하는 정보를 얻는다’는 기치를 내건 무선인터넷은 우리 사회를 급속도로 바꿔놓고 있다.

 당장은 벨소리를 다운로드하거나 증권 정보를 검색하는 초보적인 수준이다. 하지만 모바일기기는 이제 음성과 단순 데이터를 넘어 고화질 동영상도 주고받는 멀티미디어메시징서비스(MMS)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이는 이동통신사업자들이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는 음성통신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데이터통신쪽으로 집중한 데 따른 결과다. 사업자들은 휴대폰은 물론 개인휴대단말기(PDA), 스마트폰, 휴대형 게임기 등 모바일기기를 이용해 다양한 정보를 주고받는 사회를 구현하는 첨병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모바일 바람은 금융 제도까지 확 바꿔놓고 있다. 모바일기기는 모바일 티케팅, 모바일 쿠폰 등 소액전자결제의 수단으로 자리잡았으며 나아가 모바일 뱅킹, 모바일 증권거래, 모바일 복권 등 모바일 금융 상품도 쏟아져 나온다. 그리고 휴대폰은 현금 입·출금은 물론 신용카드나 스마트카드를 대체하는 전자지갑으로 그 용도가 확대되고 있다.

 무엇보다 모바일 혁명은 기업 구조에 엄청난 변화를 몰고 왔다. 지금까지 e비즈니스는 유선인터넷 기반에 머물렀다. 그런데 유무선 통합 플랫폼이 정착하면서 모바일상거래, 이른바 ‘m커머스’가 전면에 부상하고 있다.

 정부도 바뀐다. 정부는 지금까지 추진해온 전자정부(e정부) 구현 전략을 한단계 업그레이드해 5개년 계획으로 ‘모바일 전자정부 추진 전략’을 야심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모바일기기로 민원도 신청하고 공무원들이 실시간으로 결과를 통보해주는 모바일 정부를 서둘러 만들려 하고 있다. 다음 대선엔 유권자가 투표장에 신분증없이 모바일기기만 들고가서 대통령을 뽑을 지 모른다. 아테네 이후 끊겼던 직접민주주의 시대가 2000년대 한반도에서 재연될 조짐이다.

 파장은 사회 문화에도 미치고 있다. 모바일은 유선인터넷과 다른 차원에서의 실시간 문화 생활을 제공한다. 모바일기기로 자판기 커피를 빼기도 하고 지하철도 이용한다. 영화 관람과 금융 거래, 교육 등은 기본이다. 삶의 행태를 송두리째 바꿔 놓을 모바일 시대가 바로 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더욱이 국내 IMT2000서비스가 내년 초로 앞당겨지면서 모바일 혁명은 더욱 불붙을 전망이다.

 PC의 등장 이후 시작된 IT혁명이 무선이라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앞뒀다. 한반도가 그 중심에 섰다.

 세계인은 왜 한국이 실험장이 되는지 궁금해 한다. 해답은 간단하다. ‘빨리 빨리’라는 말을 외국인의 입으로 들을 정도로 우리는 수십년간 조급하게 살아왔다. 그 대가로 부실과 부패라는 부작용도 있었다. 하지만 그 조급성이 속도가 생명인 IT세상에서 한국을 강국으로 급부상시키는 데 일조한 셈이다. 우리 모바일 산업의 인프라는 매우 견고하다. 휴대폰 가입자가 이미 3000만명을 돌파했고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도 800만명이 넘는다. 이처럼 유선과 무선 인프라를 탄탄히 갖춘 나라는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다양한 모바일 비즈니스 모델도 가졌다. 이미 벨소리·캐릭터·게임과 같은 모바일 콘텐츠가 인기며 위치확인서비스, 모바일 결제, 텔레매틱스 등 본격적인 모바일 비즈니스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다.

 세계 각국의 모바일서비스와 단말기 업체들이 한국 업체와 손을 잡으려 애쓰고 있다. 콘텐츠는 물론 지능망 솔루션, 멀티미디어메시징서비스센터, 컨버팅과 같은 국산 모바일 솔루션을 도입하려는 손길도 부쩍 많아졌다. 가히 모바일 왕국이라 부를 만 하다.

 물론 거품도 있다. 겉으로 보면 우리는 모바일 강국이나 정작 세계를 향한 모바일 비즈니스에선 일본에 밀린다. 국내 이동통신사업자들이 좁은 내수시장을 놓고 ‘뻘밭 싸움’을 벌이고 있는 사이 일본의 NTT도코모와 KDDI는 세계 모바일비즈니스의 맹주를 자처하면서 세계로 뻗어가고 있다.

 컨텐츠와 솔루션에서 앞서 있는 듯하나 대부분 업체들이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한다. 또 시스템용 칩이나 소프트웨어와 같은 핵심기술도 여전히 선진 업체로부터 빌려쓴다.

 이러한 이유로 대기업과 정부의 역할론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이동통신사업자나 시스템 대기업들은 핵심 기술을 지속적으로 확보하면서 산업 전반의 자양분인 동시에 해외시장 공략시 중소 벤처기업들을 돕는 IT종합상사의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정부 역시 이러한 방향으로 정책을 펼쳐 산업 경쟁력도 키우고 시장을 창출하는 지렛대 구실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정보통신부는 최근 △3세대 무선인터넷 서비스 수용률을 인구 대비 90%로 확대하고 △공항·지하철 등 공공장소에서 저렴하게 대용량의 데이터 통신을 할 수 있도록 무선랜 이용을 활성화하는 등의 모바일 강국의 비전을 마련했다. 이동통신사업자의 무선망을 개방토록 한 것이나 무선 데이터통신 요금 인하를 추진하는 것,주파수 재할당과 같은 구체적인 계획도 추진중이다.

 이동통신사업자들도 기존 망 투자 회수를 위해 늦추려 했던 IMT2000서비스 시점을 다시 앞당기고 IT종합상사를 자임하고 나서는 등 산업과 정책의 요구에 맞장구를 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과감한 투자와 지원으로 구축한 우리의 모바일 인프라는 세계적으로 흔치 않으며 세계 시장을 주도할 잠재력도 풍부하다”며 “명실상부한 모바일 강국으로 가기 위해선 정책적 지원, 업계의 노력, 국민적 성원 등이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라고 말한다.

 벌써부터 모바일산업이 반도체, 디스플레이, CDMA에 이어 한국을 먹여살릴 산업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모바일코리아’ 호가 세계를 향해 닻을 올렸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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