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산 가전업체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고급가전 시장이 국산 중심으로 급속히 대체되고 있다. 특히 이같은 추세를 반영, 사회 문제로까지 비화됐던 고급가전의 수입도 크게 줄어들고 있어 주목된다.
25일 삼성 및 LG전자에 따르면 양문형 냉장고 및 드럼세탁기, 프로젝션TV 등 소위 프리미엄 가전은 외산업체가 강세였던 제품이었으나 국내 메이커의 진입으로 판도가 크게 바뀌었다.
가장 먼저 변화를 나타낸 것은 프로젝션TV로 2000년 이전에는 도시바, 소니 등의 제품이 고가(500만∼1000만원)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점유율 90% 가량을 차지했으나 최근에는 국산 대 외산의 비중이 80 대 20 정도로 역전됐다.
월풀과 GE로 대표됐던 양문형 냉장고의 경우 국내업체들이 지펠이나 디오스 등의 브랜드를 앞세워 광고 및 마케팅을 강화함에 따라 현재 시장점유율 90%를 육박하는 실정이다. 드럼세탁기 역시 독일의 밀레, 보쉬, AEG, 미국의 월풀 등이 대표적인 외산제품이었으나 최근 LG가 ‘트롬’이라는 브랜드를 내세워 드럼세탁기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키로 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등 이 품목 역시 국산이 외산제품을 압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가전제품 수입액 증가세도 둔화되는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가전제품 수입액은 3048억원으로 전년대비 12% 성장했으나 한국 브랜드에 대한 역수입 물량을 제외한 실질 수입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증가세는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컬러TV는 21인치 미만의 경우 중국산 제품 수입물량이 급격히 증가, 18%의 성장을 보이고 있으나 주력제품인 25인치 이상 대형제품은 국내업체의 제품 및 가격 경쟁력 우세로 전년비 역성장을 기록하기도 했다.
냉장고는 주로 GE·월풀을 중심으로 한 미국산 400L 이상이 수입제품 가운데 주력이지만 수입물량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1.4% 정도로 급격히 감소하는 추세인 것으로 파악됐다. 드럼세탁기 역시 수입물량이 전체 시장의 1.9% 수준으로 국내시장에서 거의 힘을 못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고급가전 분야에서 국산제품이 크게 약진하는 것은 우선 국내 수입제품으로 동남아산 저급품이 국내에 들어옴으로써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었고 둘째, 제품 구입후 애프터서비스가 원활하지 못하며 셋째, 국내산 삼성과 LG의 브랜드 가치와 제품의 질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격상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무엇보다 소비자들의 의식수준이 높아져 예전처럼 무작정 외산을 찾기보다는 가격이나 서비스 수준 등을 따져보고 합리적인 구매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업계에서는 분석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당분간 수입물량의 지속적인 감소가 예상되며 이와 반대로 국내 메이커의 입지는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면서 “소비자 조사에서 제품구입 동기 중 서비스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조사될 정도여서 국산제품의 상승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전경원기자 kwj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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