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게임 강국으로 가는 길

◆최성 남서울대학교 컴퓨터학과 교수

 최근 우리나라는 e스포츠의 종주국임을 자처하며 서울에서 매년 월드사이버게임 대회를 열고 있다. 지난해 1회 대회에서는 세계 37개국 400여명의 프로게이머가 ‘스타크래프트’나 축구게임 ‘피파2001’ 등 6개 종목에서 치열한 승부를 벌였다.

 하지만 전체 경기 종목 가운데 국산 게임은 하나도 없었다. 우리가 자랑하는 온라인 게임 ‘리니지’는 미국·일본 같은 게임의 본고장에서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고 이용자의 70%가 한국인이다. 최근 한국이 사이버 게임의 강국으로 떠오르자 세계 게임업계가 한국을 다시 보고 있다고는 하지만 외국 업체들의 생각으로는 한국은 게임 소비 강국일 뿐이지 개발 강국은 아니라는 것이다.

 게임산업은 문화산업의 한 장르이자 고부가가치 산업이며 미래의 지식강국을 이끌 유망 기간산업이다. 특히 게임산업은 전통산업과 엔터테인먼트를 결합한 종합산업으로써 미래 국가 경제를 이끌어 나가는 중추적인 역할도 맡을 수 있다. 따라서 게임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중요성을 인식하고 게임 기술개발 전반에 관한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하지만 국내 게임산업은 하드웨어 투자는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 있으나 소프트웨어 개발은 아직도 크게 뒤떨어진 상황이다. 때문에 향후 선진국들과의 게임 개발 경쟁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소프트웨어는 콘텐츠를 의미하며 콘텐츠의 내용물은 스토리다. 스토리는 문화와 예술이 기본이 된다.

 말하자면 기초 문학과 소설이 스토리의 기본을 이룬다. 기초 과학 없이 응용 과학이 발전할 수 없듯이 기초 문화 없이 어떻게 응용 문화가 만들어지며, 좋은 게임 콘텐츠가 나올 수 있을 것인가.

 게임개발 기술력은 그동안 빠르게 상승했으나 전체 게임 문화에서 스토리 분야는 아직도 빈약한 수준이다. 몇몇 베스트셀러 작품을 제외하면 화려한 화면과 뛰어난 그래픽 기술에 비해 스토리는 매우 빈약하다. 하지만 베스트셀러 게임들을 잘 살펴보면 독특하고 탁월한 스토리 때문에 모든 결점을 보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좋은 스토리가 훌륭한 게임을 만든다는 것은 당연한 원칙이다. 우리 생활 문화를 그대로 반영하는 스토리는 영화나 애니메이션 같은 직접적인 문화 상품이다. 스토리가 빈약해서는 예술성은 물론이고 조화로운 진보나 인간이 누려야 할 보편적인 행복도 누릴 수 없게 된다. 정서와 상상력 부족으로 무엇이 잘 될 것인가.

 스토리는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스토리의 존재를 잊어버리기 쉽다. 관심도 잘 가지지 않을 뿐 아니라 이 분야에 투자하는 것을 아깝다고 생각한다.

 스토리는 창조성을 기반으로 한다. 따라서 우리 게임도 다른 나라와의 종속성에서 탈피해 독립성을 돋보이게 해야 한다. 그래야 게임 상품은 물론이고 우리가 개발하는 모든 문화상품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따라서 스토리는 21세기 우리 게임산업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며 게임문화 스토리를 만드는 새로운 인재인 스토리 작가를 육성해야 한다.

 우리는 반만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문화민족이다. 우리 문화를 적극 발굴해 대작 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미지의 우주세계를 탐험하는 스페이스 오페라류의 스토리도 게임화하면 미래 새싹들에게 꿈을 주는 동시에 외국과 차별화된 게임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한국적인 게임과 미래를 위한 게임을 동시에 보유할 때 우리나라도 진정한 게임개발 대국이자 e스포츠의 종주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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