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일본:최악의 `불황 황사`에 `F학점`

 일본 경제를 이끌고 있는 전기전자 메이커 CEO의 지난해 성적표가 나왔다.

 닛케이비즈니스 최신호는 주가와 경영이익을 기준으로 소니의 이데이 노부유키 회장겸 CEO를 비롯한 7대 전기전자 메이커 CEO에 대한 경영실적을 평가했다.

 이에 따르면 이번달로 마감하는 2001 회계연도를 기준으로 일본 7대 메이커의 예상 최종 손익은 무려 2조엔에 이르는 적자다. 일본 전기전자 메이커들은 일본의 디플레이션 지속과 세계 IT불황이라는 외우내환이 겹쳐 사상 최악의 성적표를 기록, 일본 번영의 상징에서 일본 쇠퇴의 표본으로 추락했다. 사내 구조개혁과 구조조정이라는 숙제를 안고 분투해 온 이들 메이커의 CEO 성적표 역시 대부분 초라하기만 하다.

 닛케이비즈니스가 최고의 평가를 내린 CEO는 소니의 이데이 노부유키 회장. 95년 당시 2934억엔 적자에 허덕이던 소니의 사령탑에 앉은 이래 집행이사제도의 도입, 스톱옵션제도 채택, 유력한 자회사의 상장 폐지 및 100% 자회사화, 경제부가가치에 중점을 둔 기업운영 등 경영쇄신을 통해 소니의 재도약을 일궈냈다. 올해 소니는 7대 메이저 가운데 유일하게 연결재무제표기준 100억엔의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주가를 기준으로 한 시가총액은 95년 3월 당시 1조5854억엔에서 3월 7일 기준 6조5484억엔. 주가와 경영이익 모두 ‘개선’으로 합격점.

 3월말로 사장직을 퇴임, 공석인 회장에 취임하는 미쯔비시전기의 다니구치 이치로 사장도 사업 구조개혁과 기업체질 강화에 일단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특히 시장평가가 급락하고 있던 D램의 비율 축소를 타사보다 먼저 단행해 피해를 비교적 적게 입었다. 98년 취임 당시 1059억엔였던 적자폭이 올해 700억엔 적자로 다소 감소. 한편 취임 당시 7300억엔이던 주가 기준 시가총액은 1조1638억엔으로 크게 개선됐다. 주가는 ‘개선’, 경영이익은 ‘그다지 변동없음’.

 4800억엔 적자라는 사상 최악의 한해를 보낸 히타치제작소의 쇼야마 에츠히코 사장은 경영이익부문에선 ‘악화’로 불합격점. NEC와의 반도체메모리 사업 통합, 그룹내 사업재편 등 개혁을 추진해 온 쇼야마 사장이지만 99년 4월 취임 당시 3388억엔이던 적자폭을 개선시키는데는 실패했다. 다만 2조9106억엔이었던 시가총액은 3조977억엔으로 큰 폭의 변화없어 ‘그다지 변동 없음’이란 평가.

 후지쯔의 아키쿠사 나오유키 사장, NEC의 니시가키 코지 사장, 마쓰시타의 나카무라 쿠니오 사장, 도시바의 오카무라 타다시 사장은 주가, 경영이익 모두 ‘악화’로 불합격점을 받았다. 후지쯔는 아키쿠사 사장의 98년 취임 당시와 비교해 경영이익이 55억엔 흑자에서 3800억엔 적자로 악화됐고 주가기준 시가총액은 2조8776억엔에서 1조9250억엔으로 줄어들었다. 99년 3월에 취임한 NEC의 니시가키 사장의 경우는 당시 1579억엔이던 적자가 올해 3000억엔 적자로 더욱 늘어나고 2조3201억엔이던 시가총액도 1조7838억엔으로 축소됐다. 마쓰시타전기산업의 나카무라 사장 역시 2000년 취임 당시 997억엔 흑자였던 경영이익이 올해 4380억엔 적자로 전환될 것으로 보이는데다 5조9464억엔이었던 시가총액도 3조7391억엔으로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마쓰시타의 나카무라 사장과 같은 시기에 취임한 오카무라 도시바 사장도 2000년과 비교해 280억엔이었던 적자가 올해 2600억엔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여 고전하고 있으며 시가총액도 3조3735억엔에서 1조7640억엔으로 축소됐다.

 <도쿄 = 성호철 특파원 sunghochul@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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