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완벽한 변별력을 가진 생체인식 수단은 DNA다. DNA가 같은 사람은 없다. 아무리 똑같이 생긴 쌍둥이라도 DNA는 다르다.
생체인식 연구자들은 차세대 생체인식 수단으로 DNA를 꼽는다. 완벽한 변별력을 갖고 있으며 모든 세포에 동일한 DNA가 있기 때문에 머리카락, 손톱, 혈액 등 신체의 어느 부위에서나 간단히 얻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DNA를 생체인식 수단으로 쓰기 위해서는 DNA칩이 필요하다. DNA칩은 전자제품에 사용하는 반도체 칩과는 전혀 다르다. 아무것도 없는 유리판에 손잡이가 달린 모양이다. 크기는 종류에 따라 다르긴 하나 미국 애파이메트릭스사가 내놓은 DNA칩은 가로와 세로가 1.28㎝인 정사각형이다. DNA칩은 유리판에 DNA를 점 형태로 찍어놓은 것이다. 유리판 위에 점을 찍는 작업은 ‘칩 위에 DNA를 심는다’라고 표현된다.
DNA칩은 일반 공산품을 찍어내듯 대량으로 복사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한번 검사하고 나면 버려야 하는 일회용이다.
현재 어른 엄지손톱 크기의 DNA칩 위에는 현재 40만종류의 DNA를 넣을 수 있다. 95년 미국 스탠퍼드대학에서 이 칩이 처음 개발됐을 때는 약 3000개 정도의 DNA를 넣는 수준이었다.
유리판 위에 DNA를 점으로 찍기 위해서는 잉크젯프린터의 제트 방식처럼 DNA를 유리판 위에 뿌리거나 반도체 제조방식인 포토마스크 기법을 사용한다. 이외에 전기적으로 DNA를 원하는 위치에 붙이기도 한다.
사실 DNA칩이 연구된 것은 의학 분야에서다. DNA칩을 이용해 한번에 수천에서 수십만개의 DNA를 검사할 수 있다. 암 진단용 DNA칩의 경우 칩 위에는 암 발생과 관련된 DNA들이 심어져 있다. 이 위에 진단받는 사람의 DNA를 올려 놓으면 칩 위의 DNA들의 색이 바뀐다. 색이 짙어지면 암이 발생했거나 중증이라는 신호이며 전혀 바뀌지 않으면 암에 걸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가령 간암을 잘 일으키는 DNA의 색이 변하면 그 암에 걸렸다는 것을 즉시 알 수 있다.
최근에는 DNA칩을 이용해 인증수단으로 삼으려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은 2년 안에 모든 경찰차에 범행 현장에서 수초만에 DNA를 감식할 수 있는 DNA칩을 보급할 계획이다.
DNA칩은 현재 생체인식산업의 모든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 출입통제시스템은 물론이고 기업의 전산시스템에 접근 권한을 부여하는 인증시스템과 전자상거래에서도 매우 유용하게 응용될 수 있다.
DNA칩을 개발하는 미국 어플라이드디지털솔루션의 케이스 볼튼 부회장은 “DNA칩은 시장과 수요자의 판단에 따라 다양하게 응용될 수 있다”며 “공항이나 교도소 등 보안유지가 필요한 기관에서 특히 주목하고 있으며 미아방지나 신원확인 등 자신의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를 잘 기억하지 못하는 아이나 노인에게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DNA칩이 윤리적인 문제와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과 같은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뉴욕생명윤리연구소의 토머스 머레이 회장은 “만일 권력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DNA칩이 악용된다면 매우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며 “개인정보 유출을 최대한 보장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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