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컴팩 합병 사실상 확정

세계 IT산업 지도 바뀐다

 정보기술(IT)업계 사상 최대 규모인 HP와 컴팩의 합병이 사실상 성사됐다. 이에 따라 한국은 물론 세계 IT산업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지난 19일(이하 현지시각) 쿠퍼티노 휴렛패커드(HP) 본사에서 열린 HP 주주총회에서 칼리 피오리나 HP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우리가 승리했다”고 선언, HP와 컴팩의 합병을 기정사실화했다.

 칼리 피오리나 회장은 비공식적 집계임을 전제하며 “최종 집계는 4∼6주 후에 나오겠지만 주주들이 보내온 투표카드를 잠정 집계한 결과, 근소하지만 충분한 표 차이로 합병이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이로써 지난 6개월간 전세계 IT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켜온 양사의 합병은 사실상 매듭지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HP와 컴팩의 합병회사는 PC·스토리지 분야에서 일약 세계 제1의 기업으로 거듭나게 됐다. 또 높은 수익성이 보장되는 서버 분야에서는 세계 2위로, IT시장의 총아인 서비스 분야에서는 IBM과 EDS에 이어 세계 3위로 급상승해 세계 컴퓨터 시장의 지각 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국내 컴퓨터 시장 판도도 적지 않은 변화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HP와 컴팩의 한국법인이 합칠 경우 매출 규모가 한국IBM의 두배가 넘는 1조9000억원에 이르며 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까지 감안할 경우 국내에서 독보적인 IT업체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HP 경영자 측은 월터 휴렛 등 합병에 반대하는 측과 지난 5개월 동안 전쟁을 방불하는 주주 확보 경쟁을 펼쳐왔다.

 주주들의 투표가 모두 끝난 후 피오리나 회장은 “HP 주주들이 합병의 이익을 택한 데 대해 매우 기쁘다”며 “이제 합병을 지지했건 안했건 모두가 하나가 돼서 회사의 이익을 위해 힘을 모을 때다”고 덧붙였다.

 반면 합병 반대 홍보에 수백만달러의 거금을 쏟아부은 월터 휴렛 진영은 독자 기자회견에서 “패배를 인정할 수 없다”며 “최종 결과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컴팩 측은 “HP가 합병 승인에 충분한 주주표를 얻은 것 같아 기쁘다”는 반응을 보였다. 컴팩은 HP보다 하루 늦은 20일 오후 2시에 휴스턴에 있는 와인드험 그린스포인트 호텔에서 합병 승인을 묻는 주총을 갖는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