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정 이포넷 사장 sjlee@e4net.net>
영화 매트릭스를 보다 보면 아주 흥미로운 사실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이 세상을 데이터로 생각한다는 점이다. 즉 매트릭스의 세상에서 ‘관리자’는 자신의 의지로 몸을 바꿀 수도 있고 위치를 이동할 수도 있다.
정보시대가 되면서 우리가 직접 접하는 대상은 데이터로 변환이 가능해졌다. 즉 이전까지는 종이 위에 쓰여 있던 나와 친했던 한 친구의 인적사항이 ‘A313C4FB 84256455’ 식으로 변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어떻게 하면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자료를 데이터로 변환시킬 수 있는가, 이러한 데이터를 어떻게 관리해야 할 것인가가 화두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러한 전조는 1995년 8월 9일 최초로 나타났다. 이날은 인터넷 브라우저 회사인 넷스케이프가 주식시장에 상장된 날이다. 주당 28달러에 거래되기 시작했던 것이 장이 끝날 무렵에는 무려 두배 이상으로 상승했다. 월스트리트의 언론들은 이날을 신경제의 탄생이라는 말로 대신했다.
이후 인터넷의 등장은 사회·문화·경제·기술시장에 걸친 광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을 불러왔을 뿐만 아니라 경쟁의 심화, 기술변화, 신생산업들의 등장, 자본과 투자에 대한 통념의 변화도 함께 요구해 왔다.
이러한 패러다임의 전환속에서 오늘날 왜 e비즈니스를 해야만 하는가에 대한 질문은 우문에 가깝다. 고객에게 좀 더 맞는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저렴한 가격으로 물품을 구매하는 것, 재고를 관리하는 것, 가능한한 투명하게 일을 처리해 잡음을 없애는 것 등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은 일들을 e비즈니스상에서 처리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경제적 효과가 엄청남에도 e비즈니스를 하는 데 있어서 대표적인 두가지의 걸림돌이 있다. 첫째, 기존 오프라인에서의 상거래 관행과 e비즈니스를 실현하면서 겪는 문화지체현상이다.
기존 상거래에서 발생했던 무자료 거래, 수수료, 리베이트나 혹은 정상적인 거래보다는 비정상적인 거래에 익숙했던 것이 e비즈니스를 통한 전산화와 공개화 등으로 투명해지자 그에 대한 이유 없는 반발들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는 특히 오랜 상거래 관행에서 세금에 대한 정당한 인식을 가지지 못했던 기업이나 상공인일수록 더욱 심하다.
하지만 앞으로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의 강화와 그에 따른 전세계 주요 시장의 개방화에 따른 시장운용에 있어 기업경영의 투명성 확보는 제1의 경쟁력이 될 것이며 이를 통해 발생하는 부수적 효과인 합리적인 의사결정이나 사업진행은 더 큰 효과를 낳을 것이다.
둘째, 기술과 기업의 경영논리는 급변하지만 그것을 수용하는 경영진이나 중역진들의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e비즈니스를 통한 거래와 결제, 인재 관리 등 소위 ERP로 지칭되는 전사적자원관리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많은 인력이 감소되고 결국 불필요한 결정시스템의 인력들이 감소하거나 퇴출될 것을 예상한 나머지 스스로의 자리보존을 위해 e비즈니스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부분은 이미 많은 관련 연구서들이 나와있듯이 일시적 혹은 정말로 불필요한 조직의 감원은 막을 수 없고 오히려 e비즈니스를 통한 새로운 조직이 창출되고 사업부서가 생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e비즈니스로 대표되는 신경제는 수확체증의 법칙이 적용받는 시장이다. 스탠퍼드대학 경제학과의 브라이언 아서 교수는 첨단기술과 지식 중심의 시장에서는 규모의 경제뿐만 아니라, 범위의 경제가 함께 실현되는 형태를 갖게 된다고 역설하고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 사업 범위와 상품의 종류를 확장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인수·합병·제휴를 통한 비즈니스 규모도 확장된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몇몇 중요한 이유로 인해 e비즈니스로의 이행이 더뎌진다. 그렇기 때문에 일부 기업에서는 ‘남이 하는 것을 지켜보다’ 잘 되는 것 같으면 ‘따라하는 것이’ 좋지 않나 하는 생각도 확산되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매트릭스에서처럼 모든 것이 데이터로 변환되고 관리되는 시대다. 약간만 뒤처지면 앞에 있는 선두주자를 따라잡기란 요원한 일이 될 수밖에 없다. 이제는 e비즈니스를 하는가 하지 않는가가 문제가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빨리 시작하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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