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커 사회에서 탄생한 영상압축기술 ‘디브X(DivX)’는 인터넷에서 내려받은 영화를 안방의 TV 화면을 통해 감상하는 일을 현실화시켰다. 미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에 있는 디브X네트웍스는 최근 지난해 4월 선보인 자사의 비디오 압축기술 디브X의 최신 버전 ‘디브X 5.0’을 공개하고 올해말께 이 디브X를 사용한 DVD 플레이어와 디지털 비디오 녹화기, MP3 플레이어 등 휴대형 기기를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디브X 5.0가 만약 불법 온라인 영상파일 교환기술로 미 할리우드 영화계로부터 제소당하지 않고 ‘주류 기술’로 등장하게 되면 음악계에서 냅스터같은 다른 파일교환 선구자가 하지 못한 쾌거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디브X는 애초 이력서와 관련 비디오를 인터넷으로 전송하려했던 프랑스인 해커 제롬 로타가 고안했다. 그가 개발한 압축기술은 순식간에 인터넷으로 퍼져 나갔다. 이 기술은 하루에 45만장의 해적판이 유통된다는 모피어스, 카자, 그록스터 등 온라인 사이트에서 압축 영상 파일의 표준포맷으로 자리잡았다.
디브X네트웍스는 디브X의 최신 버전인 디브X 오픈소스가 3000만회나 내려받기됐다고 밝혔다. 이 소프트웨어는 시넷의 다운로드닷컴에서 주당 평균 50만회 내려받기돼 모피어스, 카자, ICQ, 윈지프 다음으로 인기있는 무료 애플리케이션으로 떠올랐다.
MP3닷컴에서 잔뼈가 굵은 조단 그린홀 디브X네트웍스 창업자 겸 CEO는 벤처자금을 끌어오고 디브X의 모태인 해커 사회와의 관계를 청산하려고 힘써왔다. 그는 이 같은 노력의 하나로 영화제작사들이 세운 디지털 영화 보급 벤처인 무비링크와 무비스닷컴 대표 및 영화산업 단체 관계자들과 긴밀히 접촉해오고 있다. 특히 최신 버전인 디브X 5.0는 영화사가 인터넷에서 보급되는 영화에 비용을 부과할 수 있게 만든 디지털 저작권관리(DRM) 기술을 내장, 할리우드 신임을 얻기 위한 그린홀 CEO의 애쓴 흔적이 엿보인다.
뉴욕주 시포드에 있는 엔비지니어링 그룹의 윌리엄 풀코 분석가는 “DRM을 이용하면 영화사로부터 제소당할 염려가 없다”며 “디브X가 영화사에 새 영화 유통시장을 형성하는 기술을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영화사는 디브X를 이용해 비디오 대여점인 블록버스터를 통하지 않고 인터넷으로 곧바로 임대 영화를 전송할 수 있게 됐다. 할리우드에 있는 8개 메이저 영화사가 과연 새 디브X 기술을 온라인 영화 압축표준으로 수용할지 아니면 마이크로소프트의 비디오 압축기술 코로나나 애플의 퀵타임 6.0, 개인이 만든 다른 기술을 선택할지는 아직 더 두고봐야 한다.
그린홀 CEO는 디브X 5.0을 발표하면서 PC와 TV의 간격을 좁히는 새로운 세대의 ‘통합’ 제품에 큰 기대를 걸었다. 현재 인터넷 영화, 특히 시네마나우 같은 유료 사이트에서 내려받는 영화까지도 거의 PC 데스크톱에서만 볼 수 있다. CD에 영화를 굽더라도 DVD 플레이어에서 재생할 수는 없다. 영화를 안방 TV에서 보게 하는 홈 네트워크가 없는 이가 TV로 인터넷 영화를 보는 유일한 방법은 랩톱을 S-비디오 출력장치에 연결시키는 것이다. 그린홀 CEO는 새로운 ‘게이트웨이’ 장비를 이용하면 이 절차를 간단히 줄여준다고 설명했다.
컴퓨터에 연결시키는 USB 포트와 TV 연결 비디오 입력장치가 달린 비디오용 애플 i포드 MP3 플레이어 같은 장치가 이런 게이트웨이 장비의 한 예다. 이용자는 컴퓨터로 인터넷에서 비디오를 내려받아 이를 USB 포트를 통해 휴대형 플레이어에 보내고 안방에서 휴대형 장치를 TV에 연결시켜 대형 스크린으로 영화를 감상할 수 있게 된다. 그린홀 CEO는 “신형 DVD 플레이어는 동영상 압축 복원기술인 MPEG4 표준을 채택해 인터넷에 올려진 영화도 재생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MPEG4 표준에 따르는 디브X 5.0 기술로 압축된 영화를 CD롬에 구워 안방용 표준 DVD 플레이어로 재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박공식기자 kspark@ibiz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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