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와 개인생활의 조화 / 스튜어트 프리드먼 지음 / 21세기북스 펴냄
필자의 사무실엔 자정이 넘도록 몇 명의 직원들이 일을 한다.
필자는 미혼의 여직원에게 물었다. “이러면 개인생활이 있나요.”
여직원은 대답한다. “당분간 개인생활은 생각하지 않기로 했어요.”
‘회사와 개인생활의 조화’는 영원한 갈등관계인 것처럼 보이는 회사생활과 개인생활의 조화로운 공존을 모색한 책이다. 여러 편의 논문으로 이뤄진 이 책의 소개를 제3장 ‘경영자가 탈진할 때’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결국 일과 개인생활이 조화롭지 못할 때 나타나는 최악의 상황이 일하는 사람의 탈진현상이다.
‘탈진’이란 글쓴이에 따르면 ‘사람에 관련된 업무를 하는 사람 사이에서 자주 일어나는 정서적 고갈 상태와 냉소주의의 증후’다. 사람들은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하고 기진맥진할 때 탈진으로 치닫게 된다.
지금 일에 지쳐 있는 사람은 자신의 탈진여부를 다음 증세를 통해 판단해보기 바란다. 만성피로, 무언가를 요구하는 사람에 대한 분노, 냉소주의, 부정적 태도, 신경질적 반응, 포위된 느낌, 부정적 정서의 직설적 표현.
이같은 경험은 흔히 스트레스라고 부르는 것보다 강도가 높다. 더 큰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 심지어는 매우 유능한 경영자조차도 경력의 어느 시점에서는 탈진을 경험하곤 한다는 것이다.
일하는 사람의 탈진을 막는 지침으로 저자들이 가장 먼저 제시하는 것은 탈진이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경영자들은 직원들에게 분노뿐 아니라 실망감·무력감·좌절감 같은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통로를 제공한다.
특히 저자들이 강조하는 것은 신체적 활동의 중요성이다. 탈진한 개인에게는 정신적 긴장과 피로를 해소하는 것보다 적극적인 신체적 활동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신체적 운동은 분노의 감정과 억압된 에너지를 건강하게 배출한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물론 탈진에 이르기 전에 일과 개인생활을 조화시키는 것이다. 제1장 ‘업무와 개인생활:제로섬 게임의 종말’은 둘이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임을 적절한 사례를 들어 일깨워준다.
조화의 포인트는 직원들을 인격체로 인식하고 직원들의 회사 밖에서의 역할을 인정하며 그것을 격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조직에서 관리자나 경영자의 지위에 오른 사람 대부분은 개인생활을 희생함으로써 그같은 성취를 이룬다.
제2장 ‘성공을 위해서 그토록 큰 희생을 치러야만 하는가’는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다. 2000명 이상의 경영자와 경영자 부부를 만난 후 저자들은 ‘성공적인’ 경영자들은 다른 경영자들과 달리 직무에서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적응했고 경력상의 실망스런 사건에 대범했다는 것을 발견했다.
개인생활이 악화되는 이유는 업무 때문에 발생한 피로와 부정적인 정서가 가족과 여가시간에까지 그대로 전이되기 때문이다. 업무에서 불행한 사람이 가정에서 행복할 가능성은 매우 적다.
저자들은 최고경영자가 직원들이 각자의 직업과 개인생활의 관계를 관리하기 어렵게 만들 수 있는 조직의 관행과 방침에 책임을 지라고 주장한다. 최고경영자는 직원들이 경력상의 성공에만 전념하지 않도록 격려함으로써, 즉 조직안의 가치를 확대시키고 다양화함으로써 직원들을 도울 수 있다. 이는 저자들도 조직에 ‘이단적’인 제안이라고 말할 만큼 색다르다.
그러나 올바른 처방으로 보인다. 노력과 승진을 과대평가하고 직무에 대한 긍지와 훌륭한 수행에 대해서는 과소평가하는 조직의 관행은 역효과를 초래할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의 내적 가치를 즐길 때에만, 그리고 일과 개인생활 중 어느 하나가 아니라 두 가지 모두에서 동시에 만족을 얻을 때에만 생산적이 된다고 한다.
개인의 삶을 배려하는 조직이 아니고는 조직의 생산성도 사기진작도 불가능하다는 것이 저자들의 생각이다.
<정진욱 모닝365 사장 ceochung@morning36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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