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엔터테인]게임1세대 근황

 게임산업이 부흥기를 맞고 있다. 게임 하나만으로 연간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업체가 등장해 액면가 500원짜리 주식이 23만여원에 거래되는 황제주로 등극하며 벤처업계의 부러움과 질시를 한몸에 받고 있다. 또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게임업체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불과 3∼4년 전만해도 꿈도 못 꿀 일이었다.

 이처럼 게임이 가장 수익성이 높은 콘텐츠로 인정을 받고 있기까지는 수많은 게임 마니아들과 오랜 기간 게임개발에 몰두해온 기업 및 개발자들이 기여한 공로가 크다. 그 가운데도 가장 크게 공헌한 이들은 바로 국내에 외산게임 일색이던 지난 90년대 초 국산게임 시대를 열어간 이른바 게임 1세대다.

 하지만 이들은 대부분 대기업과 현재 각광을 받고 있는 벤처기업들에 밀려 기억의 저편으로 밀려나 버린 상태다. 이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게임 1세대로는 90년대 초반 게임회사를 설립, 순수 국내 기술로 국산 PC게임을 개발해 출시하는 등 초기 국내 게임업계를 이끈 몇몇 CEO들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의 특징은 당시 20대 초중반의 젊은층이 주류를 이뤘다는 점. 지금으로부터 무려 10년이란 세월을 거슬러 올라간 시점에서 20대 젊은 CEO들이 한 업계를 주도했다는 사실은 획기적인 변화였다.

 또 대부분의 CEO가 프로그래머로서 게임개발에 직접 참여했다는 것도 색다른 점이다. 국내 벤처기업의 시작은 이미 10년 전 게임업체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당시 국산게임 개발을 주도했던 게임 1세대로는 게임 개발사들의 모임인 코가(KOGA)를 이끌던 막고야의 홍동희 사장과 미리내의 정재성 사장, 소프트액션의 남상규 사장, 페밀리프로덕션의 차승희 사장, 소프트맥스의 정영희 사장 등을 꼽을 수 있다.

 지금은 소프트맥스의 정영희 사장을 제외한 대부분의 인물이 10년 전의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거나 아예 회사를 접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들은 지금도 대작게임을 만들어내는 꿈을 꾸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라면을 끓여먹으며 개발을 해야 하는 상황이기는 해도 항상 게임산업에 발을 담그고 있다.

 게임 1세대의 맏형격인 막고야의 홍동희 사장은 이제 사십을 바라보는 중년이 됐지만 게임에 대한 의욕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를 것이 없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얼굴에 주름이 늘고 머리가 좀더 벗겨진데다 지난 10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여유를 가지고 게임사업에 임하고 있다는 것 정도.

 홍 사장은 비록 세간에 얼굴을 자주 비치지는 않았지만 90년대 초 TV 프로그램에서도 활용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던 PC게임인 ‘세균전’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해 출시하고 어려울 때는 타사 제품 컨버팅 작업을 해주며 조용히 지내왔다. 그렇지만 이 기간 홍 사장은 자체 게임 사이트인 게임벨(http://www.gamebel.com)을 통해 50여종의 미니게임을 서비스하는 등 부활을 위한 준비에 만전을 기해왔다.

 홍 사장은 이같은 준비작업을 바탕으로 오는 5월께는 온라인 버전의 ‘세균전zero’를 출시하는 동시에 그동안 개발해온 전략시뮬레이션게임과 온라인게임을 가지고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게임 전시회인 ‘E3쇼’에 참가할 예정이다. 홍 사장은 이를 시작으로 지난 10년간 쌓아온 내공을 마음껏 분출해볼 계획이다.

 미리내의 정재성 사장은 90년대 초반 ‘그날이 오면’ ‘자유의 수사’ 등 슈팅게임으로 국내 최고의 게임 타이틀이라는 칭송을 받으며 4만∼5만카피를 판매하는 대박을 터트렸던 인물이다. 정 사장은 한때 직원을 90명까지 거느리는 등 큰 성공을 거두기도 했지만 지분관리에 실패해 지난 98년 초 미리내 대표직을 사임하며 게임에 대한 열정을 접어야 했다.

 이후에는 대학에서 공부한 전공을 살려 로스텍이라는 반도체설계업체를 설립, 이동전화용 반도체 칩을 개발하는 등 이 분야에서 나름대로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반도체 사업에서의 성공도 게임에 대한 그의 정열을 잠재울 수는 없었는지 지난해 6월 창투사의 투자를 받아 또다시 게임개발 및 서비스 업체인 미리내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고 반도체 기술을 접목시켜 음성 커뮤니케이션을 가능케 한 온라인 롤플레잉게임(RPG)을 개발중이다.

 정 사장은 내달말까지 이 게임 개발을 완료하고 오는 6월부터 ‘칸’이라는 이름으로 베타서비스에 나서면서 게임업계에 컴백할 예정이다.

 소프트액션의 남상규 사장은 홍 사장 및 정 사장과 함께 1세대 3인방으로 꼽힌다. 특히 지난 90년 ‘폭스레인저’라는 슈팅게임으로 2만5000카피 이상을 판매하고 92년 말에는 금성소프트웨어와 함께 게임제작자 양성과정 강의를 실시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보였다.

 남 사장은 히트작인 ‘폭스레인저’시리즈를 계속 업그레이드하고 ‘반슬러그’‘유니버셜 포스’ 등 고해상도의 시뮬레이션 게임을 출시하는 동시에 ‘랑그릿사’를 비롯한 대작게임을 컨버전하는 등 다양한 게임을 출시했다. 또 2000년에는 SM엔터테인먼트의 지분투자를 통한 자본금 증자를 단행하고 지난 1월에는 ‘아장닷컴’이라는 아동용 액션게임을 출시하는 등 아직도 왕성한 개발력을 보여주고 있다.

 소프트맥스의 정영희 사장은 게임 1세대 가운데는 유일하게 연간 1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스타로 부상한 상태라 다른 설명이 필요 없다. 94년 출시한 롤플레잉게임인 ‘창세기전’이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 것을 시작으로 ‘창세기전’시리즈 및 ‘서풍의 광시곡’ ‘템페스트’ 등의 후속작으로 연타석 홈런을 친 데 이어 최근에는 3D 롤플레잉게임인 ‘마그나카르타’로 재차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

 정 사장은 이같은 여세를 몰아 올해부터는 온라인 게임사업에도 진출, 온라인 롤플레잉게임인 ‘테일즈위버’와 슈팅게임인 ‘드림체이서’ 등의 신작 개발에도 돌입했다. 이들 게임은 자체 커뮤니티 사이트인 ‘4Leaf(http://www.4leaf.co.kr)’과 연동해 각각 오는 8월과 10월부터 유료로 서비스할 계획이다.

 이밖에 정 사장과 함께 1.5세대로 분류되기도 하는 페밀리프로덕션의 차승희 사장은 ‘피와 기티’ ‘샤키’ 등의 액션게임과 ‘인터럽트’ ‘올망졸망 파라다이스’ 등 다양한 게임으로 널리 알려졌으나 지난해 5월 회사를 접었다. 하지만 그는 이후 아케이드게임 전문업체인 어뮤즈월드 연구실장으로 자리를 옮겨 게임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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