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 장비 맹주 `시스코시스템스` 라우터시장서 `흔들`

 음성과 데이터를 동시에 전달하는 네트워크 장비 시장에서 점유율이 한 때 70∼80%까지 치솟았던 시스코시스템스(http://www.cisco.com)가 최근 네트워크 분야에서도 수익성이 가장 좋은 라우터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C넷(http://www.cnet.com)은 최근 시장조사회사인 델로로 그룹 보고서를 인용, 시스코가 최근 최대 경쟁업체로 떠오른 주니퍼에 라우터 시장의 약 30%를 내준데 이어 3위 업체 유니스피어의 추격(점유율 약 10%)도 점차 거세지는 등 라우터 시장에서 독점적인 지배력을 거의 상실했다고 보도했다.

 네트워크 컨설팅 회사 프로브리서치 CEO 힐러리 마인 사장 등 전문가들은 시스코의 최대 약점으로 라우터용 소프트웨어 개발 측면에서 주니퍼 등 경쟁업체들에 뒤떨어진다고 진단하고 있다.

 라우터는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는 각종 디지털 정보들이 가장 빠르게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는 지름길을 연결해주는 장비로, 교통경찰의 역할을 담당하는 소프트웨어의 부족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는 설명이다.

 프로브리서치의 마인 사장은 “시스코가 90년대 후반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치솟을 때 값비싼 주식을 교환해주는 방식으로 네트워크와 통신 등의 기업을 무더기로 인수·합병(M&A)했던 전략도, 결과적으로 서로 다른 기술을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들간 원활한 정보교환을 어렵게 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진단했다.

 시스코가 M&A에 한창 열을 올리던 90년대 말 이 회사의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고 있던 주디 에스트린 부사장이 자회사로 편입된 수십개 라우터 및 네트워크 관련 회사들의 프로그램을 하나로 통합하는 중장기 기술개발 전략을 마련했으나, 당시 매출확대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던 회사 분위기에 밀려 이를 실천에 옮기는 데 실패했다는 설명이다.

 그 후 에스트린 CTO가 2000년 4월 시스코를 떠나 패킷디자인이라는 네트워크 회사를 설립한 것을 비롯해 라우터 부문 핵심 경영자들이 하나 둘씩 회사를 떠남으로써 시스코는 최근 전 세계 라우터 시장에서 지배력이 급속도로 내리막길을 걷게 됐다고 마인 사장은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은 경쟁업체들에 라우터 시장에서 파이를 늘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주니퍼는 다국적 기업들이 인터넷 및 가상사설망(VPN) 등을 이용해 본사와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지사간 통신을 가능하게 해주는 ‘주노’라는 프로그램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지난해 4분기 전 세계 라우터 시장(약 4억8000만달러)에서 약 30%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선두 시스코를 맹추격하고 있다.

 또 유니스피어도 인터넷서비스업체(ISP)와 기업을 연결하는 틈새시장에서 시스코의 대안으로 부상하면서 역시 지난해 4분기 전세계 라우터 시장 점유율이 약 10%대까지 올라서는 등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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