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정보통신 전시회라 불리는 ‘2002 세빗(CeBIT)’ 행사가 독일 하노버 박람회장에서 현지시각 13일 개막, 20일까지 8일간의 대장정에 들어간다. 12일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의 공식 개회 선언으로 본격적으로 막을 올리는 이번 ‘2002 세빗’에는 전세계 58개국에서 약 8000개의 IT기업들이 참가, 각종 신제품과 신기술을 선보이는 ‘세계적 디지털 패션쇼’를 연출한다.
◇어떤 기술이 주목받나=세빗은 그동안 규모면에서 컴덱스를 능가, ‘세계 최대’라는 명성을 얻어 왔다. 명성에 걸맞게 세빗에서는 그동안 매년 획기적인 신제품과 신기술이 발표돼 왔는데 8비트 컴퓨터가 처음 선보인 것도 바로 세빗이었다. 지금은 역사의 한편으로 사라졌지만 마이크로소프트(MS)의 도스 운용체계와 애플컴퓨터의 핸드헬드 컴퓨터 ‘뉴턴’도 바로 세빗에서 데뷔했다.
하지만 올해는 예전의 획기적인 신제품이나 신기술 경연장 대신 기업의 IT비용을 절약해주는 통합 솔루션과 보안 솔루션이 가장 각광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미증유의 9·11테러 이후 일반 기업이 IT지출을 줄이고 있고, 이에 따라 IT기업들도 신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보다 기업의 비용을 줄여주는 통합 솔류션과 안전한 솔루션 개발에 힘을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추세에 따라 ‘2002 세빗’에서도 ‘이동형 컴퓨팅’(모빌리티), 보안과 관련된 솔루션들이 참관객들의 시선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이번 세빗은 IT기업의 주요 매출원이 기존 음성에서 데이터로 전환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행사가 될 전망인데 이와 관련, 독일의 한 인터넷업체 사장은 “일반 소비자 시장에서 고급 식당과 극장표 등을 인터넷으로 예매하는 것이 주요 매출원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세계 최대 휴대폰업체인 핀란드 노키아가 컬러 스크린의 휴대폰을 처음으로 선보이는 등 3세대 이동통신 관련 단말기들도 주목받을 것으로 보이는데 세빗의 한 관계자는 “대다수의 유럽 이동통신업체들이 3세대 인프라 구축에 고전하고 있어 이와 관련된 합작사 설립 발표도 이번에 잇따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윈도에 대항, 날로 세력을 더하고 있는 리눅스 기반 기술들도 화젯거리다. 리눅스 관계자들은 이번 전시회에 대해 “리눅스가 전문가만이 아닌 일반 유저의 요구에도 다양하게 부응하는 운영 시스템으로 성장했음을 입증할 것”이라고 설명하며 “달력 기능을 가진 손목시계에서부터 팜컴퓨터 그리고 대단위 정보처리 능력을 가진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리눅스가 다양하게 채택돼 소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독일이 최다 참가국=작년보다 조금 작은 8000개 이상의 기업이 참가할 올 ‘2002 세빗’도 작년에 이어 개최국인 독일이 최다 참가국 월계관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CNN에 따르면 8152개 업체가 참가하는 이번 행사에서 독일 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60%를 넘고 이어 대만이 594곳으로 2위를, 그리고 미국(345곳), 영국(281곳), 한국(162곳)이 그 뒤를 잇고 있다.
한편 이번 행사에는 스티브 발머 마이크로소프트 사장 겸 최고경영책임자와 볼커 정 독일 IT연합회 대표 등이 기조연설자로 나서, 올 한해 세계 IT산업의 미래를 진단한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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