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해킹 `경계령`

 전 세계 해커들의 다음 활동 무대는 휴대폰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 최근 속속 제기되고 있다.

 영국 BBC방송(http://news.bbc.co.uk)은 최근 러시아의 한 보안회사가 휴대폰에 스팸메일을 무제한으로 살포할 수 있는 프로그램(바이러스)을 찾아냈다고 10일 보도했다.

 BBC 방송은 각국 보안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 경찰이나 텔레마케팅 업체에 장난 전화가 걸리도록 하거나 심지어 휴대폰의 운용 소프트웨어를 작동불능 상태로 만드는 등 휴대폰을 겨냥한 바이러스의 출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런 일들은 또 휴대폰 기술이 상대적으로 뒤진 미국에서는 흔하지 않지만, 유럽이나 일본에서는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마우스를 클릭할 경우 한국의 119와 같은 응급전화에 반복적으로 연결되도록 하는 인터넷 링크를 포함한 e메일 메시지가 휴대폰을 통해 확산되는 바람에 전화업체가 바이러스를 처치할 때까지 모든 응급전화를 차단해야만 하는 경우가 발생했다.

 또 유럽에서는 휴대폰의 단문메시징서비스(SMS)가 불특정 다수에게 휴대폰을 파괴하는 바이러스를 보내 이를 받은 휴대폰의 배터리를 교체하거나 재충전하도록 만드는 사건이 속출하고 있다.

 해킹 프로그램 가운데 더 새로우면서도 악질적인 버전은 단문메시지가 전화업체 서버에서 제거될 때까지 휴대폰을 파괴하는 활동을 계속하는 프로그램이다.

 이처럼 휴대폰을 대상으로 한 해킹의 등장은 인터넷 서핑과 e메일 전송, 소프트웨어 다운로드 등 컴퓨터와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는 스마트폰의 출현과 맥락을 같이 한다.

 바이러스 예방소프트웨어 업체인 시만텍의 관계자는 “휴대폰을 인터넷 상의 또다른 컴퓨터로 봐야 한다”면서 “휴대폰이 인터넷에 연결되면 컴퓨터와 마찬가지로 협박을 전달하거나 목표물을 공격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핀란드의 컴퓨터 보안업체 F시큐어의 아리 히포넨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아직까지는 스마트폰의 보급이 많지 않은데다 운용 소프트웨어의 플랫폼도 통일돼 있지 않아 휴대폰을 대상으로 한 바이러스의 파급력은 그다지 크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히포넨은 노키아의 커뮤니케이터, 핸드스프링의 트레오, 모토로라의 자바폰, 미쓰비시의 트라이엄 몬도 등 신형 스마트폰들은 외부의 소프트웨어를 다운받을 수 있으며, 이 중에는 자체적으로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데 사용할 수 있는 게임 등 프로그램 저작도구들도 다수 포함돼 있어, 앞으로 해킹 프로그램이나 바이러스의 표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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