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이란 시간차가 만들어내는 차이는 과연 어느 정도일까.
정확히 20년이란 나이차를 두고 국내 음성인식·합성기술 분야에서 양대산맥을 구축하고 있는 두 사람이 있다. 바로 보이스웨어의 백종관 사장(47)과 에스엘투(SL2)의 전화성 사장(27)이 바로 그 주인공으로 음성기술을 접한 경로와 살아온 과거가 전혀 다른 이 두 사람이 최근 업계에 자주 회자되고 있다.
문자를 음성으로 바꾸고 사람의 목소리를 인식·구별하는 음성기술은 알게 모르게 이미 우리 생활에 깊숙이 자리잡아 왔다. 이미 각종 완구와 로봇, 이동통신 등에 접목돼 실생활에 사용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홈오토메이션, 텔레매틱스, 가전 등에도 접목되는 등 빠른 속도로 우리 가까이에 다가서는 기술이다.
보이스웨어는 국내 음성합성 소프트웨어 시장의 80%, 음성인식 시장에선 40%를 차지하고 있다는 국내 음성기술의 선두업체다. 백 사장은 따라서 토종 음성기술의 대표주자인 셈이다.
연세대 전자공학과 출신으로 LG소프트 기술연구소장을 지낸 정통 엔지니어다. 음성기술이라는 사업 아이템을 만난 것은 지난 95년 LG소프트 기술연구소장 시절 그는 LG계열사 연구소장들과 정보교류를 위한 연구소 공동투어에 참여할 때다. LG종합기술연구소를 참관하다가 이곳에서 ‘가공되지 않은 진주’ 음성기술을 만난 것이다.
지난 99년 12월 자본금 1억원의 보이스웨어를 설립한 그는 지금 직원수가 30여명에 이르는 중견 벤처기업을 이뤄냈다.
그의 별명은 ‘백상어’다. 아마도 백씨라는 성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본인은 설명하지만 평소 슈퍼마켓 아저씨같던 그가 일에 있어서는 무서운 근성을 갖고 있다는 걸 직원들 대부분이 잘 알고 있다.
그가 주력사업으로 여기고 있는 것은 차량장착용 음성포털 시스템으로 운전중 날씨, 전화, e메일, 주식 등 각종 정보를 음성으로 들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현재 개발이 끝난 상태며 2003년쯤 상용화할 계획이다.
아직도 대학생 티가 완연한 SL2의 전화성 사장은 요즘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정도다. 한달 전 웨딩마치를 올린 개인적 이유도 있겠지만 여기저기 벌여 놓은 일들이 하나둘씩 결실을 맺어 몸소 살펴야 할 것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한국과학기술원 전산학과 석사를 마친 전 사장은 2000년 3월에 카이스트 동료·후배 학생들과 함께 SL2라는 음성인식기술 벤처기업을 창업했다.
전 사장은 “음성인식 시장이 이제 막 열리는 데다 음성인식 기술은 젊은 과학자들이 능력을 발휘하기 좋은 분야여서 급속히 성장했다”고 말한다. 음성을 분석하는 작업이 고도의 전문지식 못지 않게 강한 체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젊은 과학자들의 무대라는 것이다.
SL2의 직원은 모두 28명이지만 이 중 연구개발인력 22명은 모두 20대의 카이스트 학생이다. SL2의 사내에서 권위의식은 전혀 없다. 대개 나이가 엇비슷하기 때문이다. 회식 자리에서도 돌리는 폭탄주가 없는 대신 게임을 해서 지는 사람이 술을 마시는 분위기다.
“두고 보십시오. 올해엔 세계 5위의 음성전문회사로 발전할 겁니다.” ‘음성기술이 세계를 바꾼다’는 플래카드를 붙여놓은 좁은 연구실에서 그는 ‘세계 5위’를 내걸었지만 내심 세계 최고를 꿈꾸고 있는 듯하다.
나이로 보나 경쟁관계로 보나 그다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백 사장과 전 사장은 최근 개인적인 자리를 자주 한다. 서로를 칭할 때도 형, 동생이라고 한다.
이제는 입찰이 있을 때 두 업체 중 한 업체가 안나오면 걱정해 줄 정도라니 두 사람의 각별한 사이를 짐작할 만하다.
지금껏 이뤄온 것들을 평가해보자면 똑같이 ‘이제 시작이다’라고 말하는 두 사람은 20년이란 긴 시간의 차이를 두고 있지만 달려가는 목표는 결국 하나인 듯 싶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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