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와 문화 콘텐츠/유승호 지음/전자신문사 펴냄
덴마크 코펜하겐의 미래학 연구소는 미래의 사회를 몽상사회라 진단한다. 몽상사회에서는 민담, 신화 등의 상징재가 사회의 주축이 되며 능숙한 이야기꾼이 사회 지도자로 부각된다. 상품은 기능으로 평가되지 않고 담겨진 이야기에 의해 평가된다.
저자는 오늘날에도 마이클 조던 모델의 나이키, 이스탄불을 운행하는 오리엔탈 특급 열차 등 이미 신화를 머금고 있는 제품이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예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2가 발매 초기에 기대 이하의 판매량을 보인 것은 하드웨어인 플레이스테이션2의 기능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다. 게임용으로 개발된 콘텐츠가 급하게 출시되다보니 이전 게임을 답습하는 수준에 그쳐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소니는 결국 좋은 게임 타이틀을 개발하는 데 전력했고 소프트웨어의 성공이 자연스레 게임기 수요로 이어졌다.
산업연관 효과, 윈도 효과, 눈덩이 효과 등 콘텐츠의 파급효과는 실로 대단하다. 콘텐츠에 ‘국운’이 달렸다는 말은 저자에게는 지나친 과장이 아니라, 절박한 해법인 것이다.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은 음양이 혼재해 있다. 전근대적인 유통구조, 난무하는 불법복제, 저작권 관리의 취약, 유무형의 정신적 유산에 대한 무시 등은 아직도 산업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 반면 한국 영화 점유율이 50%에 달할 정도로 급신장했고 영화 수출 실적도 수백만달러를 기록하는 등 눈부신 결과들도 줄이어 보고되고 있다.
저자는 콘텐츠 산업을 1인의 천재적인 예술가에 의해 좌우되는 ‘우연’적인 산업이라고 봐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콘텐츠 산업도 어디까지나 ‘산업’이기 때문에 기획과 제작과정에서 창조성과 결합한 ‘대중성’이 없으면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혼자가 아니라 각 분야 사람들의 협동이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
또 하나,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미국이 정보기술 분야의 패권을 쥐게 된 이유다. 2차 대전 이후 젊은 군인들의 전후처리에 골머리를 앓았던 미국이 ‘제대군인 원호법’을 만들어 제대군인들을 교육시킨 것이 오늘날 정보혁명의 주역을 키운 것이 됐다는 것이다. 저자는 디지털 콘텐츠를 만드는 젊은 인력들에게 개선된 교육 환경과 병역특례를 부여하자고 주장한다. 콘텐츠는 결국 인력이고 이는 또다른 국부를 만들기 위한 하나의 준비과정이기 때문이다.
<류현정기자 dreamsho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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